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보그 철거용역과 사이보그 시민단체 대결 그린 SF 누아르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선천성 근육위축증'을 딛고 자신만의 SF(과학소설) 작품 세계를 만들어가고 있는 최의택 작가의 장편소설 '비욘드'(위즈덤하우스)가 나왔다.
소설의 무대는 2036년 천안. 이동에 취약한 중증 장애인을 대상으로 천안에서 서울까지 '무장애 여행'을 제공하는 차세대 열차가 개발된다.
개통식 당일 사람들은 부푼 꿈을 안고 열차에 오르는데, 출발을 알리는 장엄한 경적과 함께 천안역 역사가 무너지고 열차와 승객들은 잔해에 묻히고 만다.
대참사 후 세월이 흘러 2045년 기억을 잃은 한 남자가 천안에서 눈을 뜬다.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그의 머릿속에선 오로지 천안역으로 향하라는 목소리만 울린다. 기억을 되찾기 위해 천안역으로 향하던 그는 건물 잔해 사이에서 증기를 뿜는 쇠다리와 날카로운 금속성 손날을 장착한 사이보그들을 만난다.
한편 정부는 폐허가 돼버린 천안을 '청소'하고 신천안을 세우는 것을 국가적 과제로 삼아 추진한다.
이 사업을 위해 고용한 사이보그 철거 용역단체 '능구회', 버려진 땅에서 생존을 위해 온갖 불법 의체를 단 사이보그 시민단체 '불구단' 사이에 사투가 벌어진다.
SF 사이보그 누아르라는 장르적 외피를 입고 있지만 '비욘드'가 그려내는 모습은 오늘의 장애인들이 처한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범죄자 취급, 불법적인 존재 취급, 있어서는 안 될 사람이 되는 경험은 최소한 불구단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것이다."
또 소설 속 불구단의 대표는 말한다.
"불구단에서 활동하다 보면 정말이지 머리 빠개질 정도로 다양한 장벽을 마주한다. 사소하게는 바퀴로 지나갈 수 없는 길을 만난다거나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거나 아니면 그냥 누군가가 그날 상태가 안 좋거나. 공권력과 극우파 등의 외부 요인이 아니라 내부 요인만으로도 불구단은 셀 수 없이 많은 장벽을 넘어야 한다. 그게 불구단이다."
이 작품은 근육이 약화되는 선천성 근육위축증 탓에 초등학교 시절부터 휠체어를 타야 했던 작가의 체험이 SF적 상상력을 만나 탄생했다.
최의택은 2019년 '편지를 쓴다는 것은, 어쩌면'으로 제21회 민들레문학상에서 대상을 받았고, '저의 아내는 좀비입니다'로 예술세계 소설 부문 신인상을 차지했다.
이후 장편 소설 '슈뢰딩거의 아이들'로 2021년 제1회 문윤성 SF 문학상과 2022 SF어워드 장편 부문에서 대상을 거머쥐며 SF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432쪽.
kih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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