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곡, 오디오극 산문, 시의 세계를 오가며 현재 독일어권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 볼프람 로츠(Wolfram Lotz)의 '웃기는 어둠'이 이은기 연출로 국내 초연된다. 8일부터 18일까지 드림시어터.
2014년 빈 부르크테아터에서 초연된 '웃기는 어둠'은 2015년 베를린 연극제와 뮐하임 연극제에 초청돼 뜨거운 찬사를 받았으며, 독일 연극전문지 '테아터 호이테' 올해의 극작가상과 작품상, 오스트리아 네스트로이 작가상과 독일어 공연부문 최우수상을 받았다. 초연 이후 전 세계 여러 언어로 공연되고 있는 '웃기는 어둠'은 브레히트의 서사극 기법을 확장하는 동시에 기존 연극문법을 무너뜨리는 연극적 묘미를 한껏 살려낸 포스트 서사극이다.
'웃기는 어둠'은 조셉 콘래드의 소설 '어둠의 심연'(1902)과 이 소설을 영화화한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지옥의 묵시록'(1979)을 토대로 창작된 오디오 극본이다. 오디오 극본이지만 이것을 무대화 할 수 있는 상상력과 가능성을 통해 최대한 원작에 충실하되 최대한 관객과 소통하기 위해 부분적으로 번안했다. 2020년을 살고있는 우리 삶과 더욱더 밀착시켜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연극으로 국내 무대에 첫선을 보인다.
이야기는 주얼리호를 침입한 혐의로 기소된 소말리아 해적이 한국 법정에서 자기 변론을 하면서 시작한다. 이어 대한민국특수전사령부의 노련한 상사와 탈북민 출신 하사가 정신 이상을 보이는 중령을 찾아내는 기밀 임무를 부여받고 정찰보트를 타고 아프가니스탄 밀림 속으로의 기나긴 여정을 펼친다. 전쟁 한복판에서 펼쳐지는 이들의 험난하고 종잡을 수 없는 여정을 통해 우리는 세계 곳곳의 끔찍한 어둠(다국적 기업, 전쟁 난민, 종교분쟁, 테러 등)과 마주한다. 두 군인은 문명과 점점 멀어져 가장 어두운 곳에서 자신의 내면과 타자에 대한 시선, 그리고 그들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 우리 각자의 선택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연극 '웃기는 어둠'은 말할 수 없는 사람들, 혹은 말했지만 우리에게 들리지 않는 사람들을 대하는 우리의 모습을 연극적 상상력을 발휘해 반어적이고 풍자적인 기법으로 보여준다. 머나먼 문화, 머나먼 전쟁, 머나먼 사람 그리고 결국 자신조차 이해할 수 없는 내면 깊은 곳의 어둠을 삶의 희극과 비극 사이를 오가면서 관객에게 연극과 현실의 상관관계를 끊임없이 상기해주면서 '지금, 여기' 우리 자신의 참모습을 조명한다.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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