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엄지척' 은행로고 디자이너가 남이섬을 만든 이였다.
17일 첫 정규 방송된 EBS '서장훈의 이웃집 백만장자'(이하 '이웃집 백만장자')에서는 춘천의 남이섬부터 제주 3만 평 공화국까지, 무려 두 개의 나라를 세운 '괴짜 CEO' 강우현 총통의 인생사가 펼쳐졌다. 원래 잘나가는 CI 디자이너였던 그는 '엄지척 은행'의 로고, '과천 랜드'의 마스코트 등 시대를 대표하는 디자인을 만든 전설적인 인물이기도 하다. 특히 강우현은 서장훈의 아버지와 'H대 미대' 동문이라는 특별한 인연이 밝혀져 놀라움을 자아냈다.
강우현은 2001년, 공식 부채만 60억에 달하던 남이섬을 '월급 100원' 조건으로 맡았다. 그는 버려지는 은행잎을 가져와 은행나무길을, 손님들의 이름을 딴 나무를 심어 메타세쿼이아 숲을 조성하는 등 혁신적 아이디어로 섬의 명소들을 만들어냈다. 또 버려진 소주병을 녹여 만든 타일까지, 그의 손길은 쓰레기를 예술로 바꿔놓았다. 특히 남이섬이 한류의 성지가 된 것은, 강우현이 대관료 한 푼 받지 않고 드라마 '겨울연가' 촬영팀에 장소를 제공해 준 선구안 덕분이었다. 그 결과 남이섬은 122개국에서 연간 330만 명이 찾는 세계적 명소로 거듭났고, 매출은 무려 40배 폭등했다.
하지만 2014년, 강우현은 돌연 은퇴를 선언하고 제주의 황무지로 내려갔다. 그곳에 3만 평, 축구장 25개 크기의 공화국을 새로 세웠다. 이번에도 역시 버려지는 것들을 적극 재활용했다. 소주병과 그릇 조각으로 벽을 쌓았고, 빗물을 받아 연못 80개를 조성했다. 고장난 풍력발전기를 재활용한 하늘 등대, 헌책 30만 권으로 채운 도서관은 공화국의 랜드마크이자 상징이 됐다. 강우현은 이 공화국을 세우게 된 계기에 대해 "우리 땅을 지키고 싶었다"며, 갑자기 애국심이 발동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런데 스스로를 '천만장자'라 칭하는 강우현의 지갑 속 전 재산은 4만 7천 원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 그는 "돈은 있으면 좋은 도구다. 나도 돈 좋아한다. 그러나 돈을 따라다니면 돈의 노예가 된다"며 남다른 철학을 전했다. 이어서 끝없이 샘솟는 창의력의 원천은 '무수저'였던 환경 덕분이라고 고백했다. "국수가 있는데 젓가락이 없다? 나무를 잘라 젓가락을 만들면 손재주가 늘어나는 법"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서장훈이 "선생님은 너무 일찍 태어나신 것 같다"고 하자, 강우현은 "나 아직 더 살 거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70대에도 꺼지지 않는 열정을 드러냈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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