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롯데 이학주가 전 소속팀 선배 오승환과의 악연을 이어갔다.
이학주는 31일 대구 삼성전에 8번 유격수로 선발 출전, 4타수2안타 1타점으로 타선을 이끌었다. 7회 삼성 중견수 김현준에게 도둑 맞은 좌중간 2루타성 타구까지 감안하면 사실상 3안타 경기였다.
수비와 주루도 악착 같이 했다. 눈에 불을 켜는 이유가 있다.
우선, 자신을 버린 친정팀과의 경기. 집중력이 배가된다.
게다가 3차전 상대 선발은 자신과 트레이드 상대였던 최하늘이었다. 신인 지명권과 함께 삼성으로 간 최하늘이 잘 던지고, 이학주가 못하면 말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이날 롯데가 다 진 경기를 5대5 무승부로 마칠 수 있었던 건 이학주 덕분이었다.
3-4로 뒤진 9회초. 삼성은 '끝판왕' 오승환을 투입해 한점 차 승리 굳히기에 나섰다.
하지만 삼성 뜻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선두 정 훈의 안타와 안치홍이 뜬공으로 1사 1루.
이학주가 타석에 섰다.
초구를 작심하고 노린듯 가운데 몰린 132㎞ 포크볼에 거침 없이 배트가 돌았다.
당겨친 타구가 우중간을 갈랐다. 1루주자 박승욱을 홈으로 불러들이는 천금 같은 동점 적시 2루타. 2루에 도착한 이학주는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박수를 치며 격하게 환호했다. 홈 커버를 갔다가 돌아오는 오승환의 표정은 일그러져 있었다.
이학주는 후속 타자 고승민의 우전 적시타 때 이를 악물고 달린 뒤 홈을 향해 온 몸을 날렸다. 5-4 역전 득점에 성공한 뒤 벌떡 일어서 어퍼컷 세리머니를 펼쳤다.
전 소속팀 선배 오승환과의 악연.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적 후 친정 삼성과의 첫 시리즈 마지막 경기였던 지난 4월24일 대구 삼성전.
삼성은 3연전 스윕패 직전에 몰려 있었다. 21일 창원 NC전에서 5연패를 끊고 홈으로 왔지만 롯데에 3연전 내내 고전했다. 이날도 끌려가던 삼성은 8회말 득점으로 4-6으로 추격하자 9회초 마무리 오승환을 올렸다. 잘 막고 9회말 역전을 노려보자는 심산.
선두 타자는 이학주였다. 프로 입단 후 오승환과의 첫 맞대결.
이학주는 2구째 슬라이더에 느닷없이 기습번트를 댔다. 3루 쪽으로 큰 바운드가 이뤄지며 오승환은 1루에 던져보지도 못했다. 기분 나쁜 번트안타. 오승환의 얼굴에 쓴웃음이 스쳤다.
2점 앞서고 있지만 쐐기점이 필요했던 상황. 출루가 필요한 선두타자로선 충분히 시도해볼 만한 기습번트였다. 하지만 유쾌하지 않게 삼성을 떠난 이학주의 이적 정황과 맞물려 호사가들의 입방아를 낳았다.
기분이 상한 탓일까. 오승환은 한동희에게 초구 패스트볼을 던지다 3루수 옆을 스치는 2루타를 맞았다. 1루를 출발한 이학주는 이를 악물고 전력질주로 홈을 밟았다. 7-4를 만드는 쐐기 득점. 덕분에 롯데는 무려 2124일 만에 삼성을 상대로 3연전 스윕에 성공했다.
올시즌 0.210의 타율에 그치고 있는 이학주는 올시즌 친정만 만나면 눈에 불을 켠다.
5개 팀을 상대로 1할 이하의 타율인데 삼성을 상대로만 유일한 3할 타율에 4타점이다. 시즌 유일한 홈런도 삼성을 상대로 때려냈다.
그중에서도 오승환에게는 3타석 2타수2안타(1.000) 1타점, 1볼넷으로 100% 출루를 이어가고 있다.
결정적일 때마다 카운터블로를 날렸다. 친정을 상대로 유독 더 집중하고, 더 열심히 뛰는 모습.
과연 삼성은, 특히 오승환은 다음 만남 때 떠나간 옛 동료에게 진 빚을 갚아줄까. 흥미로운 관전포인트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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