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삼성 라이온즈 야구단은 다소 묘한 구조다.
최대 주주는 60%가 넘는 제일기획이지만 지원이 아닌 운영 주체다. 돈은 한푼도 쓰지 않는다. 10%가 넘는 대주주 중에는 신세계그룹도 있다.
주식 보유수와 관계 없이 광고비 등 실질적 운영 자금은 삼성전자 등 그룹 계열사에서 나온다. 돈을 쓰는 곳과 운영주체가 다르다 보니 어디도 제대로 관심을 가지기 힘든 구조다. 이는 제일기획에 이관된 이후 몰락의 길을 걸어온 축구단 배구단 등 참담한 성적이 대변한다.
2016년 제일기획 이관 후 라이온즈도 어김 없이 야구명가의 빛을 빠른 속도로 잃었다.
2010년부터 2015년까지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며 4년 연속 통합우승(2011년~2014년)을 이뤄냈던 삼성은 2016년 9위로 추락했다. 이후 5년 간 줄곧 하위권을 맴돌았다.
지난해 무려 6년 만에 정규시즌 2위로 반짝 했지만 밑에서 치고 올라온 두산에 플레이오프 2연패를 당하며 빛의 속도로 탈락했다. 반등의 원년이 되나 했지만 불과 1년 만에 빠르게 제 자리로 돌아왔다. 오히려 악화됐다. 올시즌 1982년 구단 창단 이후 최다인 13연패 속에 속절 없이 추락했다. 결국 허삼영 감독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사퇴하며 희생양이 됐다.
삼성은 3일 현재 9위다. 아래는 한화 이글스 밖에 없다. 문제는 앞으로도 뾰족한 희망적 요소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모든 것들이 공교롭게도 최신식 구장 라이온즈파크 개장 이후 벌어진 참사였다. 올드팬 많기로 유명한 라이온즈 팬들은 애가 탄다. 야구장 밖에 플래카드를 붙이고, 트럭시위를 하는 팬들 외에 말 없이 삼성의 몰락을 안타까워 하는 조용한 팬들도 많다. 구단이 주장하듯 '팬이 주인'이 맞다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삼성 라이온즈의 몰락은 주주팀인 SSG 랜더스의 역사적 약진과 맞물려 더욱 초라해 보인다.
지난해 SK 와이번스를 인수해 프로야구에 뛰어든 SSG 랜더스는 불과 2년 만에 역사적 최강팀으로 자리매김 했다. 올시즌 역대 개막연승 최다인 10연승으로 출발한 랜더스는 역대 최장 기간 1위 신기록을 경신했다. 7할에 가까운 높은 승률(3일 현재 0.688)로 역대 최고 승률 정규 시즌 우승(2008년 SK 0.659)을 향해서도 순항중이다.
이 모든 약진의 배경에는 정용진 구단주의 전폭적 지원과 높은 관심이 있다.
정 구단주는 메이저리거 추신수와 김광현을 잇달아 영입, 그라운드 안팎의 시너지효과를 극대화 하며 최강 전력의 틀을 마련했다. 문승원 박종훈 한유섬 등 내부 핵심 자원들을 비FA장기계약으로 잔류시키면서 팀에 대한 충성도와 결속력을 높였다. 야구장을 수시로 찾아 팬, 그리고 선수단과 소통하는 적극적인 행보로 자부심과 사기를 높이고 있다.
똘똘 뭉친 선수단의 힘은 무서운 시너지를 내고 있다. 매 경기 결승전 처럼 치르면서도 승리를 에너지원 삼아 더 높은 목표를 향해 달리고 있다.
다행히 삼성 라이온즈도 변화의 조짐이 있다.
실질적 오너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근 라이온즈 13연패에 안타까움을 표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프로스포츠 뿐 아니라 올림픽 등 국가적 스포츠 발전에 크게 이바지해 온 삼성이 스포츠단에 거리를 두기 시작한 건 정치적인 논란 이후다. 이재용 부회장이 이번 8·15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경영 일선에 복귀할 경우 스포츠에 대한 삼성 그룹 차원의 전폭적 지원도 재개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야구단 만큼은 삼성 이름을 달고 있는 프로스포츠단의 상징적 존재란 그룹 내 인식이 강한 만큼 겨우내 대대적 지원을 통한 변화와 쇄신의 환골탈태가 이뤄질 수 있다.
침체일로였던 삼성 야구. '기조'의 문제일 뿐이다. 삼성이 마음 먹고 달려들면 하루 아침에 확 달라질 수 있다. 오랜침묵, 팬들의 아우성이 넘쳐난다. 이 부회장이 관심이 보여야 삼성이 달라진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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