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계위 논의과정서 정원 배정 불투명…2027년 개교 목표도 차질 가능성
재투표 추진 성사 주목…순천대 학생들 여론 반전 여부 관심·교수 표심도 불안
이병운 순천대 총장 리더십 리스크…김영록 지사 "통합과정 진통으로 생각"
(순천=연합뉴스) 손상원 기자 = 전남의 수십년 숙원인 의과대학 설립을 위해 지역사회가 정성을 모은 목포대학교와 순천대학교 통합이 구성원 반대에 가로막혀 후폭풍이 예상된다.
재투표 등 동의 절차가 다시 추진될 것으로 보이지만, 대학 통합·의대 설립 추진 동력은 크게 흔들리는 모양새다.
24일 목포대와 순천대에 따르면 두 대학 통합 공동추진위원회는 조만간 회의를 열어 통합 찬반투표 부결 후속 대책을 논의한다.
전날 공개된 대학별 교원, 직원·조교, 학생 등 3개 직역 투표에서는 순천대 학생 60.7%가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순천대는 직역 모두 찬성률 50% 이상을 기록할 경우에만 찬성으로 간주하기로 해 통합에 대한 구성원 의견을 반대로 최종 판정했다.
목포대에서는 세 주체 모두 절반을 넉넉히 넘겨 찬성했다.
공동추진위원회는 일단 재투표를 최우선으로 논의 석상에 올릴 것으로 보인다.
내년 1월 중 교육부 통합 심사 일정에 맞춰 재투표를 추진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재투표의 정당성에 대한 의문도 일부 나왔지만, 실제 다른 대학 통합 과정에서도 상당수 전례가 있어 절차적인 문제는 없다고 대학 측은 전했다.
오히려 재투표에서 학생들이 찬성으로 돌아설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남도와 두 대학이 사실상 의대 신설을 위한 통합을 추동하는 분위기가 의대와 무관한 학생들의 공감이나 수용성을 올리는 데 한계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 추진한 통합교명 '김대중대학교'에 대한 순천대 학생들의 반감도 작용했다는 일부 지적도 있다.
다만 의료공백 해소, 지역 숙원 해결 등 대의에 동의하는 여론도 상당해 대학생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 등에는 반대 의견 표출을 자성하는 의견도 일부 올라오고 있다.
학생들 설득에 실패한 데다가 찬성률 56.1%에 그친 교원 등 대학 구성원 간 미묘한 갈등까지 드러나면서 이병운 총장 리더십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창섭 충북대 총장은 한국교통대와 통합 추진 과정에서 충북대 구성원들의 반대로 통합이 무산 위기에 놓이자 최근 책임을 지고 사직서를 제출했다.
다만 충북대는 구성원 세 주체 모두 반대가 강했으나 순천대는 학생들만 반대한 것으로 나타난 만큼 이 총장은 재투표 결과에 따라 한 번 더 평가받게 될 공산이 커 보인다.
2027년도 의과대학 정원을 정하는 의사 인력 수급 추계위원회 논의 결과 발표가 임박한 시점에서 대학 통합에 대한 구성원 동의조차 확보하지 못해 전남에 정원을 배정받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추계위는 지난 22일 회의를 끝으로 추계 결과를 발표하고 2027년 의대 정원 등을 정한다는 방침이었으나 예정 종료 시각을 넘긴 회의 끝에 위원들은 내주 추가로 회의를 열기로 했다.
전남에 정원이 배정되지 않으면 전남도가 목표로 공언했던 2027년 의대 개교는 사실상 무산된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 하지 않느냐"며 "통합 과정의 진통이라 생각하고 대승적 견지에서 집단지성을 발휘하고 한 번 더 생각해 볼 기회가 있기를 바란다. 도민과 함께 기도하는 마음으로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정부에서 추진하는 서울대 10개 만들기 거점대 프로젝트에 두 대학이 통합하면 포함되도록 건의했다"며 "일반대와 크게 차이 날 거점대 지원 프로그램까지 고려해 잘 풀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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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