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여성 최초의 단장이란 '타이틀'보다 '일하는 단장'으로 알려지고 싶다."
이수경 밀라노·코르티나동계올림픽 대한민국 선수단장(43)이 새해 올림픽 선수단 수장으로서의 또렷한 각오를 밝혔다. 이수경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삼보모터스 그룹 CFO)은 대한민국 동·하계 올림픽 사상 최초의 여성 선수단장, 최초의 선수 출신 동계 선수단장이다.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 지난해 6월 커스티 코번트리 신임 IOC위원장의 취임일에 코번트리 위원장과 동갑내기인 1983년생, 사상 첫 여성 올림픽 선수단장을 임명했다. 피겨스케이팅 선수 출신 서울대 체육교육과 출신 기업가인 이수경 회장은 선수 은퇴 후 국제심판 및 국내외 스포츠 단체 임원을 두루 역임했고, 2025년 1월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 당선 후 대한체육회 이사, 동계올림픽종목협의체장으로 활동하던 중 중책을 맡았다. 2월 6~22일 열리는 2026년 밀라노·코르티나동계올림픽엔 전세계 90여 개국, 5000여명의 선수단이 참가, 8개 종목, 16개 세부종목에서 실력을 겨룬다. 2022년 베이징선 금2, 은5, 동2로 종합 14위를 기록한 대한민국은 69명 내외(1월19일 쿼터 최종 확정)의 선수단을 예상하고 있다.
올림픽 개막 30일을 앞두고 만난 이 단장에게 '여성 최초' 타이틀을 언급하자 "영광이고 감사한 일"이라면서도 "그런 타이틀보다 일 잘하는 단장으로 알려지고 싶다. 일로 평가받고 싶다"고 했다. "선수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만큼 섬세하게 지원할 것이다. 특히 심리적, 정신적 안정을 유지할 수 있도록 특별히 신경을 쓸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한민국 선수단의 메달 목표를 묻자 이 단장은 "무조건 전 대회(금2)보다는 잘하고 싶다. 일단 금메달 3개 이상이 목표"라고 답했다. 각 종목, 주요 선수들의 이름을 일일이 언급했다. "쇼트트랙은 최근 '캐나다와 그 외 국가들'이라고 할 만큼 캐나다가 강세지만. 누가 뭐래도 대한민국의 대표종목, 금메달 기대 종목이다. 마지막 올림픽일 수 있는 주장 최민정도 응원한다. 김길리 선수도 컨디션이 많이 올라왔다. 단체전인 계주, 혼성계주에서도 다함께 메달을 목에 걸면 좋겠다. 원팀으로 똘똘 뭉쳐 유종의 미를 거둘 것"이라고 했다. 어린 선수들이 많은 남자 쇼트트랙에 대한 애정도 각별했다. "2007년생, 고3인 임종언 선수는 첫 올림픽, 1500m 출전권을 따낸 신동민 선수도 대학교 2학년이다. '베이징 금메달' 황대헌 선수와 이 어린 선수들이 국민들에게 희망이 될 멋진 레이스를 해줄 것"이라고 했다. "스피드스케이팅은 점점 강해지는 모습이다. 베테랑 김준호 선수의 최근 경기를 보면 스타트부터 피니시까지 군더더기가 없다. 김민선 선수도 어려움을 극복하고 월드컵 동메달을 따냈다. '하얼빈아시안게임 2관왕' 이나현 선수도 기대된다. 박지우 선수도 매스스타트에서 첫 동메달을 땄다. 오심의 아쉬움을 스스로 털어냈다"고 짚었다. '자신의 종목' 피겨스케이팅에 대한 기대감도 감추지 않았다. "피겨 차준환 선수는 '강심장'이다. 쿼드러플점프 등 기술은 말할 것도 없고, 전세계 팬들에게 벅찬 감동을 주는 연기를 선사할 것이다. 신지아, 이해인 선수도 힘든 선발전을 통과한 만큼 첫 올림픽 에서 모든 걸 쏟아낼 것"이라고 기대했다. "피겨 단체전도 출전권을 땄다. 국내 페어 선수가 없어 아쉽지만 새 종목 첫 도전에 의미를 두고 4년 후를 미리 준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단장은 "빙상은 물론 설상, 썰매 종목도 희망이 보인다"며 종목 다변화에 자신감을 표했다. "봅슬레이 경기력이 좋아지고 있다. 부상에서 회복한 스켈레톤 정승기 선수도 최근 메달을 따고 있다"고 했다. "밀라노에서 IOC선수위원에 도전하는 원윤종 후보가 썰매 종목 대회 현장을 잘 살펴주고 있어 너무 고맙다"면서 "이번 올림픽은 경기력 외에 스포츠 외교적으로도 매우 중요하다. 원 위원의 당선 역시 우리가 꼭 함께 이뤄야할 목표"라고 강조했다. K-스노보드의 약진도 빼놓지 않았다. "스노보드는 정말 기대된다. 평창 은메달을 딴 스노보드 알파인 '배추보이' 이상호 선수의 자신감이 '빡!' 올라왔더라. 하프파이프 이채운, 최가온 등도 일을 낼 것같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여자컬링 '5G' 선수들, 믹스더블 김선영-정영석조도 밝은 기운과 실력을 겸비한 선수들이다. 충분히 메달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 단장은 선수들을 향해 "올림픽 메달은 모든 국가대표 선수들의 꿈이자 목표다. 모두가 같은 조건이다. 이젠 스스로를 믿는 게 가장 중요하다. 각자 그간의 마음고생을 다 떨쳐내는 올림픽이 되길. 나중에 뒤돌아봤을 때 '밀라노올림픽 너무 좋았잖아' '정말 감동이었잖아' 서로 추억할 수 있는 올림픽이 된다면 좋겠다"고 바랐다. "경제도 힘들고, 웃을 일이 많지 않은 세상인데 우리 선수들과 함께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희망과 감동을 주는 올림픽을 만들고 싶다. '열심히 하면 결국 되는구나' '모두가 의심해도 결국엔 해내는구나' 하는 저력을 스포츠를 통해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유승민 대한체육회장, 김나미 사무총장 등 선수 출신 스포츠 행정가의 시대에 선수단장 중책을 맡게 된 이 단장은 남다른 동료애와 자부심을 전했다. "코번트리 IOC위원장도 1983년생이다. 전세계적으로 선수 출신, 젊은 행정가, 새로운 리더십이 대세다.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일을 잘 되게 하는 것' 그 자체가 목표다. 코번트리 위원장을 ISU총회 때 만났는데 첫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잘하고 싶다고 하시더라. 밀라노가 첫 올림픽인 유승민 회장도, 나도 똑같다. 그 목표가 같기 때문에 소통이 정말 잘된다. 힘을 합쳐 우리 선수들이 웃을 일을 계속 만들 것"이라고 다짐했다.
11세, 7세, 두 아들을 둔 이 단장은 올림픽을 30일 앞두고 "그저 부모의 마음, 엄마의 마음"이라고 했다. "2010년 밴쿠버, 2014년 소치, 2018년 평창올림픽 현장을 함께했다. 선수들에게 우리가 늘 함께란 걸 말해주고 싶다. 절대 혼자만의 외로운 싸움이 아니라는 것, 우리가 함께 뛰고 있으니, 너무 부담 갖지 말고 맘껏 준비한 기량을 뽐내면 된다고 말해주고 싶다. 최선을 다해 힘껏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밀라노·코르티나동계올림픽을 앞두고 국민적 관심과 열렬한 응원도 당부했다. "동계올림픽이 언제 하는지 모르는 분들이 아직 많더라. 우리 선수들은 국민들의 관심, 응원, 격려를 먹고 산다. 더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 우리 동계선수단은 규모는 적지만 강하다. 세계 무대에서 강한 모습을 보여드릴 테니 많은 응원을 부탁드린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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