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레드삭스가 루스를 현금 10만달러에 팔다.'
보스턴 레드삭스가 베이브 루스를 현금 10만달러에 뉴욕 양키스로 넘긴 날, 보스턴글로브가 뽑은 기사의 헤드라인이다. 그게 102년 전인 1920년 1월 6일이다.
메이저리그의 역사는 루스가 양키스로 이적하기 전과 후로 나뉜다고 한다. 변방 놀거리에 머물던 야구가 미국 최고의 스포츠, 내셔널 패스타임으로 옮겨지기 시작한 게 바로 그날이라는 것이다.
투타 겸업을 하던 루스는 양키스 이적 첫 시즌인 1920년 타자에 전념, 54홈런을 터뜨리며 롱볼 시대를 열었다. 1923년 개장한 양키스타디움, '베이브 루스의 집'은 메이저리그의 메카가 됐고, 루스의 홈런포에 전 미국인들이 열광했다. 루스는 한 시즌 30, 40, 50, 60홈런을 최초로 달성하며 714홈런 기록을 남기고 1935년, 나이 마흔에 은퇴했다.
MLB.com은 이날 루스의 양키스 이적 102주년을 맞아 '102년 전 오늘 메이저리그는 영원히 바뀌었다'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하며 루스의 업적을 집중 조명했다.
MLB.com은 '루스가 12만5000달러에 팔렸다는 주장이 제기되며 트레이드 머니 논란이 벌어지기는 했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다'며 '양키스 구단주 제이콥 루퍼트가 루스에 들인 돈보다 더 의미있고, 역사적인 투자는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투수로도 에이스였던 루스가 타자로 전향한 건 순전히 개인 욕심 때문이었다. 그는 투타 겸업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루스는 1915년 첫 풀타임 선발로 18승을 올린 뒤 1916년과 1917년 각각 23승, 24승을 따내며 최정상급 투수로 자리잡았다. 1916년엔 당대 최고의 투수 월터 존슨과의 맞대결서 5전4승을 거두기도 했다. 1916년과 1918년 월드시리즈에서는 29⅔이닝 연속 무실점 행진을 벌이며 두 차례 보스턴 우승에 기여했다.
그가 타격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1918년. 4~5일에 한 번 선발등판하거나 대타로 가끔 타석에 서는 게 연봉 측면에서 불리하다고 판단하던 터에 1차 세계대전에 빅리거들의 군입대가 이어지면서 선수 부족 사태가 생기자 주전 타자로의 전향을 꿈꾸게 된다.
당시 보스턴 에드 배로우 감독은 루스의 타자 전향을 망설이다가 외야수 해리 후퍼의 강력한 권유를 받고 투수로 나서지 않는 날 루스를 외야수 또는 1루수로 기용했다. 주전 야수로도 활동폭을 넓힌 루스는 그해 투수로 13승7패, 타자로는 11홈런을 치며 생애 첫 홈런왕에 올랐고, 보스턴이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면서 루스의 행보에 탄력이 붙었다.
타격 재미에 푹 빠진 루스는 1919년 투수로는 9승5패에 그쳤지만 타자로 더 많은 출전 기회를 얻어 29홈런을 터뜨리며 전국구 홈런타자로 이름을 알렸다. 거포 변신에 성공한 루스는 양키스로 옮기면서 날개를 달았다. 그는 "타자에 전념하라"는 양키스 밀러 허긴스 감독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각종 홈런 기록을 이어갔다. 루스가 양키스 유니폼을 입은 날부터 메이저리그 역사가 바뀐 셈이다.
루스가 양키스로 트레이드된 날과 함께 메이저리그에서 기념비적인 날로 재키 로빈슨이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1947년 4월 15일, 커트 플러드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 필라델피아 필리스로의 트레이드를 거부한 1969년 10월 7일이 꼽힌다. 인종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FA 제도 탄생의 시발점이 된 날이다.
덧붙여 지난해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가 만장일치 MVP에 선정된 11월 18일도 의미있는 날로 기억될 만하다. 100여년 전 '밤비노'의 재림에 전 세계가 환호했기 때문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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