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야구 잘해서만 멋있는 게 아니다, 이래서 메이저리그가 멋있는 거다.
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2024 시즌 메이저리그 공식 개막전이 열린 20일 고척스카이돔.
2회말 샌디에이고 5번타자 김하성이 첫 번째 타석에 들어서는 순간이었다. 이날 고척스카이돔에서 울려퍼진 함성 중, 가장 큰 소리가 나왔다. KBO리그 최고 유격수에서, 전 세계가 주목하는 메이저리그 최고 유격수로 변신해 돌아온 김하성에 대한 최고의 예우였다.
그런데 랜스 박스데일 주심이 갑자기 홈플레이트 흙을 털기 시작했다. 경기 초반이라 흙도 없었는데, 열심히 흙을 털었다.
그리고 다저스 포수 윌 스미스가 김하성에게 뭔가 사인을 줬다. 김하성은 그제서야 눈치를 챈 듯 헬멧을 벗고 고척돔을 가득 채운 관중들에게 인사를 했다. 생각을 못한 듯, 준비된 동작같아 보이지는 않았지만 어찌됐든 멋진 복귀 신고식을 했다. 다저스 선발 타일러 글라스노우는 마음껏 즐기라는 듯, 돌아서서 로진백을 만지고 있었다.
이번 서울시리즈 주인공은 김하성이다. 고향에 '금의환향'했다. 샌디에이고 동료들은 "김하성이 한국에 와 너무 즐거워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입을 모은다. 그리고 이번 서울시리즈가 김하성에게 어떤 의미인지는 상대팀이지만 다저스 선수들도 알고 있다. 메이저리그식으로, 상대 선수를 예우해줬다.
미국은 피치클락을 운영한다. 김하성이 인사하다 타석에 빨리 들어서지 못하면 스트라이크를 먹는다. 다만, 주심이 정위치에 없으면 인플레이가 아니고 피치클락 시간도 흐르지 않는다. 이걸 안 박스데일 심판이 편법(?)을 활용했다. 누구도 욕하지 않을, 심판의 권한 활용이었다.
투수 입장에서는 공을 던지던 리듬이 있는데, 흐름이 끊기는 걸 원하지 않는다. 글라스노우의 배려도 멋졌다. 자신을 신경쓰지 말라는 듯, 아예 뒤를 돌아 충분한 시간을 제공했다. 그리고 인사가 끝난 뒤, 최선을 다해 공을 던졌다.
그렇게 김하성, 심판, 상대 배터리, 그리고 팬들이 메이저리그 역사에 남을 최고의 명장면을 만들어냈다. 김하성이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기억이 되지 않을까. 아름다웠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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