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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기의 소년 영웅들, 가을 물들인 한국 야구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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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 군단의 가을 질주가 이어지고 있다.

정규리그 4위 넥센 히어로즈가 3위 한화 이글스를 잡고 플레이오프행에 성공했다. 와일드카드결정전에서 KIA 타이거즈와 접전을 펼칠 때만 해도 넥센이 한화마저 앞지를 것으로 본 이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대전 원정 2연승에 이어 안방에서 승부를 결정 짓는 '업셋'을 이뤄냈다.

넥센은 올 시즌 KBO리그 10개 팀 중 소속선수 평균 연차(6.9년)가 가장 낮은 팀이다. 리그 평균(8.5년)과도 큰 차이가 나는 젊은 팀. 공교롭게도 준플레이오프에서 맞붙은 한화는 평균 연차 최고(9.6년)팀이었다.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등록된 30명의 선수 중 16명이 첫 가을야구에 나섰다. 넥센이 중압감과 경험 부족에 무너질 것으로 여겨졌던 이유다.

뚜껑을 열자 소년 영웅들의 패기가 독수리 군단의 관록을 눌렀다. 훈련 때부터 여유가 넘쳤다. 정규리그와 다름 없는 여유가 더그아웃에 흘렀다. '한 수 위'로 여겨졌던 한화가 시리즈 내내 보여준 침묵과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이런 분위기는 그라운드 안에 고스란히 투영됐다. 넥센은 간결한 스윙과 번뜩이는 작전 수행 능력, 마운드 호투를 앞세워 승수를 채워갔다. 4경기서 8타점을 몰아치면서 역대 시리즈 최다 타점 타이를 이룬 임병욱(23) 뿐만 아니라 시리즈 타율 5할3푼8리(13타수 7안타)의 송성문(22), 4차전 역전 결승타를 만들어낸 김규민(25), 4차전 승리로 역대 시리즈 최연소 승리(19세1개월20일) 신기록을 쓴 안우진(19)이 당당히 주역으로 발돋움 했다. 반면 베테랑들이 즐비하게 포진한 한화는 4경기 모두 흐름을 쥐고도 좀처럼 앞서가질 못하면서 넥센의 '화수분 야구'에 스스로 무너졌다.

'미완의 대기'로 꼽혔던 넥센 영건들의 활약에 야구계도 호평 일색이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마친 뒤 세대 교체가 지적됐던 야구 대표팀에 호재가 될 것이라는 전망. 지난해 APBC(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에 참가해 가능성을 드러낸 젊은 선수들과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실력으로 기량을 입증한 선수들이 더해진다면 2020 도쿄올림픽에서의 메달권 진입 목표 달성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넥센은 오는 27일부터 정규리그 2위 SK 와이번즈와 5전3선승제 플레이오프에 나선다. 이 문턱을 넘으면 '1강' 두산 베어스가 기다리고 있는 한국시리즈에 도달한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