'미스터 제로' 김상수가 앞에서 상황을 우선 정리하고, '광속구 마무리' 조상우가 나와 경기를 끝낸다. 넥센 히어로즈 장정석 감독이 가장 이상적으로 바라는 8~9회의 장면이다. 실제로 16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홈경기에서 이런 시나리오대로 경기가 흘렀다.
김상수가 다소 이른 7회초 1사에 나와 승계주자 실점을 한 장면은 다소 아쉬웠지만, 어쨌든 승기를 내주지 않은 채 8회까지 버텼다. 그리고 조상우도 동점이던 9회초에 나와 무실점하며 끝내기 승리의 발판을 만들었다. 김상수-조상우 조합의 안정성은 갈수록 커질 수 있다. 김상수가 꾸준히 위력적인데다 조상우도 갈수록 경험이 쌓이며 마무리에 적응해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즌 막판까지 넥센이 좀 더 안정적인 불펜을 운용하려면 필승조가 좀 더 다채로워져야 한다. 지금은 이보근-김상수-조상우로 구성돼 있는데, 위력은 뛰어나지만 너무 단조로운 경향이 있다. 또 장정석 감독이 이기는 경기에 한해서 이닝을 세심하게 조절해주고는 있는데 시즌 중반 이후 체력이 떨어지거나 자칫 부상 이슈라도 발생하면 대처할 방법이 막막해질 수 있다. 적어도 1~2명 정도는 더 필승조 안에 들어와야 투수진 운용이 원활해질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좌완 김성민과 우완 김선기의 분발이 촉구된다. 사실 두 선수는 시즌 개막 시점에는 장 감독이 '필승조' 2선 라인으로 분류해뒀던 투수들이다. 특히 김성민은 스프링캠프 때 5선발 경쟁을 펼치던 투수다. 내심 장 감독은 시즌 초반 선발 로테이션에 공백이 생길 경우 김성민을 임시로 투입하려는 방안도 준비했었다. 그만큼 신뢰가 컸다는 뜻이다. 신인 김선기도 좋은 구위로 기대를 많이 받았다.
하지만 개막 2개월에 접어드는 현재, 불펜에서 두 명의 위치는 어정쩡하다. 필승조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추격조로서 기용되는 것도 아니다. 김성민은 16일 고척 KIA전 때 7-1로 앞선 6회초 선발 신재영에 이어 두 번째 투수로 나왔다. 그리고 김선기는 7-3으로 추격당하던 6회초 2사 1, 2루 때 김성민에게 바통을 이어받았다. 그러나 첫 상대 이영욱에게 1타점 적시타를 맞고, 다음 타자 김민식을 삼진으로 잡으며 이닝을 마쳤다. 두 명 모두 리드하는 상황에서 나왔는데 오히려 위기를 초래했다.
이런 정도의 기량이라면 필승조가 되기는 상당히 어렵다. 무엇보다 이들은 제구력이 너무 흔들린다. 김성민은 18경기에서 16⅓이닝을 던졌는데 무려 13개의 볼넷을 허용했다. 김선기 역시 17경기-19이닝 동안 13볼넷이다. 18이닝을 던진 김상수의 볼넷이 6개(고의4구 제외) 뿐인 걸 감안하면 이들의 제구가 얼마나 흔들리는 지 알 수 있다. 결국 이 문제가 개선되는 게 우선이다. 김선기나 김성민 역시 프로선수로서의 욕심이 있을 것이다. 팀도 이들이 선전해 중요 포지션을 맡아주길 간절히 바란다. 제구력 회복을 위한 각고의 노력이 요구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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