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무희에서 파리의 연인으로 파격적인 삶을 살다 간 여인 '리진'의 이야기가 무대에 오른다. 극단 유목민은 신경숙 원작을 무대화한 연극 '리진'을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11월 6일부터 15일까지 공연한다.
초대 프랑스 공사로 조선에 온 플랑시의 연인으로 구한말 파리의 조선궁녀로 알려진 리진의 실존여부는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다. 하지만 이를 소설로 풀어낸 원작자 신경숙은 나혜석과 윤심덕보다 한 세대를 앞서 대한제국 최초의 근대여성으로 살다간 리진의 서사를 실제인물들의 삶과 연결해 현실감 있게 엮어냈다.
원작의 인물들을 고스란히 무대로 소환해 낸 정경진 작가는 리진을 사이에 둔 콜랭. 강연. 홍종우. 모파상 등을 통해 당대의 고뇌와 허무를 사랑으로 치환하여 극적으로 이끌어냈으며 무대 위의 자유로운 삶을 원했던 꿈이 끝내 좌절된 리진은 어미와도 같은 명성황후의 비극적인 삶에 동참함으로써 마침내 자유로워진다.
배두나를 키워내고 최근 활발한 무대 작업을 하고 있는 배우 김화영과 영화 드라마 연극에서 폭넓은 활동을 펼치고 있는 이화영. 로테르담영화제 수상작 영화 '프락치'로 데뷔 후 다수의 드라마와 연극무대에서 활동해온 추헌엽과 140대 1의 오디션 경쟁률을 통과한 리진역의 이상경 등 폭 넓은 연령대의 배우들이 연기 앙상블을 보여준다.
차범석 희곡상 수상작 '푸르른 날에'를 통해 역사의 상처를 되새기는데 특출하다는 평을 받고 있는 정경진 작가는 지난 8월, 극단 유목민과 함께 1905년 '묵서가(멕시코의 한자음역어) 이민사건'을 다룬 창작극 '돈데보이'(Donde voy)를 통해 한인 디아스포라(재외동포)의 모습을 재현해 낸 바 있다.
코로나19로 침체된 현장에서 8.15 광복 75주년을 맞이한 진정성 있는 공연으로 호평을 받은 '돈데보이'와 '리진'의 연출을 맡은 극단 유목민 손정우 대표(경기대 교수)는 2012년, 2013년 서울연극제 연출상, 제3회 셰익스피어어워드 연출상, 2019년 루마니아 바벨 페스티벌 베스트연출상을 수상한 바 있다.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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