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서정원.'
2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수원과 제주의 2018년 시즌 최종전은 사실 결과에 큰 의미는 없었다.
제주가 승점 1점 차로 앞선 채 6위 수원을 맞은 상태라 5위 자리가 바뀔 수는 있었지만 상위그룹 최하위(6위)를 모면했다는 그들 만의 기분 문제일 뿐이었다.
다소 긴장감 떨어진 경기였지만 또 다른 관심사가 있었다. '서정원 고별전'이다. 서 감독은 이날 수원에서의 마지막 경기를 치렀다. 우여곡절 끝에 가지게 된 고별전이다. 지난 8월 말 사퇴의사를 밝히고 팀을 떠났던 그는 구단 대표와 선수들의 간곡한 요청에 못이겨 10월 17일 '시한부' 복귀했다. 주변에서는 내년 임기까지 남아 줄 것을 계속 설득했지만 "올시즌을 끝으로 깨끗하게 물러나겠다"는 뜻을 끝내 굽히지 않았다. 결국 이날 최종전은 수원의 간판 선수 출신으로, 수원 지휘봉을 6년간 잡은 '레전드'를 떠나 보내는 눈물의 현장이 되고 말았다.
경기 시작 전부터 수원 라커룸은 숙연함이 감돌았다. 서 감독은 "선수단 버스 타고 경기장까지 오면서 '마지막 버스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서 감독은 남겨질 선수들에 대해 얘기할 때면 북받치는 감정을 감추려는 표정이 역력했다.
"지난 6년간 힘들지 않은 해가 없었다. 구단이 재정 감축을 하면서 선수들은 연봉 삭감에도 다른 팀으로 떠나지 않고 함께 버텨왔다. 함께 힘든 시기를 보내다 보니 더 많은 정이 들었다. 지금도 후배 선수들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서 감독은 이어 "팬들께도 더 많은 웃음을 전해드리지 못해 괴롭고, 죄송한 마음 가득 안고 떠난다"며 '미안함' 투성이인 고별의 변을 털어놨다. 막상 경기가 시작되자 미안해진 쪽은 수원 선수들이었다. 수원은 파상적인 공세를 퍼부으며 '고별전 승리'를 향한 집념을 드러냈지만 0대2로 패하며 결과를 가져오지 못했다. 골 운이 지독히도 없었고 상대 골키퍼의 선방도 수원 선수들로선 야속하게 느껴질 만 했다.
하지만 수원 팬들에게 이날 진짜 무대는 경기 종료 직후 열린 서정원 감독과의 송별식이었다. 서 감독의 활약상을 담은 추억의 영상이 전광판에 상영되는 가운데 수원 팬들은 'SEO 응원가'를 부르며 분위기를 달궜다. 선수들도 하프라인에 2열로 도열해 예의를 갖췄다. 구단 대표이사와 서포터스 대표자의 감사·공로패가 전달됐다. 자리를 떠나지 않은 제주 서포터스도 '서정원'을 연호하며 동업자 정신을 발휘했다.
서 감독에게 작별인사 마이크가 넘겨지는 순간 분위기는 다시 숙연해졌다. 서 감독이 첫 마디도 채 내뱉지 못한채 꾹꾹 눌렀던 울음을 터뜨린 것이다. 눈물을 훔치느라 한동안 말문을 열지 못하던 그는 "먼저 너무 감사합니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또 한번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쏟아냈다. 팬들의 위로에 간신히 감정을 추스른 서 감독은 "너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낀다. 선수 생활 포함 13년간 정말 정이 많이 들었고, 이 팀을 위해 열심히 달려왔다"면서 "그 뒤에 팬들의 응원이 있었기에 묵묵히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다. 그래서 더욱 마음 아프고 여러분들을 많이 웃게 해드리지 못해 너무 가슴아프다"고 말했다.
"2019년에는 수원이 더 도약할수 있는 해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하겠다. 앞으로 많은 힘과 박수를 부탁한다"는 서 감독과 선수단이 그라운드를 돌며 송별식이 마무리되는 순간 두 가지 메시지가 묘하게 교차했다.
"앞으로 밖에서 보면 밝게 웃으시면서 저를 맞이해주시면 감사하겠다." 한때 수원팬들의 과도한 비난에 시달렸던 서 감독의 마지막 당부였다.
'단장아, 작작 파벌해라.' 서포터스가 들어보인 플래카드 '수원의 영원한 SEO', '수고하셨습니다. 행복하세요 SEO' 사이에서 갑자기 툭 튀어나온 구단 비판 문구였다.
수원=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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