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츠와프의 쥐들: 병원'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 남극 = 클레어 키건 지음. 허진 옮김.
아일랜드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클레어 키건의 데뷔작이 국내 번역 소개됐다.
키건은 1999년 첫 소설집 '남극'으로 루니 아일랜드 문학상과 윌리엄 트레버상 등 4개 문학상을 휩쓸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소설집에는 15개 단편이 수록됐다.
주로 뿌연 안개에 잠긴 듯한 아일랜드 시골 지역과 미국 남부를 무대로 삼은 작품의 정조는 대체로 서늘하다.
이야기 속 여성들에게는 예외 없이 불행이 찾아온다. 원치 않은 임신을 하거나 미쳐버리고, 기이한 사고로 죽거나 음식을 얻기 위해 잠자리를 같이 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린다.
표제작인 '남극'은 행복한 결혼 생활을 이어가던 여성이 낯선 남자와의 짧은 외도를 위해 도시로 떠났다가 마주하게 된 끔찍한 상황을 담았다.
'진저 로저스 설교'에서는 성에 호기심 많은 사춘기 소녀가 거구의 벌목꾼을 비극으로 몰아넣고, '남자와 여자'에서는 농부의 아내가 잔혹할 만큼 지배적인 남편에게 마침내 반기를 든다.
공동체 내에서 여성에게 덧씌워진 관습의 굴레, 소외와 일탈, 폭력, 차별 등을 감정의 폭발 없이 절제된 문장으로 보여준다.
다산책방. 344쪽.
▲ 브로츠와프의 쥐들: 병원 = 로베르트 J. 슈미트 지음. 정보라 옮김.
1963년 출혈성 천연두 대유행으로 봉쇄된 폴란드 브로츠와프의 정신병원에 한 환자가 이송된다.
환자는 죽은 아내가 되살아나 아이들을 뜯어먹기 시작했다며 미치광이처럼 날뛰다가 머리를 다쳐 숨진다.
정신병자의 흰소리 같았지만, 도시에 좀비 바이러스가 발생했던 것.
정신병원에 격리된 의료진은 바이러스로부터 환자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상황은 악화일로로 치닫는다.
폴란드 소설가 로베르트 J. 슈미트의 장편 '브로츠와프의 쥐들' 시리즈 3부작 가운데 마지막 책이다.
'브로츠와프의 쥐들: 카오스', '브로츠와프의 쥐들: 철장'의 세계관이 이어지는 작품이면서 단독 서사로도 읽을 수 있다.
번역은 '저주토끼'로 2022년 부커상 국제 부문과 이듬해 전미도서상 번역문학 부문 최종후보에 오른 정보라 작가가 맡았다.
다산책방. 316쪽.
kih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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