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시간22분.
길고 길었던 비행을 마치고 러시아 쉐레메티에보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인천공항을 출발할 때 분명 대낮이었는데, 장시간 비행을 마치고 내려도 여전히 날이 밝습니다. 그 유명한 백야 때문일까요. 물론 백야의 영향도 있지만, 시차 탓이 가장 크겠죠. 러시아는 한국보다 6시간 느립니다. 긍정적으로 생각했습니다. 6시간 젊어졌다고요.
하지만 공항 밖으로 첫 발을 내디디는 순간, 걱정이 몰려옵니다. 온 몸으로 느껴지는 추위, 도무지 알아볼 수 없는 러시아 문자. 이럴 때 가장 필요한 것은 그림이 그려진 안내책자가 아닐까 싶습니다. 다행이도 공항 곳곳에 안내 데스크가 보입니다. 2018년 러시아월드컵 관광객을 위한 특별 안내 데스크도 있습니다. 그곳에서 월드컵 홍보책자 한 부를 받았습니다. 러시아 여행에 필요한 각종 팁은 물론이고 쇼핑, 음식 등의 안내가 자세히 나와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두 눈을 의심케 하는 사진 한 장이 있었습니다. 다름 아닌 태극기였습니다. 월드컵 홍보책자인 만큼 2018년 러시아월드컵 조편성 및 일정이 커다랗게 인쇄돼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태극기 태극문양이 잘못 그려져 있었습니다. 음과 양의 조화를 상징하는 태극문양은 위쪽이 빨간색, 아래쪽이 파란색입니다. 하지만 러시아월드컵 홍보 책자에는 반대로 위쪽이 파란색, 아래쪽이 빨간색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러시아월드컵은 개막 전부터 온갖 악재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영국에서 발생한 전직 러시아 이중스파이 독살 시도로 영국과의 관계가 나빠졌고, 일부 국가는 보이콧 선언을 했습니다. 시리아 반군에 대한 무차별적 폭격으로 국제사회의 반감도 불러일으켰고요. 끝이 아닙니다. 월드컵에 나설 러시아 선수 일부가 도핑 의혹에 시달리기도 했습니다.
참가국 국기가 잘못 그려진 사건. 사소한 해프닝으로 치부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손님에 대한 배려와 존중의 부족, 주최 측의 준비부족을 의심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했던가요.
4년에 한 번 찾아오는 전 세계 축구팬들의 축제, 러시아 대륙에서 처음 펼쳐지는 월드컵이 무사히 끝날 수 있을지 궁금해 집니다.
모스크바(러시아)=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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