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한화 이글스 김민우가 모처럼 강렬한 구위를 과시했다. 3회까지 삼진 7개, 5회까지 9개. 개인 1경기 최다 삼진 신기록(9개)이다. 하지만 로베르토 라모스의 한방이 김민우의 '인생투'를 허용치 않았다.
김민우는 15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LG 트윈스 전에서 5회까지 4안타 4실점을 기록한 뒤 교체됐다.
구위 하나만큼은 올시즌 최고의 경기였다. 강력한 직구는 물론, 곁들여진 포크볼이 눈부셨다. 타자의 타이밍을 뺏는 커브의 타이밍도 좋았다. 1회 1사 2루의 위기에서 라모스와 김현수를 연속 삼진으로 잡아냈다. 2회에는 이형종 유강남 양석환까지 아웃카운트 3개를 모두 삼진으로 잡앗다.
김민우는 3회 들어 다소 제구가 흔들렸다. 첫 타자 정주현이 8구까지 버틴 끝에 볼넷을 얻어냈고, 뒤이은 홍창기의 안타 때 3루까지 재빠르게 달렸다. 오지환의 1루 땅볼 때 3루주자 정주현을 협살로 잡아내며 한숨을 돌리는 듯 했다.
하지만 LG 프랜차이즈 사상 1시즌 최다 홈런 기록을 새로 쓰고 있는 라모스가 문제였다. 라모스는 김민우의 4구째 142㎞ 직구를 통타, 오른쪽 담장을 넘기는 3점 홈런을 쏘아올렸다. 타구 속도가 174.2㎞에 달하는 엄청난 타구였다. 라모스의 타구가 번쩍 하는 순간 이미 타구는 오른쪽 담장 너머로 날아가고 있었다. 라모스의 시즌 33호 홈런.
김민우는 이어 김현수와 이형종을 다시 삼진 처리하며 기세를 되찾았다. 4회에도 선두 타자 이천웅이 행운의 2루타로 출루했지만, 세 타자를 연속 범타 처리하며 추가 실점하지 않았다.
하지만 5회 첫 타자 홍창기가 다시 11구까지 파울을 치며 버티자 다시 흔들렸다. 홍창기는 삼진으로 잡아냈지만, 볼넷으로 출루한 오지환이 2루를 훔치는 과정에서 포수 송구 실책이 겹치며 3루까지 밟았다. 다시 라모스에게도 2개째 삼진을 빼앗았지만, 김현수의 타석 때 폭투가 나오고 말았다. 오지환이 홈을 밟으며 4점째를 내줬다.
5회까지 김민우의 투구수는 무려 104개. 최원호 감독 대행은 김민우의 교체를 결정했다. 생애 최고의 구위를 선보인 날이었지만, 라모스의 '한방'이 원망스러운 하루였다.
대전=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