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일간지의 소설책 광고에서 낯선 단어를 만났다. 쓰인 맥락만 살려 그 낱말들이 들어간 두 문장을 다시 쓰면 이렇다. ① 소설에서는 인간 사회의 여러 갈등 세태가 묘파된다, ② 소설은 핍진성 높은 서사로 다양한 문제를 반추하게 만든다. 묘파는 뭐며 핍진성은 또 뭐란 말인가.
묘파(描破)는 남김없이 밝혀 그려낸다는 뜻이다. ①이 참이라면 저 소설은 여러 갈등 세태를 남김없이 밝히어 그려낸 것이다. 핍진성(逼眞性)은 문학 작품에서 텍스트에 대해 신뢰할 만하고 개연성이 있다고 독자에게 납득시키는 정도를 뜻한다. 그럴싸함! 소설 평가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성을 뗀 '핍진'은 실물과 다름없을 정도로 아주 비슷함을 일컫는다. 핍근(逼近)은 매우 가까이 닥침을, 핍색(逼塞)은 꽉 막힘 또는 몹시 군색함을 각각 이르듯 '핍'은 "아주, 매우, 몹시" 하는 느낌으로 쓰이는 경우가 있다.
이들 낱말이 쓰인 것은 언론사 명의로 소설을 평한 광고 속 문장에서다. 일종의 추천사 격인데, 그렇다면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써야 효과가 크리란 생각은 순진한 것일 수 있다. 이렇게 어려운 한자어를 써서 도드라져 보이게 하고 나아가 사전까지 들추게도 만드는 전략이 영리한 선택일 수 있으니까. 반추(反芻), 한번 삼킨 먹이를 다시 게워 내어 씹음 또는 그런 일. 묘파와 핍진을 거듭 반추하게 된다. 여기에 그 소설이 더불어 기억된다면 추천사는 성공이다. 그런데 이것이 핍진성 높은 서사일까, 정말로?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표준국어대사전 - 묘파, 반추 정의
2. 고려대한국어대사전 - 핍진성 정의
3. 동아 백년옥편 전면개정판(2021년판) - 핍진 핍근 핍색 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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