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전 남편 살인사건' 피의자 고유정(36)에 대한 현장검증이 없었던 것은 현장검증이 '야만적인 현대판 조리돌림'이라는 제주동부경찰서장의 결단(?)에 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지난 20일 경찰 내부 통신망인 '폴넷'에 장문의 글이 올라왔다. '제주 전 남편 살인사건 수사 관련 입장문'이라는 제목의 이 글은 제주동부경찰서 소속 경찰관 5명이 공동명의로 작성했다.
이들은 "관내에서 발생한 살인사건과 관련해 일부 왜곡된 언론보도로 인해 경찰의 명예가 실추됐다"며 "몇 가지 사실관계에 대해 말씀드리겠다"고 밝혔다.
이 글에서 이들은 ▲초기 수사 방향 ▲사건 현장 폴리스라인 미설치 ▲현장검증 미진행 등에 대해 반박했다.
자살할 우려가 있다는 최초 신고에 따라 살해를 염두에 둔 강력 수사가 아닌 실종이나 자살 사건으로 수사를 진행했다는 점은 그나마 이해해 줄 수 있다. 하지만, 사건현장인 펜션에 폴리스라인을 치지 않은 이유로 '불필요하게 인근 주민들에게 불안감을 조장하고 주거의 평온을 해할 우려가 있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
더욱이 펜션 주인이 현장을 청소하도록 허락하는 등의 모습은 수사의 기본을 지키지 않은 직무유기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전입가경인 것은 현장검증을 안 한 이유가 '고유정이 조리돌림 당할까 봐'라는 것이다.
제주동부서는 고유정이 살인혐의 등을 인정한 다음날인 지난 7일 현장검증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당시 경찰 측은 "피의자가 우발적 살인을 주장하고 있어 현장검증의 실익이 없다"며 "현장검증 미실행은 검찰과 협의가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내부 망에 올린 글에서는 "피의자가 범행 동기를 허위진술로 일관하고 있었고 범죄 입증에 필요한 DNA, CCTV 영상 등 충분한 증거가 확보된 상태였다"며 "이런 상황에서 현장검증은 '야만적인 현대판 조리돌림'이라는 제주동부경찰서 박기남 서장의 결단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살해사건은 모두 현장검증을 진행해 왔다. 그럼 그동안 경찰은 '야만적인 현대판 조리돌림'을 위해 이 같은 행태를 벌여온 것인가라는 의문이 든다.
정확한 살인의도도, 살해방법도, 피해자 시신도 찾지 못하고 자신들에 대한 비난이 억울하다며 동료들에게 호소한 경찰. 국민들도 이 같은 호소에 호응할지 의문이다.
이규복 기자 kblee34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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