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한석규가 표현한 '두번째 세종'은 어떤 왕이었을까.
조선의 하늘과 시간을 만들고자 했던 세종대왕(한석규)과 그와 뜻을 함께했지만 한순간 역사에서 사라진 장영실의 숨겨진 이야기를 다룬 사극 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이하 '천문', 허진호 감독, 하이브미디어코프 제작). 극중 세종 역을 맡은 한석규(55)가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에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영화 '우상', '프리즌', '상의원', '베를린', '이층의 악당', '그때 그 사람들', '쉬리' '8월의 크리스마스' '접속' '넘버3', '초록물고기', 드라마 '왓쳐' '낭만닥터 김사부', '뿌리 깊은 나무' 등 멜로, 코미디, 사극, 범죄 액션, 메디컬 드라마에 이르기까지 장르와 역할의 한계가 없는 명실상부 최고의 배우 한석규. 특히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를 통해 기존에 없던 새로운 세종의 모습을 창조하며 시청자의 마음을 빼앗았던 그가 영화 '천문'을 통해 다시 세종으로 돌아왔다.
극중 그가 보여주는 세종은 '뿌리 깊은 나무' 속 세종과는 또 다른 색깔과 매력을 가진 인물. 단언컨대 '천문'에서 한석규가 연기하는 세종은 지금까지 여러 매체를 통해 그려져 왔던 세종 중 가장 입체적이고 다층적인 세종이다. 장난기 많은 순수한 모습부터 카리스마 넘치는 성군의 모습, 나라의 앞날과 절친한 친구를 놓고 고뇌하는 세종의 복잡한 심리까지 우리가 몰랐던 성군 세종의 모습을 입체적이고 다채롭게 그려내며 배우 한석규의 진가를 제대로 보여준다.
이날 한석규는 '천문'에서 세종을 연기하면서 세종의 어머니를 많이 생각하게 됐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사람에 영향을 많이 주는 건 부모님 아닌가. 세종도 이런 위인이 되기까지 어머니의 영향을 많이 받았을 거란 생각이 들더라"며 "세종은 다른 사람을 죽이지 않은 왕이기도 하다. 원래 왕들은 다른 사람들을 많이 죽이며 자리에 오르고 또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많이 죽인다. 적도 많고 다른 사람을 해한 경우도 많다. 하지만 세종은 달랐다. 황이처럼 자신이 왕이 되는 걸 반대했던 사람도 죽이지 않았다. 만약 이방원 같은 캐릭터의 사람이었다면 죽였을 것 같다. 우리 영화에서 나오는 조말생 같은 인물도 부정축재 같은 엄청난 죄를 짓고 충분히 처형을 할 수 있는 사람이었는데도 세종은 죽이지 않았다. 난 그런 세종의 모든 성격이 어머니 민씨의 영향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나도 내가 연기를 함에 있어서 이걸 어떻게 하게 됐을까 혹은 연기를 계속 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뭘까 생각해보면, 일단 연기를 좋아해서 하는 거지만 왜 좋아하는 걸까 생각해보게 되더라. '이걸 해야겠다. 해야지'라고 마음먹었던 때는 고등학생 때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뮤지컬을 보고나서 엄청난 전율을 느끼고 난 이후다. 그게 소위 예술적 체험인 것 같다. 내가 예민한 사람이라서 더 그런 마음을 느낀 것 같은데, 그런 나의 예민함과 예술적 체험을 경험할 수 있는 자각은 나의 어머니의 영향 덕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여 말했다.
집안의 막내라는 한석규는 "집안의 막내는 부모님의 큰 기대를 받는다기보다는 귀여움만 받고 자라지 않나. 나 같은 경우도 나만 귀여움을 받고 자랐다. 그러니 내가 자라면서 무슨 스트레스가 있겠나. 부모님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무언가를 해냈을 때 행복해하는 어머니를 보는 게 행복하다. 어머니의 행복이 나의 행복이다. 나는 내가 잘 된 이유는 어머니의 치성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한석규는 이번 영화의 세종의 가장 중요한 지점은 '사람을 살리려는 인물'이라는 것에 뒀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도라는 사람의 가장 중요한 점은 '살린다'이다. '죽이지 않는다' 가 아니라 살린다"며 '뿌리깊은 나무'에서 연기한 세종과 '천문'의 세종과도 비교했다.
"'뿌리 깊은 나무' 때는 세종이 아버지 태종의 영향을 많은 받은 인물로 해석해 연기했다. 주변 사람을 많이 해한 아버지를 보면서 어버지에 대한 트라우마와 스트레스에 영향을 받은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아버지를 보면서 나는 그렇게 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한 인물이라고 생각했다"며 "이번 영화에서는 어머니의 민씨의 영향을 받은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민씨는 태종과 달랐다. 민씨의 영향을 많이 받은 세종은 '사람을 죽이지 않는다'라는 생각이 아닌 '살린다'라고 생각하며 왕이 됐을거다. '사람을 죽이지 않겠다'와 '살린다'는 다를거라 생각한다. '죽이지 않는다'는 조금 젠틀한 느낌이라면 '살린다'는 더 간절한 느낌이다. '뿌리 깊은 나무'의 세종이 죽이지 않는 왕이라면 '천문'의 세종의 살리는 왕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석규는 본인이 해석한 세종이라는 인물에 대해서 한참을 이야기 했다. 그러면서 "이런 이야기를 민식이 형이랑 이런 이야기를 나누면 정말 눈이 반짝반짝 한다"며 장영실은 연기한 최민식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이런 이야기가 뭐가 좋다고 재미있게 듣겠냐. 그런데 민식이 형은 이런 이야기를 함께 나눌 수 있다. 몇십년을 이렇게 인물에 대해 분석하는 사람이 아닌가. 관심사가 같다는 건 이야기를 나눈다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한석규는 역사 속 세종과 장영실 역시 자신과 최민식과 비슷한 관계였을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역사 속에서 어느 날 갑자기 지워진 장영실에 대해 "세종은 절대 장영실을 죽이지 않았을거다. 장영실과 이야기를 하면 눈이 빤짝반짝 하던 사람이다. 그런 사람을 어떻게 죽이겠냐. 생각해봐라 내가 민식이 형을 어떻게 죽이겠냐. 절대 그럴 수 없는 관계라며 "세종은 장영실을 죽이기는커녕 살리려고 했을 것 같다. 안여 사건 역시 장영실을 살리려고 벌였던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올해로 데뷔 30년을 맞이한 한석규는 과거와 현재의 연기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며 연기를 대하는 배우로서의 태도에 대해서도 말했다. 그는 "연기를 하면 할수록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인 것 같다며 "연기를 하면서 계속 나를 찾아가는 것 같다. 연기하는 삶이 죽어야 끝나는 거다라는 말을 민식이 형이 했던데 같은 마음인 것 같다"고 이야기를 꺼냈다.
이어 "사실 20대 때는 나에 대한 생각을 못하고 남에 대한 생각만 하면서 연기를 했다. 지금은 내가 스스로 나를 돌아보려고 연기를 하는 것 같다. 하면할수록 나에 대한 궁금함이 생긴다"며 웃었다.
한편, '천문'은 '8월의 크리스마스'(1998), '봄날은 간다'(2001), '외출'(2005), '행복'(2007), '호우시절'(2009), '위험한 관계'(2012), '덕혜옹주'(2016)를 연출한 허진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최민식, 한석규, 신규, 김홍파, 허준호, 김태우, 김원해, 임원희 등이 출연한다. 오는 26일 개봉.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chosun.com 사진 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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