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스포츠조선 김진회 기자] 부진 탈출 신호탄은 안타도, 홈런도 아니었다. '스퀴즈 번트'였다. KIA 타이거즈의 히트상품 박찬호(24) 얘기다.
박찬호의 시즌 초반 최고 3할6푼1리까지 치솟았던 타율이 어느 덧 2할6푼8리까지 떨어졌다. 7월(0.289)까지 3할에 근접하다 8월 급격한 타격 슬럼프를 겪고 타율이 뚝 떨어졌다. 지난 24일까지 8월 20경기에서 타율이 1할8푼2리에 그치고 있다.
박흥식 KIA 감독대행의 분석은 풀타임을 처음으로 치르는 박찬호의 떨어진 체력이었다. 박 대행은 "체력적으로 힘들어하는 모습이 보인다"며 "최근 찬호의 스윙을 보면 예전보다 다소 커졌다. 몸이 지쳤다는 뜻이다. 때리는 게 아니라 휘두르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 보니 타율도 조금 떨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코칭스태프가 할 수 있는 건 방향과 방법을 알려주는 것일 뿐. 결국 느끼고 실행하는 건 선수다. 박 대행은 "스스로 느끼고 이겨내야 한다"면서 "1군에서 버텨내기 위해선 기술뿐 아니라 체력 등도 관리할 줄 알아야 한다. 계속 하다 보면 조금씩 자신만의 노하우가 생기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박찬호는 25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의 원정경기에서 슬럼프를 끊어내야 모습이 필요했다. 결국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을 택했다. 빠른 발이었다. 3-2로 살얼음판 리드를 한 7회 초 2사 3루 상황, 박찬호는 SK 불펜 정영일을 상대로 재치있는 기습 스퀴즈 번트를 시도했다. 투수와 3루수 중간으로 번트를 보내고 1루로 질주했다. 정영일은 황급하게 뛰어와 공을 집어들려고 했지만 놓치고 말았다. 그 사이 3루 주자 유재신은 홈을 밟았고, 박찬호도 1루에 안착했다.
기습 번트는 주로 발 빠른 타자들이 타격 부진을 겪을 때 분위기 반전을 위해 한 번씩 시도하긴 한다. 그러나 스퀴즈 번트는 빠른 주력과 강심장이 아니고선 시도할 수 없다.
하지만 스퀴즈 번트의 환희는 오래가지 않았다. 도루 욕심을 내다 견제사 당했다. 첫 타석에서 우전안타 이후 시즌 32번째 도루를 성공시킨 박찬호는 내친김에 시즌 4번째 한 경기 도루 2개를 챙기려고 하다가 그만 견제사에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박찬호의 야구센스와 욕심이 교차했지만 KIA는 4대2로 승리하며 팀의 6연패를 끊어냈다. 인천=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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