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유희관(36)의 결정은 '두산 베어스'에서 은퇴였다.
두산은 18일 유희관의 은퇴 사실을 알렸다.
유희관은 두산 왼손투수의 역사 그 자체였다.
장충고-중앙대를 졸업한 뒤 2009년 신인드래프트 2차 6라운드(전체 42순위)로 두산에 입단한 그는 입단 후 2년 간은 21경기 출장에 그쳤다.
유희관의 반전 스토리는 상무 야구단 전역 후인 2013년부터 써지기 시작했다.
2013년 5월4일 잠실 LG트윈스전에서 더스틴 니퍼트의 대체로 데뷔 첫 선발로 나왔다. 5⅔이닝 무실점 호투로 눈도장을 받은 그는 5월말부터 본격적으로 선발 로테이션를 소화하기 시작했다.
첫 해 10승을 거두면서 성공적으로 선발 정착을 마쳤고, 이후 2020년까지 8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거뒀다. 이는 역대 4번재 기록.
최고 구속이 120~130㎞대 그치면서 매년 '올해는 어려울 것'이라는 시선을 받았지만, 그 때마다 유희관은 두 자릿수 승리로 가치를 증명했다.
정교한 제구를 바탕으로 한 과감한 몸쪽 승부, 여기에 우타자 기준 바깥쪽으로 향한 싱커까지 곁들인 영리한 수싸움으로 타자를 제압하면서 '느림의 미학'이라는 수식어까지 얻었다.
2020년 시즌 종료 후 유희관은 두산과 1년 총액 10억원에 계약했다.
지난해 9월 19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6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역대 32번째 개인 통산 100승을 달성했다. 그러나 기복있는 모습이 이어지면서 15경기 출장에 그치면서 4승7패 평균자책점 7.71으로 다소 아쉬운 성적으로 시즌을 마쳤다.
한국시리즈를 마치고 두산과 유희관은 11월에 한 차례 만남을 가졌다. 은퇴로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할지 혹은 현역 생활을 이어갈지에 대한 논의가 나왔다.
장호연이 가지고 있는 두산 최다승(109승)에 대한 목표도 있고, 몸 상태도 좋았다.
은퇴가 가까워진 것은 느끼고 있었지만, 섣불리 말을 꺼내기가 쉽지는 않았다.
두산에서 입지는 좁아졌지만, 경험이 풍부한 유희관은 선발진 공백을 채울 수 있는 1순위 투수였다. 그러나 유희관은 다른 유니폼에 대한 고민은 없었다. 1~2년을 덜 뛰어도 두산의 선수로 마치고 싶다는 욕심이 컸다. 한 관계자는 "유희관에게 두산은 정말 특별한 팀인 거 같다. FA 때도 그렇고, 다른 선택지를 두지 않고 두산에서 뛰고 싶다더라"라고 이야기했다.
유희관은 치열한 고민에 들어갔다. 두산도 일단 보류선수 명단에 포함하면서 충분하게 고민의 시간을 줬다.
다만, 고민의 시간이 길어지면서 오해의 시선도 생겼다. 유일한 미계약자로 남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구단과 갈등으로 비춰졌고, 비난 여론도 생겼다.
긴 고민을 이어가던 유희관은 결국 후배들에게 자리를 넘겨주기로 결정했다. 1월 중순 의사를 내비쳤고, 18일 최종적으로 결정을 마쳤다. 통산 101승. 두산 좌완 최다승의 현역 마침표였다.
유희관은 "야구와 베어스를 너무 사랑했던 만큼 떠나는 마음에 미련이 남지만, 이제는 베어스의 후배들이 더욱 잘 성장해서 베어스의 미래를 이끌 것이라고 생각하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앞으로 두산베어스 유희관이라는 말을 못한다는 게 슬프지만 제 마음속에 베어스는 영원할 것"이라며 두산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추후 진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20년 넘게 야구만 보면서 살아왔던 만큼, 휴식을 취하면서 앞으로 진로를 결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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