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2003년 깜찍한 외모와 애교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은 아역배우 김향기(18)가 어느덧 자라 성숙한 여성미와 밀도 높은 연기력을 자랑하는 데뷔 15년 차 중견배우로 거듭났다. 내년에는 한양대학교 연극영화과에 입학하게 되는 김향기는 19번 새내기 대학생이자 풋풋하고 싱그러운 스무 살 여인, 그리고 청춘 배우로 한 단계 도약을 약속했다.
저승에 온 망자가 그를 안내하는 저승 삼차사와 함께 49일 동안 7개의 지옥에서 재판을 받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판타지 블록버스터 '신과함께' 시리즈에서 늘 망자의 안위가 먼저인 저승 삼차사의 막내이자 보조 변호사 월직차사 덕춘을 소화한 김향기. 한국 판타지 액션 영화의 신기원을 열며 국내는 물론 아시아 전역을 사로잡은 '신과함께' 시리즈는 특히 보는 이들의 심금을 울리는 김향기의 하드캐리한 감정 열연이 돋보였던 작품이었다.
김향기 특유의 여리고, 착한, 또 선한 눈빛 연기는 관객이 말투 하나에도 온기가 묻어 나는 덕춘을 200% 몰입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웹툰 속 저승 삼차사 중 가장 완벽한 싱크로율을 보인 김향기는 '신과함께' 시리즈를 통해 많은 관객의 사랑과 호감을 얻었고 이런 그의 활약은 지난달 열린 제39회 청룡영화상 무대에서 여우조연상 영예를 안으며 인정받게 됐다.
"청룡영화상을 마치고 집에 오면서 매니저 언니랑 '우리 현실로 돌아오자'라며 다짐했는데 그게 쉽지 않더라고요(웃음). 일단 집에 들어가니까 엄마가 계속 제 수상 소감 영상을 돌려 보시는 거예요. 하하. 제 수상 당시 엄마가 엄청 우셨다고 하는데, 그걸 계속 보고 계시니까 쉽게 현실로 못 돌아오겠더라고요. 하하. 민망하고 부끄러워서 그날 영상은 못 봤는데 방에 있으면 엄마가 계속 수상 소감 영상을 보셔서 소리가 들리더라고요. 엄마가 정말 좋아하셨어요. 또 친척 동생도 아직 상이 뭔지 모를 정도로 어린 나이인데 언니가 상 받았다면서 인증 사진을 찍어 갔어요. 저와 가족들에게 정말 좋은 추억이 됐어요. 가족들이 '너 아직 끝난 거 아니야. 더 잘하라고 준 상이야'라며 채찍질 중인데 얼른 마음을 잡고 다시 열심히 해야죠. 하하."
청룡영화상 심사위원들은 "판타지 영화에서 정극 연기를 펼쳐야 했던 김향기는 '신과함께' 시리즈의 큰 주축이 됐다. 김향기라는 배우와 연기 때문에 '신과함께' 시리즈의 허구 설정이 진짜라고 믿어졌다. 그의 연기력은 가상의 세계를 믿게 만드는 힘이 있다"며 김향기를 향해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신과함께' 시리즈 속 단단한 캐릭터를 단단한 배우가 맡아 작품 전반의 중심을 잡았고 이런 중심은 곧 판타지라는 허구의 이야기를 잊게 만들 만큼 강력한 힘을 발휘한 것. 모두의 공감을 끌어낸 김향기의 진정성 있는 연기에 매료된 '신과함께'였던 것.
"청룡영화상이 끝나고 난 며칠 뒤 심사평을 접했어요. '신과함께' 시리즈는 가족영화고 판타지가 주를 이루고 있는 장르 영화인데 그런 부분에서 관객들이 받아들이기에 어색하지 않고 이해 가게 해야 한다는 책임감 같은 게 있었거든요. 저승 세계는 아무도 모르잖아요. 상상으로 구현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고 그 지점을 중점에 두고 연기했는데 심사위원들이 너무 정확하게 알아봐 주신 것 같아 너무 기쁘고 감사했어요. 또 심사위원들뿐만 아니라 올해 관객들에게 사랑을 정말 많이 받았는데 덕춘이를 잘 봐주신 것 같아 저도 덩달아 즐거웠어요(웃음)."
올해 최다 관객 동원, 역대 한국영화 시리즈 최초 쌍천만 흥행 등 한국 영화사 최초의 시도로 최고의 유의미한 족적을 남긴 '신과함께' 시리즈는 김향기가 수상한 여우조연상을 포함해 작품상, 감독상, 남우조연상(김동욱) 등 9개 부문 후보로 노미네이트가 됐다. 안타깝게도 쟁쟁한 경쟁자들과 치열한 경합으로 주요부문 수상은 김향기뿐이었지만 많은 스태프, 배우들의 땀과 눈물로 만들어진 작품임을 청룡영화상을 통해 다시 한번 입증받은 것. 김향기의 여우조연상 수상은 '신과함께' 시리즈를 대표한 수상으로 의미를 더했고 이런 이유로 '신과함께' 모든 배우, 스태프들은 김향기의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하고 기뻐해 줬다.
"아무래도 제가 '신과함께' 팀의 막내잖아요. 막내로서 '앞으로 더 잘해라'라는 의미로 '신과함께'를 대표해 주신 상인 것 같아요. 무대 위에 섰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난 건 아무래도 김용화 감독이었어요. '신과함께' 프로젝트를 이끈 분이시잖아요. 모든 게 다 감사했어요. 또 수상 소감 이후 다시 자리로 돌아왔을 때도 제게 다시 한번 '축하해'라며 어깨를 토닥여준 김동욱 삼촌과 주지훈 삼촌도 너무 고마웠어요. 평소 츤데레 스타일인 두 삼촌이 전한 '축하해'라는 말 한마디가 너무 감사했어요. 진심이 느껴졌거든요."
내년 성인이 된 기념, 그리고 여우조연상 수상 기념으로 '신과함께' 팀과 회식을 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한 김향기. 청소년이었던 김향기는 그동안 '신과함께' 회식 때마다 간단히 식사만 한 뒤 조기 퇴근해야만 했다고. 이제 삼촌들과 한잔하며 연기에 대해, 인생에 대해 심층 토론을 나눌 수 있게 됐다며 소확행(소박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꿈꾸는 김향기다.
"그동안 제가 회식을 쏠 수 없었는데 내년 성인이 되니까 그때 한 번 회식을 쏘고 싶어요. 하하. 그런데 삼촌들이 바쁘셔서 곧바로 뒤풀이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아마 '신과함께3' 때 회식 자리를 마련할 수 있지 않을까요? 하하. 기회가 된다면 내년에 (차)태현 삼촌에게 술을 배우고 싶어요. 처음 술을 배우는데 태현 삼촌은 아무래도 아빠고 아이들이 있으니까 술을 조금만 주시고 금방 보내주실 것 같아요(웃음). 또 처음 술을 마시는데 실수를 할 수 있잖아요. 그런 부분을 잘 대처하는 방법도 알려주실 것 같아요. 일단 태현 삼촌한테 술을 배워 하정우 삼촌, 주지훈 삼촌, 김동욱 삼촌과 뒤풀이를 해야 할 것 같아요. 하하."
마지막으로 김향기에게 청룡영화상, 그리고 여우조연상의 의미를 물었다. 이모, 삼촌 팬들에겐 그저 잘 자라줘서 고마운 김향기는 언제나 그랬듯 초심을 잃지 않겠다 다짐과 함께 상의 무게와 의미를 마음속 깊이 새겨넣었다며 진심을 전했다.
"청룡영화상 여우조연상은 제가 앞으로 무언가를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을 심어준 것 같아요. 모든 순간이 소중해졌어요. 지금 여우조연상 트로피와 인기스타상 트로피를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놔뒀어요. 평생 연기하고 싶은데 힘들 때가 있잖아요. 상을 보면서 마음을 정리하려고요(웃음). 요즘 촬영하러 가기 전 눈앞에 놓인 상을 딱 마주하게 되는데 정신 차리자' '열심히 하자'며 저절로 다짐하고 촬영장에 나가게 되더라고요. 하하."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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