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에 걸리면 일찍 조치를 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감기가 심해진다."
SK 와이번스 염경엽 감독이 필승조를 얘기하다가 감기를 말했다. 필승조를 키우는 복안을 얘기하다가 감기에 빗대서 설명을 한 것.
SK는 올시즌 불펜진이 확 바뀌었다. 셋업맨 정영일-마무리 김태훈이 뒷문을 맡고 앞에 하재훈 박민호 서진용 김택형 강지광 등이 나선다. 어느정도 활약을 했던 선수들이라 대부분의 팀들이 SK의 불펜에 대해서도 좋은 평가를 하고 있다.
하지만 염 감독은 아직 필승조를 키우고 있다고 했다. "나와 손 혁 투수 코치가 올시즌 목표로 삼은 게 필승조 4명을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4명 정도가 확실하게 갖춰지면 5회 이후에도 제대로 된 플랜을 가지고 경기를 할 수 있다.
염 감독은 선발 투수들을 될 수 있으면 이닝 중간에 교체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했다. 투구수가 조금 남았다고 다음 이닝에 올렸다가 주자를 내보낸다면 다음에 올라올 불펜 투수들이 부담 속에 올라간다는 것. 염 감독은 "아직 우리 불펜진이 그런 부담을 이겨낼 힘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최대한 편하게 등판할 수 있게 해야한다"라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23일 KT와의 개막전에서 김광현이 6회초 투구수 100개가 넘었음에도 바꾸지 않고 던지게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염 감독은 경기전 "김광현은 경기마다 100개 이내로 던지게 할 생각"이라고 밝혔으나 첫날부터 자신의 말을 뒤집은 셈이다. 1사 만루의 위기에서 바꾼다면 다음에 올라올 투수에게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팀의 1선발인 김광현의 자존심도 걸려있었다. 그동안 KT전 부진에 대한 걱정도 털어내야하는 경기였다. 여러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김광현은 110개의 공을 뿌렸고, 위기에서 황재균과 박경수를 삼진으로 잡으며 6회를 막아냈다. 이후 하재훈 김택형 김태훈으로 이어지는 불펜진이 무실점으로 깔끔하게 피칭해 SK는 7대4로 승리할 수 있었다.
염 감독은 불펜 투수들이 계속 좋지 않을 것이란 것을 예상하고 그에 맞는 대처를 준비한다. 좋지 않을 땐 쉬면서 다시 컨디션을 끌어올릴 시간을 주는 것. "감기에 걸렸는데 계속 두면 더 심해지지 않나. 그처럼 투수도 좋지 않을 때 계속 등판시키면 더 나빠지고 자신감도 잃을 수 있다"고 한 염 감독은 "컨디션 좋은 투수들로 던지게하면서 나쁠 땐 빼줘야 한다"라고 자신의 불펜 기용법을 설명했다.
대부분 불펜 투수들이 풀시즌을 치르지 않았기 때문에 시즌 끝까지 잘 치르는 것 역시 선수들의 미래를 위해서 꼭 필요하다는 염 감독은 "과정을 잘 만드는 한시즌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팀으로 수성에 나서야하는 염 감독이지만 당장의 우승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팀을 만들기 위한 작업까지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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