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를 쫓지 말라'는 말이 있다.
잘 던지다 타선이 점수를 내주면 그때부터 흔들리는 투수가 있다. 주로 경험이 많지 않은 신인급 투수에게서 나타나는 현상. 승리투수가 되려는 욕심에 자기도 모르는 사이 긴장감에 몸이 굳는다. 릴리스 포인트가 흐트러진다. 로케이션이 흔들리면서 볼넷을 주거나 난타를 당한다. 이 모두 '승리를 쫓아' 마음의 평정심을 잃은 탓이다.
삼성 외국인 투수 덱 맥과이어가 아쉬움 속에 중요한 교훈을 얻었다. 승리를 쫓다 승리를 날렸다. 삼성은 9일 대구 NC전에서 0-0이던 3회말 러프의 만루홈런과 이날 데뷔전을 치른 신인포수 김도환의 데뷔 첫 적시타로 대거 5점을 선취했다.
하지만 문제는 다음이었다. 점수를 벌어준 직후 잘 던지던 선발 덱 맥과이어가 크게 흔들렸다. 어깨에 힘이 들어가며 볼넷을 남발하더니 4회초 2안타 4사구 4개로 3점을 내주며 순식간에 3-5 추격을 허용하고 말았다. 타자 일순한 끝에 노진혁을 땅볼 처리하고 가까스로 이닝을 마친 맥과이어는 덕아웃에 돌아가 스스로에 대한 화를 참지 못하며 자책했다.
덕아웃에 불안한 그림자가 드리우던 시점. 삼성은 4회말 선두 김상수의 시즌 1호 솔로홈런으로 6-3으로 점수 차를 벌렸다. 중요한 순간 나온 추가득점이었다.
하지만 5회에도 맥과이어 어깨의 '힘'은 빠지지 않았다. 5회초 선두 박민우에게 안타를 허용한 뒤 4번 양의지를 풀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으로 출루시켰다. 무사 1,2루.
참고 기다리던 벤치의 인내심이 한계에 달했다. 오치아이 투수코치가 주심에게 공을 건네 받은 뒤 마운드로 향했다. 돌아서서 아쉬움 가득한 표정을 짓던 맥과이어는 1루수에게 공을 던진 뒤 마운드를 내려갔다. 선발 4이닝 6피안타와 4사구와 탈삼진 각각 5개를 기록하며 4실점.
지난달 21일 한화전 노히트노런 이후 3경기 만에 거둘 수 있었던 시즌 2승째 기회를 스스로 차버린 아쉬움 가득했던 하루. 타자를 압도할 만한 강한 구위를 갖춘 투수인 만큼 후회보다는 교훈이 필요하다.
이날의 쓰린 기억이 맥과이어에게 몸에 쓴 약이 될지 지켜볼 일이다.
대구=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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