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22일 열린 '2025~2026 LG전자 프로농구' 안양 정관장-부산 KCC의 경기는 올시즌 선두 경쟁에 본격적으로 불을 지핀 계기가 됐다. 공동 2위였던 정관장이 60대57로 승리하며 6승2패를 기록, 선두였던 KCC를 끌어내리고 반 게임차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5승2패 KCC는 창원 LG, 수원 KT와 공동 2위를 형성하며 4강의 치열한 전쟁 시작을 알렸다.
같은 선두 경쟁 그룹이지만 KCC와 정관장은 다른 2개 구단과 좀 다르다. 일종의 예상 밖 선전이다. KCC는 시즌 개막 전, '슈퍼팀'이라 불리며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지만 '반쪽짜리'다. 자유계약선수(FA) 최대어 허훈이 종아리 부상으로 3개월째 이탈 중이고, 이호현도 1라운드 6경기 만에 출전했다. 최준용까지 개막 2경기 출전 뒤 다리 부상으로 빠지면서 시즌 초반 한동안 '동네슈퍼(팀)'가 재현될 것이란 우려를 받기도 했다.
정관장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주장 박지훈이 개막 3경기를 치른 뒤 족저근막염으로 빠졌고, 트레이드 영입한 슈터 전성현은 무릎 부상 재활 장기화로 시즌 데뷔를 여태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KCC와 정관장이 이처럼 잘 버티는 비결로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베테랑들의 숨은 공신을 빼놓을 수 없다. 장재석(KCC)과 김영현(정관장)이다. 둘은 1991년생 동갑이지만 3월생인 장재석이 일찍 진학해 중앙대 '09학번'이고, 김영현은 경희대 '10학번'이다. 둘은 각 팀에서 최고령 맏형이다. 이상민 KCC 감독은 그동안 상위권 형성 비결을 설명하면서 '장재석' 이름 석자를 거의 빼놓지 않았다. 연승을 시작했던 지난 13일 서울 SK전(75대67 승)에서 허웅(23득점-3점슛 6개), 숀 롱(28득점, 19리바운드)이 기록상 괄목할 활약을 펼쳤지만, 이 감독은 "승리의 원동력이 된 수비나 리바운드를 볼 때 가장 큰 수훈갑은 장재석"이라고 추천했다.
고참이라고 짐짓 기 살려주려는 게 아니다. 화려하게 드러나지 않지만 장재석의 나이를 잊은 듯한 숨은 공로는 매경기 빠지지 않는다. 젊은 선수들이 부끄러워 해야 할 정도로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지난 봄 FA 시즌, 샐러리캡을 맞추기 위해 이승현을 떠나보내야 했을 때, 최준용이 부상 이탈했을 때 KCC에 엄습했던 토종 빅맨 공백 우려를 잊게 한 이도 장재석이다.
기록에서도 그의 활약은 잘 나타난다. 지난 시즌과 비슷한 평균 4.6득점을 하고 있는 장재석은 리바운드(평균 5.4개)와 블록슛(평균 2개)에서 프로생활 13년 동안 '커리어하이'를 기록 중이다. 특히 블록슛은 외국인 선수도 능가한 전체 1위다. 이 감독은 "숀 롱을 잘 다루기 위해 현대모비스에서 함께 지냈던 장재석을 통해 '팁'을 많이 얻는다"며 베테랑의 코트 안팎 활약에 만족감을 나타냈다.
국내 농구판에서 허슬플레이, 수비 대명사로 꼽히는 김영현도 정관장의 상승세에서 빼놓을 수 없는 '형님'이다. 프로 13년차인 그는 올시즌 현재 평균 3.9득점-3점슛 1.1개-3.0리바운드-0.8가로채기로 개인 역대 최고기록을 작성하고 있다. 지난 22일 KCC전에서 허웅 봉쇄에 일등공신이었던 표승빈은 "수비 실력이 좋은 비결은 (김)영현이 형이 하는 걸 보고 배웠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나이를 거꾸로 먹는 장재석-김영현 덕에 KCC와 정관장의 걱정했던 시즌 초반은 행복하기만 하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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