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스포츠조선 노주환 기자]"영리한 플레이로 봐주시면 좋겠다. 나를 사랑해주는 팬들에게 감사드린다."
잘 생긴 외모와 하루게 다르게 성장한 기량으로 대구FC에서 큰 사랑을 받았던 미드필더 정승원(24·수원삼성). 그는 이제 대구FC 팬들과 애증의 관계가 돼버렸다. 대구 축구를 사랑하는 다수의 팬들은 지난 겨울 대구를 떠난 정승원에게 아쉬움이 컸다. 물론 일부 팬들은 여전히 정승원을 좋아한다. 정승원은 작년 겨울, 자신이 스타로 성장한 대구FC를 떠났다. 여러 일들이 있었다. 결과적으로 그는 1년 계약이 남았지만 대구FC와 작별했고, 대신 그를 더 원했던 수원 삼성과 계약했다.
정승원은 지난 5월 8일 첫 대팍 원정에서 처참한 패배를 맛봤다. 선발 출전해 열심히 뛰었지만 수원삼성은 0대3 완패를 당했다. 그리고 3일 두번째 친정팀 방문. 정승원과 수원삼성 선수들은 각오가 남달랐다. 대구 원정 전까지 최근 10경기서 승리가 없었다. 대구FC도 직전 6경기에서 승리하지 못했다. 두 팀은 격렬하게 맞붙었다. 날선 신경전이 그라운드 이곳저곳에서 자주 벌어졌다. 후텁지근한 날씨 만큼이나 승점 3점을 차지하기 위한 전투는 처절했다. 심판진은 양팀 선수들의 달아오른 분위기를 사전에 컨트롤하지 못했다. 양팀 모두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홈팀 팬들은 심판의 애매한 판정에도 즉각 반응했다.
대구팬들이 앉은 관중석에서 정승원을 향해 야유가 쏟아졌다. 그가 볼을 잡고 대구 진영으로 공격을 전개할 때마다 그랬다. 정승원도 기죽지 않았다. 오히려 해보라는 듯 웃으면서 대구 수비수들과 치열하게 맞붙었다. 90분의 사투는 원정팀 수원삼성의 2대1 승리로 끝났다. 일부 열혈 대구팬들은 아쉬움과 분노 등이 뒤섞여 대팍을 쉽게 떠나지 못했다.
경기 후 만난 정승원은 이렇게 말했다. "영리한 플레이로 봐주시면 좋겠다. 야유를 보내주는 팬들도 있지만 나를 응원하는 대구팬들도 있다. 나는 나를 응원하는 팬들을 생각하면서 열심히 한다. 그분들에게 감사하다는 얘기를 꼭 하고 싶다. 물론 나에게 야유를 보내는 팬들도 있다는 걸 안다. 나는 오늘 수원삼성을 위해 그라운드에서 열심히 했다. 야유 소리를 들으면서 오히려 더 영리하게 플레이를 하고 싶었다. 아무렇지도 않은 것 처럼 더 노력했다. 그게 프로다운 자세라고 생각한다. 멀리 대구까지 응원하러 온 수원삼성팬들에게 감사드린다." 이날 정승원은 선발 풀타임을 뛰었고, 수원삼성 이병근 감독은 "정승원이 숨은 MVP였다"고 평가했다.
대구=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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