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안소윤 기자] 올해로 연출 데뷔 40주년을 맞이한 정지영 감독이 영화 '소년들'을 통해 관객들에 묵직한 메시지를 전한다.
11월 1일 개봉한 '소년들'은 지방 소읍의 한 슈퍼에서 발생한 강도치사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소년들과 사건의 재수사에 나선 형사,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사건 실화극이다. 영화 '남부군', '부러진 화살', '남영동 1985'의 정지영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4년 만에 신작으로 돌아온 정 감독은 "진작에 개봉을 했어야 했는데, 늦어지는 바람에 상당히 기다렸다. 한국 영화가 잘 안 되는 상황에 개봉하게 돼서 다들 손해라고 말씀하시는데, 만든 사람 입장에선 안 그렇다. 빨리 작품에 대한 심판을 받고 싶다. 관객들도 개봉이 늦어지면 옛날 영화라는 걸 느낌으로 다 안다. 다행히 아직은 싱싱할 때 작품을 선보이게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소년들'은 1999년 전북 완주에서 발생한 삼례나라슈퍼 사건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정 감독은 삼례나라슈퍼 사건을 다루게 된 계기에 대해 "재심에 특별히 관심을 가졌던 건 아니었다. 약촌오거리 사건을 처음 접했을 때 소시민과 공권력의 관계를 발견했다. 힘 있는 자들이 소외당하고 가난한 자들에 어떤 식으로 접근하는지 작품 안에 담고 싶었다. 우리 같이 평범한 사람들도 무시를 당하거나 혹은 관심을 못 받을 때 있지 않나. 이러한 문제들이 영화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작품을 위해 실제 사건의 피해자도 만났다는 정 감독은 "진범은 못 만나봤고, 소년들은 박준영 변호사를 통해 미리 자료를 받아서 어느 정도 틀을 잡은 후에 만났다. 최근 전주에서 시사회를 열었는데, 소년 중 한 사람이 '감사합니다'라는 문구를 적어서 꽃다발을 선물해 줬다"며 "영화감독을 해야 이러한 보람을 느낄 수 있구나 싶었다"고 감격을 표했다.
극 중에선 설경구가 우리슈퍼 강도치사사건의 재수사를 시작한 완주서 수사반장 황준철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정 감독은 황준철이란 캐릭터에 대해 "약촌오거리 사건 속 황 반장이란 사람을 먼저 파악하려고 했다. 나중에 황 반장을 만나보니 돈 욕심이 많고, 자기 스스로가 무언가를 해내서 폼 나고 싶어 하는 사람이더라. 파출소에서 좌천되고서도 용기를 내서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다"며 "이후 황 반장이란 인물 자체를 '소년들'에 녹여보고 싶었다. 황 반장은 말 그대로 '미친개' 캐릭터이지 않나. 본인이 닥친 상황에 좌절하면서 무너졌지만, 결국 그 속에 있는 황 반장의 본질이 안 없어진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황준철 역에 설경구를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정 감독은 "설경구가 승낙할 때까지 기다리려고 했다. 17년이란 세월을 한 작품 안에 잘 녹여낼 수 있는 연기자는 설경구밖에 없다. 예전에 이창동 감독을 응원하려 '박하사탕' 촬영에 갔을 때 설경구를 처음 봤는데, 신인 배우가 반가워하지도 않고 그냥 인사만 하고 가더라. 속으로는 '뭐 저런 놈이 있나' 싶었다. 나중에 이 감독한테 들어보니 캐릭터에 빠져 살아서 그렇다더라. 집에 가서도 작품 속 캐릭터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으면 얼마나 불편하겠나. 연기도 좋지만 본인의 삶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어느 순간부터는 균형을 잘 잡기 시작하더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블랙머니'에서 함께 작업했던 배우 조진웅이 '소년들'에 특별출연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정 감독은 "영화에서 분량은 적지만, 상당히 중요한 역할"이라며 "역할 비중이 작다고 조연 배우를 쓰면 긴장감이 떨어지지 않을까 우려스러웠다. 설경구와 붙었을 때 지지 않을 것 같은 근사한 캐스팅을 하고 싶었다. 조진웅에 특별출연 이야기를 했을 때 다행히 흔쾌히 출연해 줬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정 감독은 한국 배우들을 향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제가 사람은 잘 못 보는데, 연기 잘하는 사람을 단번에 알아볼 수 있다. 전 세계에서 한국 배우들이 연기를 제일 잘한다. 캐릭터를 파악하고 구현하는 능력이 할리우드보다 뛰어나다"고 말하며 자랑스러워했다.
안소윤 기자 antahn22@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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