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최고의 스타급 배우들이 다시 연극 무대에 서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격동의 시기를 겪고 있는 엔터테인먼트 업계. 그 중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곳은 단연 공연 업계다. 취소, 연기 등으로 인해 마음 고생을 하던 공연 업계가 철저한 방역 지침 하에 안전한 공연 관람을 위해 방역 패스 적용 등을 바탕으로 조금씩 기지개를 켜고 있는 가운데, TV·영화 등에서 활약하고 있는 스타급 배우들이 연극 무대에 서면서 연극 업계에 조금씩 활력을 불어넣어주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시기에도 불구하고 호평과 흥행을 모두 이끈 원톱 영화 '인질'로 톱배우로서의 위상을 제대로 보여줬던 황정민은 11일부터 예술의 전당에서 시작된 '리차드3세' 연극 무대에 서고 있다. 황정민은 지난 2018년 '라차드3세'로 약 10년만에 무대에 복귀, 객석점유율 98%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그런 그가 4년만에 다시 리처드 3세로 돌아온 것. 피의 군주로 군림한 악인 리차드3세의 복잡한 내면을 세심하게 표현할 것으로 기대된다. '라차드3세'에는 또 다른 명품 배우 장영남 역시 출연, 엘리자베스 왕비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다.
이상윤 역시 지난 해 말 최고 시청률 17.8%를 기록하며 인기리에 종영한 '원 더 우먼'의 후속 작품으로 드라마나 영화가 아닌 연극 '라스트 세션'을 택했다. 3월까지 공연되는 '라스트 세션'은 영국이 독일과의 전면전을 선포하며 제2차 세계대전에 돌입한 1939년 9월 3일을 배경으로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C.S. 루이스가 직접 만나 논쟁을 벌인다는 상상에 기반한 2인극이다. 이상윤은 2020년 한국 초연 당시 C.S. 루이스 역으로 정식 연극 무대에 첫 도전한 바 있다. 이번 재연에도 같은 역을 맡아 지적이고 강한 신념을 지닌 캐릭터의 특성을 제대로 표현해내며 싱크로율 높은 연기로 호평을 이어갈 예정이다.
전 세계를 휩쓴 히트작 '오징어 게임'으로 단숨에 글로벌 스타로 우뚝 선 오영수와 믿고 보는 배우 신구 역시 '라스트 세션'에서 학자 프로이트로 더블 캐스팅돼 이상윤과 호흡을 맞춘다.
영화 '남산의 부장들' '오! 문희', 드라마 '마우스' 등 장르를 넘나드는 연기력을 선보이며 사랑받고 있는 이희준도 8일부터 공연되고 있는 연극 '그때도 오늘'로 관객을 직접 만나고 있다. 1920년대 광복 전, 1950년대 제주, 1920년대 부산, 2020년대 최전방을 오가며 독립·평화·민주주의를 꿈꿨던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이번 작품에서 이희준은 1980년대의 해동, 1940년대의 윤삼, 1920년대의 용진을 연기하는 남자2 배역을 맡았다.
다양한 드라마는 물론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를 통해 보여준 솔직한 매력으로 눈길을 모았던 이시언도 '그때도 오늘'에 출연한다. 이희준과 같은 남자2 배역으로 번갈아 무대에 선다.
이연희는 지난 해 말 '리어왕'을 통해 연극 무대에 처음 도전했다. '리어왕'은 인간 존재와 인생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아우르며 아름다운 시적 표현으로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중 가장 압도적인 걸작이라 평가받는 작품. 이연희는 코딜리아
와 익살스러운 광대 두 역할을 원캐스트로 임하며 전회차 공연에서 관객을 만났다. 리어왕 역을 맡은 대배우 이순재와 뛰어난 호흡과 케미를 보여줬다. 이연희는 "이번 작품을 계기로 저도 앞으로 꾸준히 무대에 오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연기적으로 훈련해야 할 것들도 많았고, 깨닫게 되는 것들도 많았다. 무엇보다 연극 경험이 많은 선배님들과 함께 하며 가까이에서 그 분들의 연기를 볼 수 있었던 것 만으로도 많은 경험을 얻었다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이처럼 TV·영화 스타들의 연극무대 외출은 자칫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는 단계에 좋은 자극제가 될 수 있다.
또 이상윤이나 이연희처럼 오랜 무명 시절을 건너뛰고 바로 스타덤에 오른 배우들의 경우, 발음이나 연기관 등 기초적인 부문에 있어 제대로된 트레이닝을 받기도 전에 다작을 소화해냈어야 했을 터. 쪽대본에 시달리고, 때로는 대사외우기에 급급해지는 TV와 180도 달라진 환경에서 하늘 같은 선배들을 모시고 같은 대사를 몇 달에 걸쳐 곱씹으며 소화해해는 것은 연기 업그레이드에 큰 도움이 될 수 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연기력도 연기력이지만, 관객 반응을 직접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연극무대는 여타 다른 장르와는 차원이 다른 희열을 안겨준다"며 "무언가 터닝포인트를 마련하려는 스타급 배우들에게 좋은 리프레시 경험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매력적인 무대"라고 전했다.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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