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도심에 5·18 이어 제주 4·3 왜곡 등 현수막 게시
'정당에 관대한' 옥외광고물법 정비 목소리
(광주=연합뉴스) 김혜인 기자 = "시청 앞에 저런 현수막이 걸려도 되는 겁니까?"
지난 12일 광주시청 정문 인근 인도변에 걸린 한 정당 현수막을 바라보던 시민 김모(49) 씨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현수막에는 '4·3 공산당 폭동으로 발생, 역사왜곡 그만! 건국전쟁2 봅시다'라는 문구가 큼지막하게 적혀 있었다.
김씨는 "며칠째 시청 앞에 저런 현수막이 버젓이 걸려 있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 단속이라도 해야 하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 현수막은 '내일로미래로당' 명의로 게시된 정당 현수막이어서 광주시 등 지자체가 철거할 수 없다.
2022년 옥외광고물법 개정 이후 일반 현수막은 지자체의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정당이 정치활동 목적으로 내거는 현수막은 예외로 인정돼 장소 제약 없이 설치할 수 있게 됐다.
또 정당현수막을 함부로 철거하거나 훼손할 경우 재물손괴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그 결과 혐오 표현이나 역사왜곡이 담긴 현수막이 아무런 제재 없이 거리 곳곳에 내걸리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지난해에도 광주 도심 곳곳에 '5·18 북한군 개입설', '가짜 유공자' 등 5·18민주화운동을 왜곡·비하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게첨돼 논란이 일었다.
광주시와 5·18기념재단은 정당 관계자를 5·18특별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기도 했다.
광주시는 2023년 정당 현수막 난립과 5·18 비방 문구 확산을 막기 위해 자체 조례를 제정했으나 대법원이 지난 7월 "상위법인 옥외광고물법이 허용하지 않는 제한을 뒀다"며 무효 판결을 내렸다.
이후 정당 명의의 현수막은 어떠한 왜곡과 혐오 발언도 제약받지 않는 '법의 사각지대'로 남았다.
역사왜곡, 혐오 등을 조장하는 정당 현수막 문제가 심각해지자 이재명 대통령도 직접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최근 국무회의에서 "길바닥에 저질스럽고 수치스러운 내용의 현수막이 달려도 정당이 게시한 것이어서 철거 못 하는 일도 있다고 한다"며 "악용이 심하면 법을 개정하든 없애든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정당 현수막 제도가 본래 취지와 달리 혐오와 허위 조작을 확산하는 수단으로 변질됐다면 더는 방치해선 안 된다"며 제도 개선을 지시했다.
광주시 관계자는 13일 "게시 기간이 끝나면 같은 내용으로 문구만 살짝 바꿔 다시 거는 일이 반복돼 단속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중앙정부 차원의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5·18을 비롯한 역사왜곡 현수막 난립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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