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이길 것 같았다. 이길 줄 알았다. 결과는 역전패. 또 졌다. 20년째다.
'세상에서 가장 축구를 못하는 나라' 산마리노가 또 울었다. 21일(한국시각) 산마리노 세라발레에 있는 홈구장 산마리노 스타디움에서 열린 세인트키츠네비스와 A매치 친선전에서 1-3으로 패했다.
이로써 온 국민이 고대하던 무승 징크스 탈출에 실패했다. 산마리노는 2004년 리히텐슈타인을 상대로 1-0으로 승리한 뒤 20년 동안 128경기를 치러 단 한 번도 승리하지 못했다. 통산전적은 207경기 1승 9무 197패다.
산마리노는 2024년 2월 기준 FIFA 랭킹 최하위(210위)다. UN이 추산하는 산마리노의 인구는 3만2960명. 울릉도보다 면적이 작다. 축구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았다. 대표팀 선수 중 대부분은 본업이 있는 '투잡 선수'다. 소속 리그도 이탈리아 하부리그 혹은 산마리노 리그에 속해있다. 전문 축구인으로 구성된 여타 다른 대표팀과는 차이가 있다.
2004년 역사적인 첫 승리 현장을 누볐던 시모네 바키오니(47)는 이번 세인트키츠네비스전을 앞두고 한 영국 일간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우리는 선수이자 노동자다. 그저 평범한 사람들이다. 하루 종일 일하고 경기장에 가서 축구를 한다"고 말했다.
그는 "2004년에 펼쳐진 경기가 아직도 마지막 승리, 유일한 승리라는 점이 좋지만은 않지만, 모범을 보이고 승리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데 기여했다는 것에 기쁨을 느낀다. 지난 몇 년간 많은 일이 있었고, 많은 것들이 개선되었다. 이제는 그 노력을 승리로 바꿀 때"라고 밝혔다.
이번 친선전은 절호의 기회로 여겨졌다. 중앙아메리카의 섬나라인 세인트키츠네비스는 FIFA 랭킹 147위 약체다. 지난해 11월 과들루프전 0-5 패배를 포함해 최근 9경기에서 7번 패했다. 장거리 유럽 원정도 변수였다. 산마리노는 이탈리아에 둘러싸인 내륙국가다.
반면 산마리노는 대표팀 역사상 최초로 지난 3경기 연속 득점했다. 북유럽 강호 덴마크, 핀란드와 유로2024 예선에서 1-2로 아슬아슬하게 패했다. 0-9(2019년 10월 벨기에전), 0-7(2021년 3월 이탈리아전), 1-7(2021년 9월 폴란드전)로 참패하던 시절과는 다르다.
산마리노 대표팀 미드필 로렌조 카피키오니(22·사마우레세)는 경기 전 "우리가 이겼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이 안 된다. 이번에는 확실히 해낼 수 있다고 믿는다. 우리는 지난 10월 홈에서 덴마크를 상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1-2로 뒤진 상황에서 동점골을 위해 마지막 20분 동안 상대를 몰아붙였다"고 말했다.
산마리노는 "오늘이 그 날이다"라고 외쳤다. 전반 21분 필리포 베라르디가 페널티킥으로 선제골을 넣으며 앞서나갈 때만 해도 분위기가 좋았다. 하지만 31분 티콴 테렐에게 동점골, 45분 안드레 버리에게 역전골을 허용했다. 후반 4분 해리 파나이로토우에게 쐐기골을 내주며 무너졌다.
하지만 산마리노엔 한 번의 기회가 더 남아있다. 25일 같은 경기장에서 같은 팀을 상대로 두번째 친선전을 펼칠 예정이다. 산마리노는 과연 20년의 한을 풀 수 있을까?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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