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현석 기자]'아주리 군단'은 한때 세계를 호령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우승 4회, 역대 2위에 빛나는 우승 경력. 독일, 스페인, 프랑스 등과 함께 유럽을 대표하는 최고의 축구를 선보였다. 하지만 과거의 영광은 잊힌 지 오래다. 이제는 월드컵 예선에서도 고전하며, 본선 직행을 기도해야 하는 처지다.
이탈리아(11위)는 9일 헝가리 데브레첸의 나게르데이 스타디온에서 열린 이스라엘(75위)과의 2026년 북중미월드컵 유럽 예선 조별리그 I조 4차전 경기에서 5대4로 승리했다. 이번 승리로 조별리그 3연승을 달린 이탈리아(승점 9, 골 득실 +5)로 이날 승리를 챙기며 조 2위에 자리했다. 이스라엘(승점 9, 골 득실 +4)은 골 득실에서 밀려 3위로 떨어졌다.
지난 6월 루치아노 스팔레티를 경질하고 젠나로 가투소를 선임한 이탈리아. 6일 열린 에스토니아(126위)와의 경기에서 5대0 대승을 거뒀기에 이스라엘전을 앞두고는 기대감이 컸다. 당시 이탈리아는 후반에만 5골을 몰아치며 에스토니아를 완전히 제압했다. 비록 랭킹에서 격차가 큰 상대였지만, 이스라엘을 상대로도 기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경기가 시작되고, 이탈리아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전반 16분 마누엘 로카텔리의 자책골로 실점하며 리드를 내줬다. 전반 40분 모이스 킨의 동점골로 겨우 균형을 맞췄다. 후반에는 득점이 쏟아졌다. 이스라엘이 후반 7분 도르 페레츠의 득점으로 다시 달아났고, 이탈리아는 곧바로 2분 뒤 킨의 멀티골로 추격에 성공했다. 이탈리아가 기세를 잡았다. 후반 13분 마테오 폴리타노와 후반 36분 지아코모 라스파도리가 연속 득점으로 격차를 벌렸다.
예전의 이탈리아가 아니었다. 빗장 수비가 무너지며 추격을 허용했다. 후반 42분 알레산드로 바스트니의 자책골과 후반 44분 페레츠의 멀티골로 4-4가 됐다. 자칫 패배까지도 이어질 수 있었던 상황, 이탈리아를 구한 것은 산드로 토날리였다. 후반 추가시간 1분 토날리가 박스 밖에서 시도한 중거리 슛이 그대로 이스라엘 골문 구석을 찌르며 극적인 승리를 챙겼다.
젠나로 가투소 감독은 "우리는 오늘 승리를 지켜냈다"면서도 "너무 쉽게 실점을 내줬다. 선수들도 그걸 알고 있다. 아직은 내 문제다. 선수들의 문제는 아니다. 나와 코치진이 빨리 발전해야 한다. 선수들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다. 좋은 경기력은 아니었지만, 반격 의지가 중요했다"고 평가했다.
2위에 오른 이탈리아는 월드컵 본선행을 위해선 남은 조별 예선 4경기 모두 승리가 절실하다. 1위 노르웨이(승점 12)와의 격차는 3점이지만, 노르웨이는 무패를 달리며 13골, 2실점으로 쾌조의 컨디션을 자랑하고 있다. 이탈리아가 남은 일정에서 전승을 해도 순위를 뒤집지 못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전승에 도전해야 본선 직행 희망을 기대할 수 있다.
2위로 조별 예선을 마친다면, 플레이오프에 나선다. 2위 12개 팀과 3위 이하 팀 중 2024~2025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네이션스리그(UNL)에서 상위 성적을 거둔 4개 팀까지 16개 팀이 토너먼트로 플레이오프(PO)를 치러 최종 4개국이 추가로 본선에 오른다. 이탈리아에 플레이오프는 악몽이다. 지난 2022년 카타르월드컵 예선 당시 플레이오프에서 북마케도니아에 0대1로 패하며, 월드컵 진출이 좌절됐다. 똑같은 역사를 반복할 수는 없다.
3연승에도 불구하고 경기력은 과거의 위상과 거리가 멀었다. 12년 만에 월드컵 본선 무대로 향하길 원하는 이탈리아의 바람은 오직 명성에 어울리는 경기력과 승리만이 이뤄줄 수 있다.
이현석 기자 digh1229@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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