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지사지·말이나 말지·나는 혼자고 지금은 밤이다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 동시대 문학사 = 이광호·강동호·강계숙 등 지음.
1910년부터 2020년까지 다층적이고 복합적인 한국문학사의 궤적을 새로운 방식으로 읽어낸 비평 앤솔로지다.
문학과지성사가 창사 50주년을 맞아 기획한 이번 시리즈는 한국문학사를 틀에 박힌 시대순으로 개괄하지 않는다.
특정 테마별로 조망하며 시대마다 논쟁의 불씨를 댕긴 질문들을 제시하는 것이 특징이다.
우찬제, 조연정, 강동호, 김형중을 포함해 문학평론가 19명이 이런 독창적인 비평의 탐색에 함께했다.
1차분으로 나온 네 권은 각각 '나', '젠더', '사랑', '폭력'이라는 키워드를 주제로 삼았다.
첫 권 '나'는 자기에 대한 이해라는 인간 보편의 욕망과 맞닿아 있는 '나'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한국의 동시대 문학을 들여다본다.
개인이라는 주체에 대한 탐구는 자아, 정체성 등의 개념과 연결되면서 오늘날에도 중대한 문학적 화제로서 주목된다고 출판사는 설명했다.
'젠더'는 한국문학이 포착했던 젠더적 소수자의 삶과 그 재현의 한계를 짚는다. 또 이런 제약을 도리어 문학적 동력으로 삼아 새로운 역학을 펼쳐낸 여성들의 초상을 통해 젠더 지형을 드러낸다.
'사랑'은 다양한 이데올로기적 질서 속에서 사랑이 어떻게 순환하고 충돌하며 재발명돼왔는지를 살피고, '폭력'은 분노, 검열, 애도, 통치성 등의 테마를 통해 폭력의 기원과 전개를 조망한다.
문학과지성사. 나 232쪽. 젠더 208쪽. 사랑 244쪽. 폭력 248쪽.
▲ 말이나 말지·역지사지 = 김민정 지음.
시인이자 편집자인 김민정의 산문집 두 권이 나란히 묶여 나왔다.
'말이나 말지'는 시인이 2012년 1월 1일부터 11월 10일까지 한국일보에 매일 같이 실었던 글 266편을 한데 묶었다. 일요일과 추석 연휴를 빼고 "하루가 인생의 다인 것"처럼 성실하게 채운 일상의 기록이 담겼다.
평생 작업복 입은 노동자 아버지의 딸로 살았던 시인의 시선이 주로 머무는 곳은 사소한 사물과 반복되는 정직한 일상이다.
시종 유쾌한 필치로 하루하루를 기록하지만 680자 네모난 지면에 담긴 애잔한 삶의 풍경에 때론 코끝이 짠해진다.
'역지사지'에는 2009년부터 근 16년간 시인의 눈을 통해 들여다본 한국 사회의 미시사적 풍경이 담겼다.
시인이 여러 일간지와 영화 전문지 등에 발표한 산문을 연도별로 정리해 묶었다.
난다. 말이나 말지 360쪽. 역지사지 304쪽.
▲ 나는 혼자고 지금은 밤이다 = 바바라 몰리나르 지음. 백수린 옮김.
바바라 몰리나르. 한국의 문학 팬들에겐 아마도 생소한 이름일 지도 모른다.
1921년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난 몰리나르는 1986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단 한 권의 책만을 남겼다.
그는 평생 글을 썼지만 쓰는 족족 파기했고, 이는 그의 재능을 알아본 동시대 프랑스 작가 마르그리트 뒤라스를 만날 때까지 계속됐다.
뒤라스는 그를 설득해 단편을 엮고 서문을 썼으며, 대담까지 기록해 1969년 책으로 펴냈다.
'나는 혼자고 지금은 밤이다'는 겨우 세상의 빛을 보게 된 몰리나르의 소설집으로, 그의 책이 국내 번역 출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소설집에는 강렬하면서도 불안한 초현실적 분위기의 단편소설 13편이 수록됐다.
한겨레출판. 236쪽.
kih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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