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 지난 2017년 10월, 파주NFC(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에 모인 18세 이하(U-18) 대표팀. 이들 앞에 붙는 수식어는 유망주, 그리고 학생이었다. 리틀 태극전사 대부분이 고등학교 또는 대학교에서 뛰고 있었다. 당시 외국에서 생활하고 있던 이강인(발렌시아·스페인)과 최민수(함부르크·독일)가 예외적으로 클럽팀에 속해있었다.
그로부터 2년이 흘렀다. 선수들의 소속이 바뀌었다. 프로와 아마추어로 나뉘었다. 정호진(고려대)과 최 준(연세대)은 아직 학생신분이다. 반면, 조영욱(FC서울) 전세진(수원 삼성) 등은 프로에 입문했다. 이들은 또 다시 K리그1(1부 리그)과 K리그2(2부 리그)로 나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강인과 최민수에 이어 김정민(리퍼링·오스트리아) 김현우(디나모 자그레브·크로아티아)는 해외 진출에 성공했다. 불과 2년 만에 그들을 둘러싼 환경이 확 바뀌었다.
단순히 환경만 달라진 것이 아니다. 소득의 격차도 벌어졌다. 인지도 차이도 마찬가지다. 그야말로 삶 자체가 바뀌었다. 정정용 U-20 대표팀 감독이 고민했던 것도 바로 이 부분이다. 정 감독은 "이 연령대는 예민한 시기인 만큼 잘 잡아줘야 합니다"라고 걱정했다.
기우였다. '소년'들에게 다른 수식어는 없었다. 오직 형 아니면 동생이었다.
U-20 대표팀은 월드컵 대비 훈련 때 '음료수 사기' 내기를 했다. 골대를 크게 벗어나는, 이른바 '홈런을 날린' 선수가 음료수를 사는 것이었다. 하루는 조영욱 이강인 등 4명의 선수가 홈런을 날렸다. 그러나 음료수를 산 선수는 한 명이었다. 바로 조영욱. 이유는 '형'이기 때문이었다.
이강인은 "조영욱 형이 돈을 벌잖아요. 그런데 그것 때문은 아니에요. 형이잖아요. 그리고 지난 번에도 홈런을 날린 적이 있어요. 두 번 홈런을 날렸으니까 형이 사야죠"라고 말했다. 그랬다. 조영욱은 U-20 대표팀의 '셋째 형'이었다. 사실 언론에 공개된 단순 몸값만 보면 U-20 대표팀 1등은 이강인이다. 이강인의 바이아웃(최소 이적료)은 8000만 유로(약 1072억 원)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강인은 "노 코멘터리"라며 대표팀 이외의 얘기는 일절 꺼내지 않았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이번 대표팀은 2년 동안 호흡을 맞췄어요. 그래서인지 정말 사이가 좋아요. 서로 잘 챙깁니다"라고 귀띔했다.
'소년'들은 월드컵을 치르며 더욱 돈독해지고 있다. 서로를 응원하고, 아픔을 보듬어주며 원 팀이 돼 가고 있다. 실제로 조영욱은 골을 넣은 뒤에도 '동생' 전세진 걱정에 기쁨을 아꼈다. 출전 기회가 많지 않은 김주성(FC서울)은 "우리 21명은 원 팀이에요. 뒤에서 묵묵히 응원하고, 뛰는 선수들은 힘을 받아 잘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이강인은 4강 진출을 확정한 뒤 "나중에 커서도, 다른 팀에 있어도 이 팀은 못 잊을 것 같아요. 이 팀으로 꼭 다시 만났으면 좋겠어요"라고 진심을 드러냈다. 폴란드에서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는 '소년'들. 그들은 원팀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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