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은 지난 19일 강원에 무려 7골이나 내주는 최악의 패배를 당했다. 구단 창단 이후 첫 0대7 충격패. 순위가 다시 바닥을 쳤다. 리그 꼴찌로 떨어졌다.
아슬아슬한 줄타기. 어찌보면 여느 시즌과 다를 바 없는 그림이다. 인천은 2013년 승강제 도입 이후 매 시즌 스플릿 B에 처졌다. 그러나 한 번도 강등을 당한 적이 없다. '생존왕'이라 불리는 이유다.
하지만 올 시즌 분위기는 조금 심상치 않다. 월드컵 휴식기 직전 북한대표팀을 이끈 욘 안데르센 감독을 영입, 반전을 노렸지만 좀처럼 효과가 나지 않고 있다. 7월 말 서울과 전남을 잇따라 꺾고 반짝 10위로 올라섰지만 8월 다시 11위와 꼴찌를 오가고 있다.
위기를 느낀 인천 고참들은 심기일전을 위한 솔선수범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팀 내 두 번째로 나이가 많은 고슬기와 박종진이 강원전 이후 "강등은 막아보자"는 의지를 '삭발'로 표현했다. 그러자 후배들도 동참했다. 부주장 한석종과 곽해성이 머리를 깎았다. 삭발 릴레이에 신예 김정호까지 가세했다.
가장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있기도 했다. 전남전이었다. 지난 22일 홈에서 열린 이 경기는 '승점 6점짜리 경기'로 평가받았다. 11위와 꼴찌를 오가고 있는 두 팀 간 맞대결. 승리의 의미는 두배였다.
삭발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인천 선수들은 투혼을 펼친 끝에 전남을 3대1로 꺾었다. 지난 25일 제주 원정에서는 값진 승점 1점을 얻고 돌아왔다. 안데르센 감독은 "새로운 경험이다. 심지어 북한에서도 2년 동안 감독직을 맡으면서도 본 적 없는 모습"이라며 멋쩍게 웃었다.
인천은 운명의 9월을 맞는다. 스플릿 B는 기정사살이 된 가운데 다음달 열릴 정규리그 5경기에서 얼마나 많은 승점을 따내느냐가 올 시즌 생존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쉽지 않은 대진이다. 울산→수원→포항→서울→경남을 상대한다. 최근 10경기 무패 행진을 달리고 있는 울산, 서정원 감독의 사퇴로 선수단 분위기가 더 결집된 수원, 경기력이 들쭉날쭉하지만 객관적 전력에서 앞선 포항과 서울, 돌풍을 넘어 인정받는 2위를 달리고 있는 경남은 인천에 버거운 상대임이 틀림없다.
안데르센 감독은 수비 전술 변화로 강등을 피하겠다는 구상이다. 스리백으로 전환했다 포백을 활용하는 안데르센 감독은 4-1-4-1 포메이션으로 생존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러나 이미 인천 선수들과 전술은 상대에 간파당했다. 결국 삭발 투혼처럼 선수들의 강한 정신력 밖에 기댈 곳이 없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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