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프로 데뷔 10년만에 첫 풀타임 출장. 그리고 10년 후 여전히 가장 많은 경기에 나가는 두산 베어스의 유격수.
1985년생인 김재호는 올해 39세다. 법 개정 이전의 '한국나이'로 따지면, 그의 올해 나이는 '불혹'인 40세에 접어든다. 프로 선수의 신체적 기량과 평균적인 활동 기간을 고려했을 때 전성기를 지난 시점. 최근들어 40대 현역 선수들의 숫자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평균 은퇴 시점도 늦춰졌지만, 분명 현역 후반부를 향해가는 시기인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2023시즌 두산에서 유격수로 가장 많은 경기를 뛴 선수는 김재호였다. 그는 유격수로 144경기 중 86경기에 나섰다. 10개 구단 주전 유격수 중 가장 나이가 많다.
삼성 라이온즈의 최다 출전 유격수인 이재현은 2003년생으로 김재호와 18살 차이가 나고, 키움 히어로즈 최다 출전 유격수 김휘집은 2002년생, NC 다이노스 주전 유격수 김주원도 2002년생이다. 그나마 가장 김재호와 나이대가 비슷한 타팀 주전 유격수가 1989년생 노진혁(롯데), 1990년생 오지환(LG)과 김상수(KT)다.
유격수는 내야 수비의 사령관으로 불리는 포지션이다. 움직임이 많아 체력 부담이 크고, 강한 타구를 처리하고 강한 송구를 뿌려야 하는 내야의 핵심이다. 점점 더 다양한 유형의 타자들이 늘어나면서 이제는 위치를 가리지 않고 전체가 더 중요하다고 하지만, 과거에는 타격이 극도로 부진해도 주전으로 유격수를 맡는 '수비형 유격수'가 대세였을 정도다. 그렇기 때문에 1루나 3루, 2루에 비해 평균 수명도 짧다.
두산은 스프링캠프가 시작하고도 열흘 가까이 지난 2월 9일에서야 2024시즌 연봉 계약 결과를 발표했다. 마지막 미계약자 김재호 때문이었다. 김재호의 2023시즌 연봉은 5억원. 2023시즌까지는 기존 FA 계약이 적용된 액수였다. 아직 FA 재자격을 취득하지 못한 상태로 올해는 연봉 재계약 대상자가 됐다.
FA 계약이 아닌 일반 연봉 협상이 진행되다보니 의견 차이가 있었다. 삭감폭을 두고 두산의 주전급 선수들의 캠프가 진행되는 시점에도 결론이 나지 않다가 결국 3억원에 사인했다.
김재호와의 연봉 계약은 진통 끝에 마무리됐지만, 여전히 현 시점 두산 베어스의 고민 포인트를 들여다볼 수 있는 대목이다. 지금 김재호가 없으면 아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천재 유격수'라 불리던 김재호도 기존 주전 유격수 손시헌의 존재로 인해 입단 후 수년이 지나서야 조금씩 출장 기회를 늘려나갔다. 그가 처음 주전으로 풀타임을 치른 것은 입단 후 10년이 지난 2014시즌이었다. 손시헌, 김재호로 이어지는 두산의 유격수 계보는 그 뒤 확실한 후계자 대관식을 치르지 못한 상태다.
안재석, 이유찬 등 두산이 야심차게 선발한 대형 유격수 신예 자원들 외에도 보상 선수로 지명한 후 지난 시즌 확실하게 눈도장을 찍은 박준영, 박계범, 전민재 등 후보는 넘쳤다. 지난 시즌 이승엽 신임 감독이 부임 후 가장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던 포지션 역시 유격수다. 당장 김재호가 물러나야한다는 것이 아니라, 김재호를 포함한 경쟁이 이뤄지되 궁극적으로는 그의 다음 자리를 맡아줄 수 있는 차기 주전 유격수를 크게 키우고 싶은 의지가 작용했다.
그리고 한 시즌을 치렀지만, 여전히 김재호가 가장 많은 경기를 뛴 유격수라는 사실은 허탈함도 있다. 이제는 정말 베어스의 주전 유격수 계보를 이을, 다음 대형 유격수의 성장이 필요한 시점이다. 올해도 경쟁은 예고돼 있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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