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빛 기자] 2026년 병오년(丙午年), 붉은 말의 해다. 불의 기운을 머금은 말은 가만히 서 있지 않는다. 뛰고, 치고 나간다. 특히 올해는 멈춰 있던 주자들이 속도를 다시 올릴 예정이다.
군백기를 마친 방탄소년단, 20주년에 접어든 빅뱅. 그리고 긴 공백 끝에 복귀를 예고한 뉴진스, 국내 무대로 돌아온 이수만, 완전체 재가동에 나선 엑소까지. 이들의 귀환은 매년 정해진 시기에 반복되던 '정기 컴백'이 아니다. 그래서 더 의미가 크다.
스포츠조선이 '컴백한 이름들'에 집중해, 이 레이스의 출발선을 들여다봤다. 돌아온 말들이 흔들어 놓을 병오년 가요계, 그 '경마'가 지금 시작된다.
▶방탄소년단, 군백기 끝내고 완전체로 '봄날'
방탄소년단(BTS)은 더 이상 '아미(Army)' 소속이 아니다. 대신, 진짜 아미(방탄소년단 팬덤명) 곁으로 돌아온다. 총 대신 마이크를 쥐고, 군복 대신 무대복을 입는다. 다만 군대를 떠났을 뿐, 이들의 '방탄'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군백기를 마친 방탄소년단의 복귀는 '컴백'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이들의 '돌아옴'은 이미 하나의 '문화적 사건'이 됐다. 미국 빌보드도 2025년 대중문화를 정의한 인상적인 순간 중 하나로 군 복무를 마친 방탄소년단이 다시 한자리에 모인 장면을 언급했다. 켄드릭 라마의 슈퍼볼 하프타임 쇼, 테일러 스위프트의 결혼과 나란히 호명됐다는 사실만으로도, 글로벌 아미들 마음을 '버터'처럼 녹여온 방탄소년단의 존재감, 그 'DNA'가 여전히 팝 문화의 중심에 있음을 보여준다.
봄 신보 발매와 대규모 월드투어를 예고한 이들의 귀환은 '속도'보다 '무게'에 가깝다. 완전체 라이브를 통해 "2026년은 방탄소년단의 해"가 될 것이라 밝힌 발언 역시 성급한 자신감이라기보다, 한동안 비어 있던 기준선을 다시 세우겠다는 선언이다.
물론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2년 6개월 군백기 동안 멤버 개인 이슈와 발언, 사생활을 둘러싼 논란이 겹치며 팬덤 내부의 긴장도 감지됐다. 리더 RM의 솔직한 고민 토로는 완전체 방탄소년단이 처한 현실을 그대로 드러낸다.
그러나 이 혼란은 팀의 균열이라기보다, 아티스트들이 다시 하나로 수렴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흘린 '피 땀 눈물'이었다. 군백기 동안 방탄소년단을 기다린 아미들의 마음은 '페이크 러브'가 아니었다는 사실과도 겹쳐진다.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 '앙팡맨' 역주행이다. 2018년 발표된 이 곡은 발표 후 7년이 훌쩍 지난 시점에서 글로벌 주요 차트 정상에 다시 올랐다. 이는 활동기가 아닌 순간에도 방탄소년단의 음악이 살아 움직임을 증명한다. 초능력 대신 곁을 지키겠다는 '앙팡맨' 메시지 또한 완전체 컴백을 기다려온 팬덤의 시간과 감정이 응축된 결과로 읽힌다.
이제 중요한 것은 '폭발'의 순간이다. 방탄소년단의 복귀를 바라보는 핵심은 '언제'가 아니라 '어떤 상태로'다. 긴 공백과 소란을 지나 다시 모인 이들이 어떤 기준으로 판에 복귀하느냐에 따라, 2026년 가요계의 온도 역시 달라질 수밖에 없다.
'다이너마이트'는 이미 손에 쥐어졌다. 이제 어떻게 '불타오르네'다. 그 선택이 방탄소년단의 다음 '화양연화'를 결정할 것이다.
▶빅뱅, 20주년에 다시 대폭발
방탄소년단이 다시 불타오를 준비를 끝냈다면, 가요계에는 또 하나의 폭발이 예고돼 있다. 이름 그대로, 빅뱅이다.
우주의 시작을 뜻하는 '대폭발'. 모든 질서가 다시 짜이는 순간을 전제로 한 단어다. 2006년 데뷔 이후 팀명처럼 가요계 판도를 뒤집어온 이들이 2026년 데뷔 20주년을 맞아 다시 한 번 폭발할 채비를 하고 있다.
한 시대를 관통한 브랜드의 재등장. 사실 신호탄은 이미 쏘아 올려졌다. 지드래곤의 솔로 활동이 그 출발점이었다. 태양과 대성이 피처링한 '홈 스위트 홈'은 발매 직후 멜론 일간 차트 정상에 직행했고, 장기간 1위를 유지하며 빅뱅이라는 이름의 파급력이 여전히 유효함을 입증했다.
무엇보다 빅뱅이라는 무게가 여전하다. '거짓말', '하루하루', '붉은 노을', '뱅뱅뱅', '판타스틱 베이비', '라스트 댄스'로 이어진 히트곡의 계보는 대중가요사에 뚜렷한 궤적을 남겼다.
물론 빅뱅의 글로벌 성과에는 시간차가 있었다. 한창 활동기 시절, 빅뱅은 국내 가요계를 폭발시킨 팀이었지만, K팝의 북미 확장과 본격화는 그 이후, 후배들의 몫이었다. 그런 점에서 빅뱅이 20주년에 맞춰 코첼라에 입성하는 것은, 다소 늦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래서 더 상징적이다. 더구나 이 무대는 2020년 한 차례 무산됐던 약속이다. 코로나19로 멈춰 섰던 시간, 그리고 6년 뒤에야 다시 이어지는 무대. 빅뱅의 코첼라는 국내를 먼저 뒤흔든 팀이 세계의 중심 무대에 마침내 도착했다는 것으로 읽힌다.
또 다른 변수도 있다. 이번 20주년 활동은 지드래곤, 태양, 대성 3인 체제로만 진행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 탑의 합류 여부는 여전히 가요계가 주목하는 지점이다. 탑 역시 빅뱅 음악의 핵심 축이었고, 그의 부재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20주년 빅뱅의 성격 역시 달라질 수 있다.
다만 빅뱅은 지난 20년을 온전히 함께 걸어온 팀이 아니었다. 3년 전 빅뱅의 가장 최신곡 '봄여름가을겨울' 이전과 이후로 이어진 침묵. 일련의 사태를 거치며 누군가들은 팀을 떠났다.
지금 남은 세 사람은 가장 오랜 시간을 버텨온 조합이 됐다. 2025년에도 각자의 단독 콘서트에 게스트로 오르며, 서로의 무대를 채워줬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합을 맞추는 장면은 더 단단해진 그 시간들을 고스란히 증명한다.
그래서 20주년을 앞둔 빅뱅은 설렘으로 가득차다. 지드래곤은 여러 차례 "내년에는 형제들과 돌아오겠다", "20살이 된 빅뱅의 성인식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해왔다. 대성 또한 "코첼라 무대에 완전체로 서는 것을 목표로 빌드업해왔다"고 했고, 태양 역시 "20주년을 맞아 가장 먼저 새 음악을 들려주고 싶다"고 밝혔다.
빅뱅의 20주년은 더이상 추억을 꺼내는 자리가 아니다. 늦게 온 폭발이 얼마나 더 큰 파장을 남길 수 있을지, 이제 글로벌 무대 위에서 답이 나온다.
▶뉴진스, 멈춰버린 시계를 되감을 수 있을까
한때 K팝에서 가장 '새(뉴)로웠던' 이름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뉴진스(NewJeans)는 무대보다 법정에서 더 자주 불린다. 2022년 '어텐션', '하이프 보이'로 세계를 흔들던 팀의 전성기는 아이러니하게도 판결문 속에 갇힌 모양새다.
더 안타까운 점은 활동 중단이 '자의적 선택'의 결과였다는 점이다. 뉴진스의 지난 1~2년은 누가 시켜서 멈춘 시간이 아니었다. 멤버들은 지난해 긴급 라이브 방송을 통해 전속계약 해지를 통보했고, 어도어를 '귀책 주체'로 특정했다. 이후 'NJZ'라는 새 활동명을 공개하고, 별도 SNS 계정을 개설해 독자 행보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멤버들은 더 이상 보호받는 존재가 아니라, 직접 결정을 내린 것이라 강조했다.
법정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가처분 심문기일에 직접 출석해 "뉴진스는 민희진을 포함한 여섯 명으로 이뤄진 팀"이라 말했고, "민희진 없이 진정성 있는 작업은 불가능하다"고 공개 발언했다. 기존 계약 구조 자체를 부정하는 메시지였다. 외신과의 인터뷰에서도 한국 아이돌 육성 시스템이나 K팝 산업 구조를 비판하며, 스스로 '혁명가'라 표현하기도 했다.
그 사이 시간은 흘렀다. 현실은 냉정했다. 법원은 계속해서 어도어의 편을 들었다. 전속계약은 유효했고, 독자 활동은 허용되지 않았다. 가처분, 간접강제, 전속계약 유효 확인까지 모든 국면에서 멤버들은 패소했다. 결과적으로 'NJZ 체제'는 현실화되지 못했고, 홍콩 무대에서는 그룹명도 기존 곡도 쓰지 못한 채 올라야 했다.
소송은 언제나 가장 비싼 대가를 요구한다. 바로 '전성기의 시간'이다. 활동이 멈춘 동안, 팬들의 기다림도 점점 다른 감정으로 변해갔다. '안타까움'은 '피로감'으로, '기대'는 '현실 인식'으로 이동 중이다.
그럼에도 이 팀의 저력은 사라지지 않았다. 활동이 멈춘 사이에도 뉴진스의 음악은 글로벌 차트에서 계속해서 호명됐다. '슈퍼 샤이', '디토', '슈퍼내추럴' 등 기존 곡들은 스트리밍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무대에 서지 않아도, 뉴진스의 노래는 계속 재생됐다. 그러나 냉정하게 말해서, 이는 이미 만들어 놓은 음악의 힘이다.
그 사이 균열은 현실이 됐다. 법원의 판단 이후, 멤버들은 결국 다시 하나로 묶이지 못했다. 해린과 혜인이 가장 먼저 어도어로 돌아온 데 이어, 하니 역시 어도어와의 논의를 마치고 복귀를 공식화했다. 반면 다니엘은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어도어는 전속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민지는 여전히 논의 중이다.
한때 민희진까지 '뉴진스는 6인'이라던 멤버들은 이제 과거형이 됐다. 지금 이 순간에도 민지의 선택에 따라, 4인인지, 3인인지조차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팀의 다음 챕터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제 최소한 멈춰 있던 시계는 다시 움직이지만, 너무 많은 것이 흘러가 버렸기에, 다음 한 수가 더 중요해졌다. 지난 시간 동안 쌓인 피로와 상처, 그리고 팀을 둘러싼 서사를 어떻게 정리하고 음악으로 환원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뉴진스 멤버들은 책임을 인정한 뒤, 다시 음악으로 설득할 수 있을까. 이제는 돌아올 수 있느냐가 아니라, '어떤 태도'로 돌아오느냐다.
뉴진스의 2026년은 기회이자 마지막 유예다. 그리고 이번에는, 시간도 팬도 더 이상 기다려주지 않는다.
▶이수만, K팝 아버지가 돌아왔다
'K팝의 설계자'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다. 지금의 글로벌 K팝 초석을 다진, SM엔터테인먼트의 SM. 그 이'수만'이다.
경업금지 조항이 풀리는 2026년, 이수만의 귀환은 그저 개인 복귀가 아닌, 산업 차원의 질문을 던진다. 이수만은 여전히 K팝의 '아버지'인가, 아니면 이미 한 시대를 통과한 상징인가.
이수만은 SM엔터테인먼트를 만들고 키운 인물이다. 연습생 시스템, 세계관, 글로벌 확장 전략까지, 오늘날 K팝 산업의 기본 문법 상당수는 그의 손에서 정립됐다.
동시에 이수만은 그 문법을 사유화하려 했다는 비판에서도 자유롭지 않다. 개인 회사와의 프로듀싱 계약을 통해 수년간 거액을 수취한 구조는 결국 SM의 기업가치와 지배구조 논란으로 되돌아왔다. 결과적으로 인수전의 파국, 경영권 분쟁, 그리고 이수만의 퇴장은 모두 '시스템을 개인에 종속시킨 대가'였다.
그러나 이수만의 귀환을 말할 때, 그가 2024년 초 설립을 공식화한 A2O엔터테인먼트 성과는 분명 짚고 넘어가야 한다. A2O는 싱가포르를 본사로 둔 글로벌 레이블로 시작, 출발부터 국내가 아닌 해외 시장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수만이 강조해온 '확장성'과 유연한 멤버 조합 구조 역시 A2O의 설계 전반에 반영됐다.
그 결과 첫 걸그룹 A2O 메이는 미국과 중국 시장을 중심으로 의미 있는 반응을 얻었다. 데뷔 EP는 빌보드 이머징 아티스트 차트 상위권에 올랐고, 데뷔곡은 북미 라디오 차트에 진입하며 상징적인 기록을 남겼다.
그래서 2026년의 이수만은 흥미로운 시험대에 오른다. 글로벌이 아닌 K팝의 'K', 한국에서 말이다.
더 이상 SM이라는 울타리는 없다. 오롯이 개인으로서, 프로듀서로서, 자신의 미학과 기획력을 증명해야 한다. 이는 이수만에게도 쉽지 않은 싸움이다. 산업은 이미 그가 만든 챕터를 넘어 이동 중이고, '이수만식 K팝'이 여전히 유효한지에 대해서는 그 어느 때보다 냉정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이건 분명하다. 이수만은 여전히 그룹을 만들 수 있고, 해외 시장에서 반응을 끌어낼 수 있는 제작자다. 내년 상반기 예정된 A2O 보이그룹 데뷔는 '이수만의 현재형 경쟁력'을 가늠할 가장 직접적인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3년 전 SM을 떠나며 "제 이름을 따서 창립했던 SM이 한 시대를 마감한다"며 "늘 그래왔듯이 나는 미래를 향해 간다"고 한 이수만. 그 말은 이제 결과로 답해야 한다. 2026년. K팝은 이제, 그를 필요로 하는가.
▶K팝 킹의 귀환…엑소, '으르렁' 울린다
이수만의 귀환을 말할 때, 가장 아이러니한 이름은 엑소(EXO)다. 이수만이 가장 많은 애정을 쏟았고, 직접 세계관을 설계하며 'K팝의 서사'를 실험한 팀. 어쩌면 SM을 떠난 뒤에도 이수만 그림자가 가장 선명하게 남아 있는 그룹이 바로 엑소다.
그리고 지금, 그 엑소도 완전체로 돌아올 준비를 하고 있다.
엑소는 '한 시대'를 갈라놓은 기준점이다. 지금의 'K팝 보이그룹 문법'은 엑소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세계관의 결합, '우주'라는 키워드, 초능력을 전제로 한 서사, 멤버 수에 따라 끊임없이 변주되는 군무 구도까지. 이것이 지금도 보이그룹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엑소의 노래가 빠지지 않는 이유다. 엑소는 여전히 교과서고, 후배들은 그 답안을 외우며 데뷔한다.
그 정점에 있는 곡이 '으르렁'이다. 최근 멜론뮤직어워드에서 '으르렁' 전주가 흐르자 세대와 팬덤을 가리지 않고 함성이 터져 나왔다. 아이돌도, 팬도, 현장에 있던 모두가 같은 박자로 소환됐다. '으르렁'은 'K팝의 애국가' 같은 노래다. 이번에 엑소가 '으르렁'을 부르는 순간, K팝은 가장 뜨거웠던 그 시절로 되돌아갔다. 그 엑소가 이제 모든 멤버의 군백기를 마치고, 2026년을 기점으로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다만 이번 귀환이 '완벽한 복원'이 아닌 점은 아쉽다. 멤버 간의 균열과 현실적인 갈등은 여전히 유효하다. 모든 이름이 같은 자리에 서지 못한 완전체 행보. 엑소라는 이름이 가진 무게만큼 숙제는 있다.
엑소의 세계관에서 '생명의 나무'는 심장이 나뉘고 12개의 힘이 흩어지며, 서로 다른 세계로 갈라진 존재들의 출발점이었다. 분리와 결핍에서 시작해 다시 하나로 향하는 서사. 역설적이게도 지금의 엑소는 그 세계관을 '현실'에서 반복하고 있다. 시간이 흐르며 나무는 다시 갈라졌고, 모든 힘이 같은 자리에 모이지 못한 채 움직이고 있다.
그럼에도 멜론뮤직어워드에서 '늑대와 미녀' 안무, 생명의 나무가 펼쳐진 순간 현장은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엑소가 어떤 팀이었는지, 그 서사가 무엇이었는지를 모두가 동시에 기억해냈기 때문이다. 자, 2026년 1월 완전체로 귀환하는 엑소의 '생명의 나무'는 다시 무럭무럭 자랄 수 있을까.
정빛 기자 rightligh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