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7월 31일.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히어로즈)는 KIA 타이거즈와의 트레이드를 발표했다. 히어로즈가 우완 투수 김세현과 외야수 유재신을 내주고, KIA로부터 좌완 투수 손동욱과 이승호를 받아오는 2:2 트레이드였다. 확실한 마무리 투수가 급했던 KIA와 유망주가 필요한 히어로즈의 이해가 맞아떨어졌다.
약 2년의 시간이 지난 현재 시점에서 승자는 이승호다. 이승호는 8일 고척 LG 트윈스전에 선발 등판해 생애 첫 완봉승을 기록했다. 이승호의 성장 과정은 유망주 트레이드의 가장 모범적인 사례나 마찬가지다.
트레이드 당시 히어로즈와 KIA는 현재와 미래를 바꿨다. 이승호는 2017년 신인 중 2차 1라운드에서 KIA의 지명을 받았지만, 고교 시절 유력한 1차지명 후보로 꼽힐만큼 재능만은 충분한 선수였다. 다만 고교 시절 여파로 입단 직후 팔꿈치 수술을 받았다. 결국 KIA에서는 공을 한번도 던져보지 못하고 재활만 하다가 그해 여름 팀을 옮기게 됐다. 아직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은 신인의 성장 가능성을 쉽게 점치기는 힘들다. 하지만 이승호는 꾸준히 "똑똑한 신인"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히어로즈는 당시 고형욱 단장이 스카우트 시절부터 지켜보던 이승호에 대한 높은 평가를 믿고 트레이드를 결정했다.
물론 절대 이승호를 급하게 밀어붙이지 않았다. '미래의 좌완 선발 자원'이라는 규정을 짓고, 차근차근 단계를 밟았다. 이적 이후 재활 과정을 끝마친 이승호는 조금씩 투구에 들어갔다. 처음에는 퓨처스리그였고, 그 다음에는 불펜으로 등판하며 투구수를 늘리는 게 목표였다.
지난해 6월 처음 1군에 올라온 이승호는 꾸준히 경기에 출장했다. 2군도 오르내리면서 조금씩 실전 경험을 쌓았고, 시즌 막바지에는 선발 기회를 얻었다. 본격적인 '이승호 선발 프로젝트'가 막을 올린 순간이다.
이승호는 지난해 시즌말 등판한 4번의 선발 등판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이런 경험이 어린 투수에게는 다음 시즌 준비를 위한 엄청난 동기 부여가 됐다. 장정석 감독은 올 시즌 구상에서 이승호를 일찌감치 선발 자원으로 분류하고, 준비를 시켰다. 그 진가가 이제 본격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그동안 숱한 유망주들이 트레이드를 통해 유니폼을 바꿔 입었지만 성공한 케이스보다 실패한 케이스가 더 많다. 환경을 바꾸는 것이 대단한 동기부여인 반면,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능성 있는 유망주일 수록 익힐 시간이 필요하다. 이승호의 데뷔 첫 완봉승은 어린 선수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최고의 사례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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