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설마 나가나?"
KBO리그는 대표하는 홈런타자 최정(38·SSG 랜더스). 2005년 SK 와이번스(현 SSG)에 입단한 그가 올해까지 친 홈런은 506개. 역대 KBO리그 최다 홈런이다.
올해 올스타전 투표에서 팬 130만 1246표, 선수단 162표를 받아 드림올스타 3루수 부문 베스트12에 선정됐다.
2019년 '홈런공장장'이라는 컨셉으로 올스타전에 나선 만큼, 올해 역시 최정을 향한 기대는 홈런이나 타격에 맞춰져 있었다.
3번타자 겸 3루수로 선발 출전한 최정은 1회초 조병현과 이로운이 전해준 헬멧과 배트를 받아 타석에 섰다. KBO리그 최초로 500홈런을 친 '리빙레전드'로서 대우를 받으며 타석에 섰다. 결과는 사구. 폭투와 내야 안타 상대 실책 등을 묶어 득점까지 했다.
최정의 퍼포먼스는 그렇게 지나가는 듯 했다. 하지만 누구도 예측할 수 없던 장면이 기다리고 있었다. 최정은 깜짝 놀랄만한 모습으로 다시 한 번 팬들 앞에 섰다.
드림올스타가 1-4로 지고 있던 2회말. 우규민이 두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섰다.
나눔올스타 타선이 터졌다. 선두타자 박찬호의 2루타를 시작으로 진루타와 적시타, 안타 등이 이어졌다. 결국 1-7까지 점수가 벌어졌다.
우규민의 투구수는 어느덧 30개에 달했다. 이벤트 경기였던 만큼, 더 길게 끌고 가기 어려웠던 상황. 2사 후 벤치가 움직였다. 이강철 KT 감독이 마운드에 올랐다. 예기치 않은 장면이 펼쳐졌다. 3루수 최정과 투수 우규민이 포지션을 맞바꿨다.
'투수' 최정은 이주형을 상대로 초구가 볼이 됐지만, 2구째 헛스윙을 이끌어냈다. 3구째 이주형의 배트가 나왔고, 1루수 머리 위로 공이 향했다. 1루에 있던 르윈 디아즈가 점프를 했고, 타구는 디아즈의 글러브로 빨려 들어갔다.
최정이 마운드에 오른 것은 2009년 6월25일 광주 무등야구장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 이후 16년 만이다. 고교 시절 투수로도 이름을 날렸던 최정은 투수 데뷔전에서 0이닝 1안타 1볼넷 1실점(비자책)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비록 이벤트 경기였지만, 최정은 안정적인 제구를 보여주면서 홈런타자가 아닌 투수로서 또 다른 매력을 뽐냈다.
최정은 "계속 안타가 나와서 '힘들다' 생각을 하며 넋 놓고 보고 있었다. 갑자기 (우)규민이 형이 힘들어 하면서 나한테 손짓을 하더라"며 "그 손짓을 보고 '설마 나가나'라는 생각을 했지만, 마음의 준비는 했다. 그런데 이강철 감독님이 오시더니 (투수를) 해달라고 하시더라. 그래서 '알겠습니다'라고 했다"고 말했다.
16년 만에 오른 마운드. 최정은 "2009년 KIA와 할 때는 조금 진지했다. 이기려고 던진 거였다. 그때는 투수를 안 한지 4년 정도 밖에 안 됐을 때라 조금 더 자신감이 있었다. 진짜 아웃카운트를 잡으려고 한 건데 지금은 일단 공을 세게 던질 몸도 아니었다. '스트라이크를 잘 던질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살짝 있었는데 일단은 컨트롤이 잘 됐다. 또 잘 맞은 타구가 잡혀서 다행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제구가 좋았다'는 말에 최정은 "그렇게 던지면 다 제구가 좋다. 세게 던지다가 괜히 타자를 맞추면 안 되니 가볍게 던졌다"며 미소를 지었다.
갑작스런 등판으로 당혹스럽기도 했지만, 잊고 있던 투수의 재미를 느껴보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최정은 "너무 짧게 등판했다. 1이닝 정도 던졌으면 만족할 만한 퍼포먼스였을 것 같다"라며 "2사에 나가다보니 너무 허무하게 끝난 느낌이었다. 그래도 재밌게 보셨으면 감사하다"고 웃었다.
타석에서의 뒷이야기도 공개했다. 최정은 356개의 사구를 기록하며 KBO는 물론 일본, 미국 야구에도 없는 수치를 써내려 가고 있다. 많은 공에 맞아 자석 같다고 해서 '마그넷 정'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였다.
첫 타석에서 사구가 나온 만큼, 일부에서는 '퍼포먼스'로 보기도 했다. 최정은 "누가 '준비된 퍼포먼스냐'고 물어보더라. 맞는 순간 진짜 깜짝 놀랐다. 올스타전에서 몸 맞는 공은 처음이었다. 예전에 홈런 레이스 때 한 번 맞았는데 (본 경기에서는) 처음"이라며 예기치 못한 일이었다고 했다.
최정을 맞춘 폰세는 다친 부분에 뽀뽀를 하며 미안함을 전했다. 최정은 "올스타전이라 화도 안났다. 나 맞았구나 싶었다. 실제로도 너무 아팠다. 폰세한테 어떻게 할거냐고 물었더니 뽀뽀해줬다"며 웃었다. 폰세 역시 "안 다쳤는지 걱정이 돼서 한 행동"이라고 말했다.
이날 후배들과 함께 한 세리머니에 대해서는 "다들 크게 준비를 하지 않고, 바로 앞선 타석에서 준비했다. 선수들과 무엇을 할 지 상의했다. 팬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는 뭐라도 하고 싶었다"라며 "나중에 기회가 있다면 나중에는 좋은 문구 등을 써서 나올까 한다. 그 정도는 할 수 있을 거 같다"고 이야기했다.
대전=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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