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이었다.
한라초 3학년 때 대한골프협회(KGA)에서 공인한 국내 최연소 홀인원 기록(9세 113일)을 세웠다. 국가대표상비군은 12세 때 발탁됐고, 아마추어 시절 전국대회에서 16승을 쓸어 담았다. 2015년 17세의 나이에는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와 일본프로골프(JGTO) 퀄리파잉(Q) 스쿨을 동시에 통과했다. 대형스타의 예감이었다. 그리고 2018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2부 격인 웹닷컴 투어를 1년 만에 정복했다. 우승 2회, 20차례 컷 통과, 27주 연속 상금 1위에 이은 상금왕, 단일시즌 상금 순위 4위 등 놀라운 성적을 일궜다. 주인공은 제주가 낳은 '골프천재' 임성재(20·CJ대한통운)다.
임성재는 18일 제주도 서귀포시 클럽나인브릿지(파72·7196야드)에서 펼쳐진 국내 유일의 PGA 투어 더 CJ컵@나인브리지 1라운드가 끝난 뒤 특별한 시간을 가졌다. 웹닷컴 투어 신인왕, 올해의 선수상(잭 니클라우스상) 트로피를 받았다. 임성재는 2018~2019시즌 PGA 투어 풀 시드 뿐만 아니라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출전권도 획득했다. 이 시상식은 타이 보타우 PGA 투어 국제사업 담당 부사장이 직접 주관했다.
사실 임성재의 웹닷컴 투어 데뷔시즌 목표는 75위 안에 포함되는 것이었다. 그래야 파이널시즌을 거쳐 25위 안에 들어야 PGA 투어 시드를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데 목표를 초과해도 한참 초과달성했다. "이렇게 웹닷컴 투어에서 좋은 성적이 나올 줄 몰랐다"며 앳된 웃음을 보인 임성재는 "웹닷컴 투어는 PGA 투어와 세팅이 좀 다르긴 하지만 코스 컨디션과 환경이 비슷하다. 세이브 능력이 많은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구름 위를 걷는 동안 마음고생도 있었을 법하다. 그러나 임성재에게는 환희만 존재한 듯 보였다. "솔직히 마음고생한 건 없었다. 올해 웹닷컴 투어에서 우승과 준우승으로 시작하니 목표도 바뀌더라. 상금왕 달성을 위해 집중을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임성재는 순식간에 전세계 골프 스타들이 몰려있는 PGA 투어에서 가장 기대하는 선수로 떠올랐다. 기대에 부응했다. 2018~2019시즌 PGA 투어 개막전인 세이프웨이 오픈에서 공동 4위를 차지한 것. 임성재의 폭발적인 상승세에 미국 남자 골프계가 들썩이고 있다. 임성재에 대한 기대감은 더 CJ컵 1라운드에서 또 다시 드러났다. '디펜딩 챔피언' 저스틴 토마스, 지난 시즌 메이저대회 2승 달성자 브룩스 켑카(이상 미국)와 1~2라운드 같은 조에 편성됐다.
평소 TV에서만 보던 선수들과 꿈 같은 라운드를 돈 임성재는 고무된 표정이었다. 1라운드를 공동 33위(1오버파 73타)로 마친 임성재는 "워낙 유명한 스타 플레이어들과 치니 초반부터 긴장이 됐다. 내 플레이를 못했던 것 같다. 초반부터 잘 풀리지 않았지만 후반에는 적응이 돼 집중이 잘 됐던 것 같다. 원했던 플레이가 잘 됐다. 그래서 후반 4홀에서 3타를 줄였던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토마스는 확실히 찬스가 왔을 때 잘 살리더라. 퍼트도 잘하고 볼 스트라이킹 능력도 좋더라. 바람의 방향에 따라 드로우와 페이드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더라. 또 바람이 불더라도 탄도 조절을 잘하는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또 "켑카는 초반에 많이 흔들리면서도 표정변화가 없더라. 멘탈이 강한 선수임을 느꼈다. 메이저대회 2승을 한 선수인 만큼 감정기복이 없더라"며 엄지를 세웠다. 또 "장타자 켑카와의 드라이버 격차는 평균 20야드 정도였다. 켑카가 더 멀리 나갔다"고 설명했다.
켑카보다 드라이버 비거리는 짧지만 임성재의 강점은 따로 있다. 드라이버 정확성이다. 임성재는 "드라이버가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정확도가 높은 편이다. 그래서 세컨드 샷을 편안하게 치는 것 같다"며 했다.
임성재의 목표는 '쩐의 전쟁'으로 불리는 투어 챔피언십 출전이다. 출전도 어렵지만 마지막 30명 안에 살아남기도 힘들다. 그리고 PGA 투어 1승도 임성재가 정한 목표 중 하나다. 그 꿈이 CJ컵에서 이뤄질 수 있을까. 서귀포=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