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모의고사였던 사우디전의 화두는 단연 '변형 스리백'이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은 1일 사우디와의 평가전(0대0 무)에서 취임 후 단 한차례도 사용하지 않았던 스리백 카드를 꺼냈다. 벤투 감독은 이전 6경기에서 모두 4-2-3-1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손흥민(토트넘) 기성용(뉴캐슬) 황희찬(함부르크) 등이 빠지며 플랜B를 가동했던 11월 호주 원정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벤투 감독은 다양한 실험 보다는 하나의 틀을 만드는데 집중하며 2019년 아랍에미리트(UAE)아시안컵에 초점을 맞췄다.
그런 벤투호가, 조별리그 첫 경기인 필리핀전을 채 일주일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스리백 실험을 한 것이다. 벤투 감독은 "전술의 다양성을 위한 결정"이라고 했지만, 스리백 카드를 내민 가장 큰 이유는 레프트백의 붕괴다. 홍 철(수원)과 김진수(전북) 모두 정상 컨디션이 아니다. 홍 철은 발목, 김진수는 무릎에 통증을 느끼고 있다. 둘은 울산전지훈련까지 정상 훈련을 소화했지만, UAE 도착 후 정상 컨디션을 찾지 못하고 있다.
벤투 감독은 무리한 출전 대신 포메이션 변경을 통해 해법을 찾았다. 결과는 썩 좋지 못했다. 권경원(톈진 취안젠)을 왼쪽에 두면서 김영권(광저우 헝다)-김민재(전북)가 스리백을 이루고, 오른쪽에 위치한 이 용(전북)의 움직임에 따라 포백으로 변하는 이른바 '비대칭 스리백'을 내세웠지만, 전체적으로 안정감을 주지 못했다. 후반 들어 한층 나아진 모습이었지만, 이전 4-2-3-1에서 보여준 경기력에는 미치지 못했다.
윙백은 벤투호에서 가장 중요한 포지션 중 하나다. 지배하는 축구를 강조하는 벤투 감독은 공격시 좌우 윙백을 높은 위치까지 끌어올려 공격에 가담시킨다. 사실상 윙어에 가까운 역할이다. 윙어는 안쪽으로 폭을 좁혀 골을 노린다. 벤투호에서 공격전개는 측면에서부터 출발한다. 가장 먼저 볼을 받는 윙백의 역할은 대단히 중요하다. 하지만 '비대칭 스리백'으로 나섰던 사우디전에서는 바로 이 부분이 안됐다. 오른쪽으로 공격루트가 집중됐고, 측면에서 공격전개가 잘 이루어지지 않다보니 중앙쪽도 함께 흔들렸다.
결국 벤투호가 이전까지 보여준, 가장 잘하는 플레이를 하기 위해서는 포백이 자리잡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홍 철과 김진수가 빨리 정상 컨디션을 찾아야 한다. 몸상태는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 김진수 측 관계자는 "무리하면 경기에 뛸 수도 있는 상태다. 하지만 벤투 감독이 선수를 보호하는 의미에서 기용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둘은 러닝 훈련을 마치고, 이제 곧 정상 훈련에 가담할 예정이다.
현재 왼쪽 윙백 옵션은 홍 철이 1순위, 김진수가 2순위다. 하지만 필리핀전에는 홍 철과 김진수 중 몸상태가 더 좋은 선수가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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