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행복 끝, 고생 시작.'
남자프로농구 2024~2025시즌 챔피언 창원 LG는 5일 '2025 FIBA(국제농구연맹) 챔피언스리그(BCL) 아시아'에 출전하기 위해 아랍에미리트 두바이로 출국했다. BCL 아시아(7~13일)는 아시아 클럽 최강을 가리는 대회다. 한국 프로농구를 대표한 영광의 출전 기회인 셈이다. 그런데 출정길에 오른 LG 선수단의 표정은 마냥 즐겁지 않았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그동안 챔피언 팀들이 겪은 전철을 돌아보면 챔피언 등극 이후 혹독한 대가를 치르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먼저 재충전 시간이 대폭 줄었다. 2023~2024시즌의 경우 챔프전이 5월 5일 종료됐지만 2024~2025시즌은 12일 늦은 5월 17일 끝났다. 여기에 2025~2026시즌 개막일은 2025년 10월 3일로, 지난 시즌 개막일(10월 19일)보다 16일 당겨졌다. 늦게 끝나고, 일찍 시작하는 바람에 1개월의 준비시간이 줄어든 것이다.
이런 가운데 강행군이 엄습하고 있다. 챔피언결정전이 7차전까지 펼쳐진 까닭에 선수들은 지칠 대로 지친 상태. BCL 아시아 엔트리를 보면 챔프전 MVP였던 허일영 등 고참들은 빠졌고, 아셈 마레이와 칼 타마요는 계약 조건상 소집 불가다. 그나마 명단에 포함된 유기상 양준석은 챔프전 후유증으로 골반-허리 부상 치료 중이라 정상 출전이 힘들다. 이른바 '단기 알바'로 외국인 선수 2명을 구하기는 했지만 두바이에 도착해서야 첫 대면할 수 있다. 조상현 감독은 "출전 기회가 적었던 식스맨, D-리그 선수 위주로 참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지난해 같은 장소에서 열린 이 대회에서 부산 KCC가 그랬듯이, '들러리'만 서고 올 게 불보듯 뻔하다. 경기력에서도 이른바 '게임'이 안된다. 외국 선수 2명 보유-1명 출전인 한국과 달리 상대국 리그는 2~3명(귀화 선수 포함) 동시 출전이 일상화 돼 있기 때문이다. 결국 챔피언의 자긍심도 잠시, 바짝 기가 죽은 데다 장거리 원정에 따른 피로까지 누적한 채 돌아오게 생겼다.
문제는 '챔피언 후유증'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것이다. 두바이를 다녀 오면 전력의 양대 핵심 유기상 양준석은 '2025 FIBA 아시아컵'을 앞둔 농구대표팀에 차출된다. 안준호 감독의 대표팀은 오는 16일 소집해 7월 4차례 평가전을 거친 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리는 아시아컵(8월 5~17일)에 출전할 예정이다.
나머지 선수들에게 곧장 '지각 휴가'라도 줘야 하지만 제21대 대통령 선거일(6월 3일)과 겹친 바람에 연기했던 창원 홈팬들과의 자축 행사를 먼저 치러야 한다. 이밖에 각종 팬 서비스 행사에 참가하려면 '쉬어도 쉬는 게 아닌' 휴가는 6월을 넘기게 된다. 결국 다른 팀보다 1개월 늦게 선수단을 정상 소집하면 곧바로 여름 국내 전지훈련, 9월 해외 전지훈련 등을 준비해야 한다. 그것도 알짜 전력이 대표팀 차출로 한동안 빠진 가운데 준비해야 하는 비시즌이다. 1년 전 '디펜딩챔피언'이었던 KCC가 이런 과정을 겪은 것도 2024~2025시즌 9위로 추락한 결정적 요인이었다.
최근 몇 년 새 '챔피언의 몰락' 징크스도 LG를 찜찜하게 만든다. 2017~2018시즌 챔피언 서울 SK는 2018~2019시즌 9위로 추락했고, 2018~2019시즌 챔피언 울산 현대모비스는 2019~2020시즌 8위를 기록했다. 2022~2023시즌 챔피언 안양 KGC도 2023~2024시즌 9위에 그치는 등 KCC와 똑같은 행보를 보였다. 조 감독은 "앞서 챔피언에 오른 팀들이 다음 시즌 준비가 더 힘들다고 하던데 벌써 알 것 같다. 걱정이 태산"이라며 챔피언의 여운을 벌써 잃은 표정이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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