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오르고 싶었던 무대를 딸 덕분에 올라왔습니다."
'체조의 전설' 여홍철 경희대 교수는 딸이 부러우면서도 감격스러웠던 모양이다. 코카-콜라체육대상에 얽힌 소회를 거듭 강조했다.
여 교수는 25일 열린 스포츠조선 제정 제24회 코카-콜라체육대상에서 여자부 신인상을 수상한 딸 여서정(17·경기체고)을 대신해 수상 무대에 올랐다. 여서정은 지난해 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기계체조 도마 종목에서 무결점 연기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여자 기계체조에서 무려 32년 만에 나온 값진 금메달이었다. 한때 '여홍철의 딸 여서정'이었지만 지금은 '여서정의 아빠'가 대세일 만큼 여서정은 아버지를 능가할 체조 기대주로 평가받는다.
월드컵대회 출전 때문에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한 여서정은 영상 인터뷰를 통해 "아빠가 올림픽 메달을 갖고 계신데 더 열심히 해서 아빠처럼 메달을 딸 수 있도록 하겠다"며 "아빠 사랑해"를 외쳐 '딸바보' 여 교수를 '흠뻑' 녹였다. 이를 자랑스럽게 바라보던 여 교수는 "코카-콜라체육대상이 1995년에 생겼다. 그런데 이곳에서 상을 받아보지 못했는데 은퇴 후 여서정 선수 덕분에 무대에 올라왔다"면서 "이 상을 계기로 더 큰 관심 받고 더 해야 할 일이 많다고 생각한다. 많은 응원과 관심 부탁드린다"고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 여 교수는 딸에게 전하는 영상편지 말미에서도 "서정아, 너 덕분에 시상식 왔다. 아빠, 코카-콜라체육대상 오고 싶었는데 20여년 만에 서게 해줘서 고맙다"며 코카-콜라체육대상의 소중함을 재치있게 표현했다.
남자부 신인상 주인공은 여서정과 동갑내기 조대성(17·대광고)이었다. 조대성은 지난해 12월 전국남녀탁구종합선수권 남자단식에서 레전드 선배 유승민, 유남규를 뛰어넘어 최연소 결승행을 이뤘다. 지난 1월 국가대표 상비군 선발전에서도 당당히 태극마크를 달며 무서운 기대주로 성장하는 중이다. 특히 이날 시상자로 2004년 아테네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유승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 직접 상패를 안겨 줘 훈훈한 '신-구 조화'를 연출했다. 조대성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올려 이슈가 된 '오나나나' 댄스를 수상 세리머니로 선보이며 박수를 받기도 했다.
우수지도자상의 영예를 안은 김학범 23세이하 축구대표팀 감독(59)은 "이 상은 내가 받는게 아니라 선수들이 받는 상이라 생각하고 감사하게 받겠다"면서 "나상호 황인범 김민재 등 아시안게임 우승 멤버들이 A대표팀에 들어가는 등 성장하는 중이다. 나태하지 말고 더욱 전진하는 선수들이 됐으면 좋겠다고 이 자리를 통해 부탁 말을 전한다"며 '어르신'의 기품을 유감없이 내보였다. 김 감독은 고 이민혜(여자 사이클)의 특별상 시상 때 대리 수상에 나선 가족들에게 꽃다발을 선물하기 위해 무대에 올라 눈길을 끌었다. 축구대표팀 선수들은 지난해 고인이 세상을 떠나기 전 병문안을 가 쾌유을 빌었었다.
우수단체상 시상에서는 무대가 한층 풍성해졌다. 작년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6개를 비롯해 총 15개의 메달을 일군 '펜싱 코리아'의 권영준 박상영 김정환 남현희 강영미 신아람 최인정 이혜인 등이 대거 무대에 올라 진풍경을 연출했다. '맏형' 김정환은 "메달 색과 상관 없이 그동안 진천선수촌에서부터 동고동락하며 일궈낸 결과다. 그래서 더욱 의미있는 것 같다. 앞으로도 세계최강 국가대표가 계속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개인 통산 99개의 금메달을 보유 중인 '전설' 남현희는 "100번째 메달을 획득한다는 보장은 없지만 운동선수는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특히 펜싱 대표팀은 종목 특성을 십분 살려 각자의 검을 챙겨와 '금빛 찌르기 세리머니'를 펼쳐보이는 등 색다른 볼거리로 관객을 즐겁게 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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