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삼성 구자욱(28)은 지난 시즌을 일찍 마친 뒤 상경했다.
고척 스카이돔을 찾아 두산과 KT의 플레이오프와 NC와 두산의 한국시리즈를 직관했다.
지난 10일 플레이오프 2차전을 앞두고 인터뷰에 응한 구자욱은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야구를 사랑하고, 경기를 봄으로써 느끼는 점이 생기지 않을까 했고, 실제 그런걸 느꼈어요. 많은 걸 얻었던 것 같아요."
두산과의 플레이오프 1차전, 1회 선제 적시 2루타 후 팬들의 응원을 유도하는 격한 세리머니는 그런 과정에서 탄생했다. "팬분들께 조금이나마 재미 있고, 감동을 줄수 있고, 멋있어 보이고 싶고,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애타는 마음으로 기다렸던 6년 만의 가을야구. 후회 없이, 동료들과 팬들과 함께 오랫 동안 즐기고 싶었다.
실제 구자욱은 2경기에서 7타수3안타(0.429) 3볼넷, 2타점으로 1.000의 장타율과 0.600의 출루율을 기록하며 활약을 이어갔다.
"팬과 선수단과 함께 후회 없는 경기를 했으면 좋겠어요. 그러려면 망설임 없이 과감하게 해야죠. 승패를 떠나 아쉬움 남는 패배라면 두배로 싫을 것 같아요."
하지만 구자욱이 꾼 가을의 꿈은 너무나도 짧고 허망하게 끝났다.
'가을 타짜' 두산을 꺾기 위해서는 그들처럼 즐기고, 그라운드에서 뛰어 놀아야 한다는 사실.
잘 알고 있었지만 1차전 패배로 인한 선수단 전체에 부담감으로 작용했다. 지난 5년 간 가을 내음을 맡지 못한 경험 부족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상대 팀으로부터도 그렇게 또 소중한 교훈을 얻었다.
"두산은 분위기부터 잘 짜여져 있는 느낌이 들었어요. 쉽게 조급해 보이지 않았던 것 같아요. 타자들 치는 거 보고 수비 하는 거 보니까 그냥 평소 같은 1경기라 생각하고 플레이 하는 느낌이었어요."
구자욱에게 올시즌은 의미 있는 한해였다.
타자석에서 조금씩 헷갈리던 타격관에 대한 부분이 올 시즌을 거치면서 확고하게 정립됐다. 더 멀리 치고, 더 빨리 달린 한해였다.
2018년 이후 3년 만에 5할대 장타율(0.519)에 복귀했다. 한 시즌 최다 22홈런과 한 시즌 최다 27도루를 기록하면서 데뷔 첫 20-20을 달성했다. 3년 만에 20홈런에도 복귀했다.
그런 과정 속에 자기 확신이 생겼다.
"제가 연습하기 전부터 배우던 루틴을 지금까지 꾸준하게 해온 것 같아요. 제 자신을 믿었던 것 같아요. 다른 것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제가 해왔던 걸 꾸준히 하다보니 자신감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아쉬움을 남기고 싶지 않았던 구자욱의 가을야구. 그 바람은 아쉽게도 현실이 되지 못했다.
하지만 의미가 없었던 건 아니다. 오늘의 아쉬움이 내일의 환호가 될 것이다. 그 선봉에 더욱 강해진 구자욱이 서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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