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칼을 빼들었다. 엘리트 체육의 병폐에 대한 전면 개혁에 나서기로 했다.
도종환 문체부 장관은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성폭력 등 체육계 비리 근절대책을 발표했다. 폭력과 성폭력 등 인권침해를 막기 위한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과 엘리트 체육의 개혁을 담당할 '스포츠혁신위원회'(가칭) 구성이 핵심이다. 민관 합동으로 구성될 '스포츠혁신위원회'는 엘리트 체육 중심의 선수 육성 방식을 개편하기 위한 기구다. 혁신위원회는 합숙훈련 폐지 등 엘리트 양성시스템을 개편하고, 체육단체 운영 혁신 등을 추진한다. 체육계 비리가 '성적지상주의'에 기반을 둔 엘리트 중심의 선수 육성시스템에 있다는 판단에서 대대적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소년체전을 폐지하고 전국체전 고등부에 통합해 '학생체육축제'로 전환하는 등의 내용도 있다.
이러한 움직임을 요약하면 결국 '엘리트 스포츠 축소, 생활 체육의 확대'로 귀결된다. 사실 지금까지 정부가 일관되게 추진해 왔던 방향이다. 다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더 급격한 변화가 에고되고 있다. 한편으로는 우려도 있다. 자칫 현실을 외면한 보여주기식 처방이 될 수 있는 위험성이 상존해 있기 때문이다.
국가대표팀 선수촌 중심의 개편 논의가 주를 이루고 있지만 교육현장에 불어닥칠 대대적 변화의 물결에 야구도 예외가 될 수는 없다. 개혁의 궁극적 방향은 '공부하는 학생 중 소질 있는 우수한 선수가 탄생하는' 그림이다. 이미 학원 야구도 이처럼 '공부하는 선수'의 구호 하에 움직이고 있다. 수업 시간 보장과 주말리그 운영 등 이미 오래 전부터 방향을 잡았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실효성과 부작용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있다. 취지가 아무리 좋아도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면 결국 빚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게 된다.
글로벌선진학교 야구부는 '공부하는 선수'의 취지에 가장 잘 부합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선수들도 일반 학생들과 함께 영어로 하는 수업을 받고 과제를 제출해 가면서 운동을 한다. 하지만 진로 문제는 여전한 현실적 고민이다. 지난해까지 이 학교 야구부 지도를 맡았던 최향남 감독(48)은 "처음 부임했을 때 오후 3시 반부터 훈련을 시작했다. 3시간 정도 밖에 훈련할 시간이 없었다. 상의 끝에 훈련 시간을 늘렸다"고 설명했다. 성인야구를 이어가려면 성적을 올려야 한다. 그래야 야구로 진학을 할 있고, 프로 스카우트의 눈에 띌 수 있다. 엄연한 현실이다.
학원 스포츠는 물론 변해야 한다. 여전히 폭력과 부조리가 있다. 운동하는 기계로서의 삶, 리스크는 너무 크다. 변화는 불가피하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보여주기가 아닌 실질적인 변화다. 현재 당면한 문제를 덮기에 급급한 비현실적 처방을 쏟아내는 방식이어서는 곤란하다. 고교 야구부의 경우도 수업시간만 늘리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시간 때우기보다 과업 성취 중심의 유연성 있는 학습 병행이 필요하다. 책을 읽으며 생각을 넓히고, 외국어를 공부하며 더 넓은 세상과 접점을 만들어 주는 건 시간 위주가 아닌 과업 위주의 학습이어야 가능하다. 무엇보다 한번 실패해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실질적이고 근본적인 변화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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