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이나 고위 공무원, 판사, 검사 등 힘 있는 사람들을 영감님, 영감님 하고 스스럼없이 부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여전하다고요? 그 호칭에 다른 뜻은 없을 테지, 하고 말겠습니다. 호칭하는 말이 발달하지 못한 우리말 탓으로도 돌려보고요. 하기는 가까운 것 같지도 먼 것 같지도 않은 평민들 사이에서도 호칭이 적당하지 않아 어떤 이는 ○대감으로 불렸습니다. 또 누구는 ○박사가 되고 ○프로가 되고 ○선생님이 되기도 하였지요. 게다가 저 위 영감들과 달리 힘은 없지만 누구라도 영감으로 불린 일도 많고, 그것은 또 알고 보면 대수롭지도 않은 것이었습니다.
사정은 이렇습니다. 적어도 조선 시대 벼슬 명칭으로만 따지면 대감(大監)이 영감(令監)보다 높으니까요. 대감은 정2품 이상의 벼슬아치입니다. 정3품과 종2품의 벼슬아치를 이르는 영감보다 당연히 높지요. 조선 벼슬아치 등급을 일컫는 관계(官階)는 정1품 상·하 → 종1품 상·하 → 정2품 상·하 → 종2품 상·하 → …(중략)… → 종 6품 상·하까지 정·종 12가지 품에 각각 상, 하가 붙는 24개 등급이 선행하고 그 뒤를 상, 하 구분 없는 정7품 → 종7품 → 정8품 → 종8품 → 정9품 → 종9품까지 6개 등급이 잇는 총 30개 등급으로 돼 있습니다.
그렇다면 대감 대신 쓰기도 하는 정승(政丞)은 뭔지 궁금해집니다. 의정(議政)을 통틀어 이르는 말입니다. 의정부의 정1품 영의정·좌의정·우의정이겠지요. 정승은 조선 건국 직후 한때 쓰였지만, 의정부 체제가 안착한 뒤로 공식 명칭에서 사라졌습니다. 그런데 세상이 어디 '공식'대로만 흘러가나요. 정승은 영의정 좌의정 우의정을 가리키는 별칭으로 남았습니다. 삼정승이라는 단어가 바로 알려줍니다. 삼정승은 또한 정승 대신 대감으로도 불렸습니다. 정승은 나아가, 전직(前職)을 이르는 말로도 뜻을 넓혔고요. 전직 정승 중 임금을 가까이에서 보좌하는 이들은 원상(院相)이라 했답니다. 예나 지금이나 높은 벼슬아치들에게 중요한 것은 뭘까 묻게 됩니다. 대표와 책임의 원리를 새기며 제 몫 하기입니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지은이 이지훈 기획 한국역사연구회, 『우리말에 깃든 조선벼슬』, 도서출판 푸른역사, 2025
2. 표준국어대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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