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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동혁의 THE 인터뷰] 이정현, KCC와 대표팀, 그리고 플라핑을 얘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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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은 농구를 참 잘한다. 11월29일 레바논전, 12월2일 요르단전. 한국 대표팀은 강렬한 경기력을 보여줬다.

레바논 전에서는 이대성과 라건아가 맹활약했고, 요르단전에서는 이정현 양희종 오세근이 잘했다.

현 대표팀은 힘이 있다. 그런데, 아직까지 세부적 약점은 분명히 있다. 이 약점을 외곽에서 메워주는 존재. 이정현이다. 레바논 전에서는 간결한 움직임과 상대 추격의 맥을 끊는 3점포를 가동했고, 19득점을 몰아넣은 요르단전에서는 기술의 '진수'를 보여줬다. 특유의 리듬을 앞세운 헤지테이션 드리블, 그리고 상대의 타이밍을 뺏는 골밑 돌파. 2대2 공격과 정확한 3점포. 기술적 완성도를 따지면 현 리그에서 이정현은 '최고수'다.

그런데, 이정현은 농구 팬에게 '애증의 선수'다. 플라핑 때문이다. 2년 전 삼성과의 챔프전, 그리고 지난해 전자랜드와의 6강 플레이오프에서 이정현은 많은 플라핑을 했다. 습관적이었고, 플레이에 녹아 있었다. 많은 비판을 받았다. 필자도 당시 기사를 썼다.(지난 3월28일 'KCC 이정현의 플라핑, 왜 마지노선을 넘었나) 이후, SK와의 4강전에서 그는 과도한 액션을 자제했다. 올 시즌도 마찬가지다. 습관적 동작이 가끔 나타나지만, '의도적'이진 않다.

대표팀에서는 강력한 '스나이퍼'로, 대표팀 생존을 알려주는 베테랑으로 한국농구를 이끌고 있다. 인터뷰 할 필요성이 있었다. 대표팀 경기가 열렸던 부산. 숙소였던 '농심호텔'. 그의 방에서 많은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대표팀과 KCC, 그리고 플라핑에 대해서.



- 인터뷰에 응해줘서 고맙습니다. 일단, 대표팀 얘기를 해 볼까요. 리그와 대표팀을 병행하는데 몸이 많이 힘들 것 같습니다.

▶확실히 20대와 30대는 좀 다른 것 같아요.(1987년생 한국 나이로 32세) 최근 2시즌 리그와 대표팀을 병행하면서 몸을 회복할 시간이 없네요.

- 지난 2시즌 동안 슈팅 밸런스가 약간 좋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KCC 합류하면서, 팀 훈련을 한 시간이 별로 없어요. 올해도 말레이시아에서 2주 동안 맞춰보고 게임을 뛰었네요. 팀에 가면 외국인 선수 느낌이 나요. 겉도는 느낌.

- 혼선이 생길 수 있겠네요.

▶대표팀에 맞추다가, 팀에 맞추다가 혼선이 좀 있습니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 팀 성적을 끌어올려야 합니다. 계속 적응하는데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어요.

- 어떤 힘든 점이 있었나요.

▶KCC는 세트 공격이 상당히 많아요. 저도 개인적으로 트랜지션 게임에 강하다고 생각이 됩니다. 지난해 초반에 좀 헤맸고, 정체된 농구를 했던 것 같아요.

- 최근에는 팀에서 역할을 확대하면서, 좋은 플레이를 보이는 것 같은데요.

▶2대2 농구를 많이 시도하려고 합니다. 티그가 워낙 좋은 선수입니다. 2, 3쿼터에는 보조하고, 1, 4쿼터에는 공격을 리드하는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합니다.

-어떤 '리드'를 말하는 건가요

▶송교창 선수에게 많은 얘기를 합니다. 같이 2대2를 하면서, 윈-윈하는 플레이를 하자고. 올 시즌 교창이가 농구가 많이 늘었습니다. 3, 4번을 오가는 농구를 해야 한다'고 계속 얘기를 합니다. 해법을 찾아가고 있는 느낌도 들어요.

- FA로 왔는데, 부담감도 많았겠어요.

▶작년에 고민이 많았습니다. 몸 컨디션도 그렇고, 팀 적응도 그렇고. 밖에서는 KCC가 호화멤버라고 하지만, 사실, 상대를 압도하는 부분이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계속 팀 동료들에게 '우리는 열심히 해야 하는 팀'이라고 계속 얘기하면서 저 자신도 함께 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 대표팀 얘기를 좀 해보겠습니다. 2015년 장사 아시아선수권 때 대표팀에 처음 뽑혔죠?

▶네. 당시 대체 선수로 뽑혔습니다.

- 대표팀에서 돌아왔을 때 둘이 인터뷰했던 게 생각나네요. 당시 대표팀에서 많은 것을 얻었다고 얘기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 양동근 조성민 등 고참 선수들이 많았어요. 저는 대표팀에서 10, 11번째 선수였습니다. 벤치에서 형들의 장점, 운동방법 등을 배웠어요. 또, 국제대회에서 2대2 수비 요령, 높이가 뛰어난 수비수를 피해 슈팅 던지는 타이밍 등을 계속 고민하면서 느꼈던 게 기억납니다.

- 프로에 데뷔한 뒤 , 사실 이정현 선수가 단신 포워드이고, 운동능력도 좋지 않아서, 대표팀에서 이렇게 잘 할 지는 예상치 못했었습니다.

▶대학 때부터 그런 평가를 워낙 많이 들었습니다.

- 기량이 계속 늘더군요. 리듬감, 슈팅 능력, 그리고 경기를 보는 시야까지. 이젠 대표팀에 꼭 필요한 선수가 됐네요.

▶그런 평가를 뛰어넘어야 겠다는 '오기'가 많았습니다. 연습도 정말 많이 했습니다.

-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했고, 어떤 힘든 점이 있었나요.

▶처음에는 시행 착오가 있었습니다. 슈팅 가드로 좀 더 빨라야한다는 생각 때문에 몸무게를 10kg정도 감량했어요.(당시 86kg. 이정현의 적정 몸무게는 95kg) 그런데, 실전에서 힘을 잘 쓰지 못하겠더라고요.

- 그래서 어떻게 고쳤나요.

▶연습을 많이 했지만, 스피드가 늘진 않았어요. 그걸 인정하고, 다른 무기를 개발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 어떤 무기를 어떻게 개발했나요.

▶파워를 키우고, 타이밍을 뺏는 농구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근육량을 키우고 순간 스피드와 몸싸움을 늘려야겠다는 게 전체적인 틀이었어요. 그리고 파이터 기질을 가져야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예를 들어 당시 (김)태술이 형과 1대1 농구를 했어요. 조건을 걸었죠. 1 드리블 후 공격, 2드리블 후 공격과 같은 제한을 뒀어요. 그래야 실전에서 써 먹을 수 있으니까요. 그때 항상 태술이 형한테 졌어요. 하지만 그 연습을 통해서 상대 타이밍을 뺏을 수 있는 테크닉을 많이 늘렸던 것 같아요.

- 또 다른 연습도 있었나요.

▶야간에 무조건 무빙 점퍼로 300개를 연습했어요. 비 시즌 뿐만 아니라 시즌 중에도 경기가 없는 날은 무조건 그렇게 했습니다. 연세대 시절에 비하면, 상대 수비를 보고 어떻게 1대1을 해야 할 지, 순간적으로 어떤 움직임으로 슈팅 찬스를 만들어야 할 지가 프로에서 많이 늘었던 것 같아요.

- 강하게 노력했네요. KGC 시절에 농구가 많이 늘었네요.

▶당시 멤버가 너무 좋았습니다. 오세근 양희종 김태술 박찬희 등이 있었거든요.(존칭은 생략했다) 이상범 감독님이 2년 차 때 '너는 주전으로 나서나 벤치에서 나서나 항상 경기력 기복이 없으니, 박찬희를 고려해서 식스맨으로 뛰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하셨어요. 당시 저만 대표팀에 뽑히지 못해서 자격지심도 있었고, 약간 실망스러운 부분도 있었어요. 생각을 바꿔 먹었어요. 20분 남짓의 시간에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었죠. 수비도 엄청 터프하고 하고, 빨리 뛰면서 상대를 박살내는 농구를 하려고 노력했어요.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당시의 경험이 상당히 많이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일단 벤치에서 형들의 경기를 보면서 많은 것을 배웠고, 벤치에서 요구하는 것을 어떻게 코트에서 소화해야 겠다는 계획도 혼자 짜고 그랬었죠. 팀과 감독님을 잘 만나서 운도 좋았던 것 같고.

- 그런 경험이 대표팀에서도 순조롭게 적용이 된 것 같네요. 지금 대표팀은 젊은 선수들이 많이 들어와 있습니다. 어떻게 성공적으로 적응할 수 있을까요.

▶대표팀에 처음 들어오는 선수는 자연스럽게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실전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들어갔을 때의 역할인 것 같아요. 무슨 역할을 해야 하고, 어떤 것을 해야 경기를 좀 더 오래 뛸 수 있을 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 구체적 예가 있나요.

▶결국 대표팀까지 올 정도면 자기 능력은 충분한 선수들입니다. 2017년에 (이)승현이에게 얘기한 적이 있어요. 당시 세근이가 압도적인 기량을 보여줬는데, 승현이가 벤치에서 위축이 좀 됐었죠. 그래서 '세근이가 어떻게 5~6경기를 모두 뛸 수 있냐. 벤치에서 세근이의 움직임을 잘 보고 코트에 나갔을 때 어떻게 할 지에 대해 생각하면 좋겠다'고 했었어요. 세근이의 움직임을 제가 잘 알고 있으니까, 그런 얘기를 할 수 있었어요. 다행히 승현이가 코트에서 상당히 잘 적응해서 기분이 좋았었습니다. 2017년 베이루트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선전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던 것 같구요.



(이 얘기를 안 할 수 없었다. 플라핑에 대한 부분이다. 필자도, 이정현도 상당히 어색했지만, 어렵게 얘기를 이어갔다)



- 플라핑에 대해서 쓰지 않을 수 없었어요. 잘못된 부분이라 생각했으니까. 물론 이정현 선수 뿐만 아니라 한국농구의 전체적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무조건 제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농구 팬들에게 죄송합니다. 그 이후로 안 하려고 최선을 다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순간순간 습관적으로 동작이 커지는 것에 대해서도 의식을 하고 있는데, 계속 노력하고 있습니다.

- 2년 전 삼성과의 챔프전에서 이관희 선수와 '사건'이 있었고, 플라핑에 대해 한 차례 경각심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이정현 선수는 대화를 나누거나, 플레이를 하는 것을 보면 상당히 스마트한 선수인 것 같아요. 분명, 그때 플라핑에 대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느꼈을 것 같은데, 또 다시 지난 3월에 그런 행동을 했어요. 개인적으로 좀 안타까웠어요. 왜 그렇게 했는 지에 대해 말해주실 수 있나요.

▶어릴 때부터 파울을 얻는 게 농구를 잘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모든 선생님들이 그렇게 얘기를 하셨고, 실전에서도 그랬었어요. 때문에 실전에서 몸을 수비수에게 붙이고, 파울로 자유투를 얻어내면 무조건 좋은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어렸을 때는 (치기어린) 센 마음에 '주변에서 욕해도 내가 할 것을 하면 된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어요. 그런 고집이 계속 그런 플레이를 했던 것 같아요.

- 비판이 상당히 강도높게 일어났었는데요. 제가 볼 때는 지난 시즌 SK와의 4강전부터 플레이가 확실히 달라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의도적 플라핑은 하지 않는 것 같았어요.

▶처음에는 당황도 하고, 힘들기도 했습니다. 제가 자초한 일이고 잘못된 거니까. 그런데 그때 많이 느꼈습니다. (파울 유도를) 의식하지 않고 '진짜 농구를 해야겠다. 자연스럽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플레이를 하니까, 오히려 마음이 편해지는 느낌도 있습니다.

- 그 논란으로 인해 '심판진들이 콜을 오히려 (이정현에게) 인색하게 분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그냥 제가 감수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단지, 최근 몇 년간 저한테 수비가 굉장히 강하게 붙어요. (수비수가 의도적이진 않지만) 손이 눈으로 온다던가, 발이 순간적으로 밑으로 오는 경우들이 있어요. 이럴 때 일부러 저는 넘어지는데, 이걸 과도한 액션이라고 보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부상 방지를 위해 슛이나 돌파 이후에는 자연스럽게 넘어지는 게 최선의 방법이라고 배웠고 실제 자기를 보호하는 효과적 수단이 됩니다.



1시간 30분 정도의 대화는 여기에서 끝났다. 이정현은 논리적이었고, 농구에 대해 많은 고민을 가지고 있는 선수였다. 실제 그는 비 시즌 발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는 선수다. 물론, 플라핑의 정점에 서 있었던 행위는 많은 반성이 필요하다. 이 부분을 이정현은 잘 알고 있다. 실제 지난 시즌 전자랜드와의 6강전 이후 그의 플레이는 많이 변했다. 아직도 간혹 습관적인 '큰' 동작이 가끔씩 나오지만, 의도적으로 자제하려는 모습, 고치려는 모습이 나온다. 반성한다는 얘기다. 이정현의 플레이는 매우 뛰어나다. 기술만 놓고 보면 리그 최고 수준이다. 2일 요르단전에서 그는 절묘한 헤지테이션 드리블과 상대 타이밍을 뺏는 골밑 돌파 장면을 여러차례 보여줬다. 운동능력이 떨어지는 상황 속에서 부단한 노력없이는 할 수 없는 플레이다. 또, 상대 의표를 찌르는 2대2 플레이, 상대 추격 흐름을 끊는 3점포 등, 뛰어난 농구센스와 경기 운영능력을 지니고 있다. 자신의 단점인 평범한 스피드와 높이, 운동능력을 알고 그 '약점'을 메우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결과의 산물이다. 프로나 대표팀 신예들은 꼭 배워야 하는 플레이, 꼭 배워야 하는 태도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