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회가 시작되기 전, 지켜볼 경기들을 미리 체크했다. 독일, 브라질, 스페인, 프랑스 등 우승후보의 경기는 당연히 관전하기로 했다. 또 하나, 아시아팀들의 경기도 빼놓지 않기로 했다. 월드컵이란 세계적인 무대에 맞서기 위해 아시아 축구, 특히 한국 축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가늠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개막 첫 주말, 사우디-이란-호주 '아시아 3국'의 경기를 눈여겨 봤다. 공식 개막전이었던 15일 러시아-사우디전은 사우디의 0대5 대패로 끝이 났다. 러시아가 생각보다 잘했다. 예상보다 더 정교한 모습이었다. 사우디의 플레이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오는데, 사우디의 스타일이 원래 그렇다. 전력이 약한데도 수비에 목적을 두지 않는다. 사우디가 만약 수비적으로 택했다면 이 정도로 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선택은 우리에게도 중요한 문제다. 3패를 안하는게 목적인지, 도전하는 마음으로 하는게 목적인지가 중요하다. 그 선택에 따라 축구 형태가 달라질 수 있다.
16일 모로코를 1대0으로 꺾고 유일하게 승리를 챙긴 이란의 축구는 명확했다. 수비라는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의 철학이 확실히 담겨 있었다. 이란은 케이로스 체제로 7년이 넘는 시간을 보냈다. 이란은 월드컵 예선부터 본선까지 하나의 명확한 철학을 세우고, 그에 맞춰 팀을 운영했다. 사실 이란의 수비라는게 특별한 것이 없다. 문전 앞에 수비숫자를 늘려 복잡하게 만들고, 상대에게 슈팅을 주지 않았다. 약팀이 택하는 일반적인 수비법이다. 중요한 것은 조직적으로 마지막까지 흔들리지 않았다. 더 중요한 것은 이란이 이 같은 형태를 오래 전부터 계획하고, 실행해서 만들어낸 결과라는 점이다.
16일 프랑스에 1대2로 패한 호주는, 사실 프랑스가 못했다. 개인적으로 이번 대회의 체크 포인트 중 하나는 빌드업과 전방압박이었다. 강팀들에게서 두 요소가 두드러질 것이라고 봤다. 헌데 프랑스는 호주전에서 압박을 거의하지 않았다. 의도적으로 보일 정도였다. 체력을 염두에 둔 것인지, 호주를 만만히 본 것인지 모르겠는데, 이 선택은 호주에 여유를 준 셈이 됐다. 호주가 자기들이 원하는 플레이를 쉽게 할 수 있게 됐다. 특히 후반 프랑스의 경기력이 전혀 발휘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기회가 생길 수 있었는데, 이를 놓친 것이 아쉬웠다. 결과를 가져갈 수 있는 부분을 놓치는 것은 여전히 아시아 축구의 한계다.
3경기를 통한 결과, 아시아 축구는 아직 4년 전보다 특별히 더 나아진 것은 없어 보인다. 다만 선택에 대한 힌트는 있다. 좋은 축구를 하기 위해는 사우디처럼,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이란처럼 해야 한다. 호주는 지금보다 더 좋아져야 하는 팀이다. 18일 스웨덴전을 앞둔 신태용호도 참고해야 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포항 스틸러스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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