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나이 들어 현명해지고(Old and Wise)."
영국 프로그레시브록 밴드 알란 파슨스 프로젝트가 1982년 발표해 히트한 노래다. 휴스턴 애스트로스 저스틴 벌랜더가 딱 그렇다. 결코 욕심내지 않았다.
벌랜더는 24일(이하 한국시각) 미닛메이드파크에서 열린 미네소타 트윈스와의 홈게임에 선발등판해 6이닝 무안타 무실점의 완벽한 피칭을 펼치며 4대2 승리를 이끌었다. 2회초 스트라이크아웃 낫아웃으로 1명을 출루시켰을 뿐, 6이닝 노히터, 아니 퍼펙트나 다름없었다.
벌랜더는 생애 4번째 노히터를 달성할 수 있는 기회지만, 그대로 마운드를 물러났다.
경기 후 더스티 베이커 휴스턴 감독은 "벌랜더는 나이가 들면서 더 현명해졌다(older and wiser). 위험한 게 뭔지 알고, 아직 38게임이 남아 있어 할게 많이 남았다는 것도 알고 있다"면서 "그는 오늘만 본 게 아니고, 자신만을 생각하는 게 아니었다. 큰 그림을 보고 있다. 팀과 자기 자신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투구수는 91개로 사실 교체돼도 뭐라 할 말은 없었다. 그러나 올시즌 그가 투구수 100개 이상을 기록한 경기가 9번이나 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1이닝 정도는 더 던질 수 있었다. 게다가 스코어도 6회까지 2점차 리드로 불안했다.
베이커 감독은 "다음 턴부터는 5인 로테이션을 가고자 한다. 그러니까 벌랜더가 오늘 90개 이상을 던지면 안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휴스턴은 최근 6명의 선발투수로 로테이션을 돌리고 있는 상황이다.
벌랜더는 경기 후 "올시즌 시작할 때로 돌아가 보면 의사들과 트레이너들한테 '내가 괜찮다면 이닝 제한을 둘 이유가 없다'고 말할 것"이라며 "팀은 나를 위해 이런저런 놀라운 일을 해줬다. 6인 로테이션을 돌리기도 했고, 시즌 초 내가 회복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해줬다. 사실 그런 것들이 나한테는 힘든 부분이었지만, 그 이후로 난 내가 마운드에 오를 때마다 점점 좋아지고 있다고 느낀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어차피 9이닝을 던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포수와 투수코치와도 같은 의견이었다. 잘한 결정이었다"고 했다.
MLB.com은 '나이가 들고 더 현명해진 벌랜더는 큰 그림을 보고 있다. 노히터 기회에도 불구 자진 강판했다'며 '10년 전이라면 브레이크를 밟지 않았을 상황인데, 나이와 경험이 그의 생각을 바꿨다. 더구나 토미존 수술을 받고 복귀했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논평했다.
이날 호투로 벌랜더는 생애 3번째 사이영상을 굳혔다. 올시즌 23경기에서 16승3패, 평균자책점을 1.97을 마크, 두 부문 아메리칸리그 단독 1위다. 투구이닝은 공동 2위, 탈삼진 7위, WHIP(0.85) 1위, 피안타율(0.188) 2위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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