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LG 트윈스와 주말 첫 경기를 앞두고, 대전야구장 1루측 더그아웃에서 문동주 인터뷰가 진행됐다. 이날 항저우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선발된 문동주는 어린 시절에 육상대표팀 코치로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 참가한 아버지를 보고, 아시안게임 대표선수를 꿈꿨는데 꿈을 이뤄 기쁘다고 했다. 그런데 텅빈 더그아웃에 슬그머니 나타나 익살맞은 얼굴 표정을 연출하며 문동주의 인터뷰를 방해하려고 시도한 한 선수가 이었다. 베네수엘라 출신 외국인 투수 리카르도 산체스(26).
지난 주중 잠실 두산 베어스전을 앞두고, 마무리투수 박상원(29)은 산체스와 함께 훈련을 마치고 라커룸으로 향하면서, 근처에 있던 취재진에게 한국어로 인사를 시켰다. 박상원은 세살 아래 동생 산체스에게 한국식 인사 등 여러가지를 가르쳐주고 있다고 했다.
한화 이글스에 합류한 지 한달. 대체 외국인 선수로 들어와 빠르게 팀에 녹아들었다. 요즘 산체스는 한화의 '핵인싸'다. 2⅔이닝 60구를 던지고 퇴출된 버치 스미스의 악몽을 말끔하게 지워버렸다.
6월 10일 LG전에 선발등판한 산체스는 8회까지 2안타 8탈삼진 무실점 역투를 했다. 8회 2사
후 주자없는 상황에서, 김민성을 헛스윙 삼진으로 잡은 112구째 패스트볼이 시속 151km를 찍었다. 7대0 완승으로 이끈 완벽투.
지난 5월 11일 삼성 라이온즈전에 첫 등판해 4이닝 무실점. 5월 17일 롯데 자이언츠전(5이닝 1실점), 5월 23일 KIA 타이거즈전(5이닝 무실점), 5월 30일 키움 히어로즈전(6이닝 1실점)까지 호투하다가, 6월 4일 삼성전(4⅓이닝 5실점)에서 고전했다. 5일을 쉬고 마운드에 올라 KBO리그 최다이닝, 최다투구를 했다. 시속 150km 안팎의 패스트볼, 안정된 제구로 LG 타선을 공략했다.
기존 외국인 투수 펠릭스 페냐(33)가 살아나고, 산체스가 자리를 잡으면서, 오랫동안 기다렸던 외국인 '원투펀치' 조합이 탄생했다. 외국인 투수들의 부진으로 악몽같은 시간을 보냈던 팀이 이제 부러움의 대상이 됐다.
올해 출발이 안 좋았던 페냐는 산체스가 합류하기 직전부터 안정을 찾았다. 5월 4일 두산 베어스전부터 6월 9일 LG전까지, 7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했
다. 3연패중에 맞은 지난 9일 LG전에선 6이닝 3실점하고, 연패 탈출의 디딤돌을 놓았다.
10일 현재 한화는 KBO리그 10개팀 중 맨 바닥에 자리하고 있다. 여전히 투타 밸런스가 어긋날 때가 많은 최약체 전력이다. 그러나 페냐, 산체스 '원투펀치'가 등판하는 경기는 상대를 바짝 긴장하게 한다.
페냐가 시즌 네 번째 출전한 5월 4일 두산전부터, 산체스가 선발로 나선 6월 10일 LG전까지, 두 외국인 투수 등판한 13경기에서 팀은 10승을 했다. 외국인 '원투펀치' 등판시 승률이 77%다. 이 기간에 한화는 30경기에서 14승(2무14패)을 올렸는데, 71.4%를 두 외국인 투수가 등판했을 때 챙겼다.
같은 기간에 페냐가 7경기 3승1패-평균자책점 2.25, 산체스가 3승-1.39를 마크했다. 둘이 76⅓이닝을 책임지고, 6승1패-1.89를 올렸다.
고진감래(苦盡甘來).
지난 시즌 초반 외국인 투수 2명을 모두 교체한 한화는 4명이 167⅓이닝을 던져 8승13패, 평균자책점 3.71를 기록했다.
시즌 중반 재도약의 출발점은 외국인 '원투펀치'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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