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쓰담쓰담 해주셨어요."
지난해 8월 5일 사직에서 KIA 타이거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가 끝난 직후. 심재학 KIA 단장은 곧장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트레이드 이적생 한재승의 활약을 칭찬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한재승은 이날 2대0 승리에 일조했다. 선발투수 제임스 네일의 6이닝 무실점 호투 이후 성영탁(1이닝)-한재승(1이닝)-전상현(1이닝)이 깔끔하게 팀 완봉승을 완성했다. 한재승은 KIA 이적 후 첫 홀드를 챙겼다. 심 단장은 더그아웃에서 한재승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축하했다.
한재승은 "단장님께서 머리를 쓰담쓰담 해주셨다"며 미소를 지었다.
심 단장은 당시 한재승이 예뻐 보일 수밖에 없었다. 이적 후 등판한 3경기에서 1승, 1세이브, 1홀드를 차례로 따냈기 때문. 덕분에 KIA는 상승세를 타며 다시 한번 상위권 도약을 노래할 발판을 마련했다.
KIA는 지난해 7월 NC 다이노스와 3대3 대형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NC에 외야수 최원준(현 KT 위즈)과 이우성 내야수 홍종표를 내주고 투수 한재승과 김시훈 내야수 정현창을 받는 조건이었다. KIA는 당시 불펜 보강이 절실했고, 영입의 핵심은 한재승이었다.
하지만 첫 3경기 이후 한재승의 활약은 미미했다. 점점 제구가 흔들리면서 무너지기 시작했다. 마운드에서 성과를 내고, 부담을 갖기 시작하면서 오히려 단점이 더 노출되는 듯했다.
한재승은 지난해 KIA 이적 후 18경기에 등판해 15⅓이닝, 평균자책점 10.57을 기록했다. 9이닝당 볼넷이 7.04개에 이르렀다. KIA마저 지난 시즌 8위에 머무르면서 실패한 트레이드로 귀결되는 듯했다.
KIA는 올해 더 본격적으로 한재승을 불펜에서 준비하게 할 전망이다. 나머지 9개 구단이 모두 아시아쿼터 선수를 투수로 고른 가운데 KIA는 유격수를 영입했고, FA 불펜 투수 조상우는 여전히 시장에 남아 있다. 조상우와 계약이 이뤄진다 해도 불펜에 별다른 보강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기존 선수들을 더 활용하겠다는 계산으로 읽힌다. 필승조는 정해영 전상현 성영탁 등이 준비하고 있고, 좌완은 최지민 이준영이 있다. 2차 드래프트로 영입한 베테랑 이태양과 두산 베어스에서 FA 박찬호의 보상선수로 데려온 홍민규 정도가 새로운 얼굴이다. 한재승과 김시훈은 올해는 지난해보다 전력에 보탬이 돼줘야 하는 상황이다.
기회의 문은 열려 있는데, 결국 한재승 본인이 잡을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스프링캠프 경쟁부터 두각을 나타낸다면, 한재승이 겨우내 비장한 마음가짐으로 잘 준비했다고 볼 수 있을 듯하다.
한재승은 트레이드 이적 직후 "큰일이면 큰일이고, 어떻게 보면 또 좋은 기회다. 처음에 트레이드 소식을 들었을 때는 정말 당황하긴 했는데, 그래도 한편으로는 KIA에서 좋은 기회를 주신 것 같아서 정신 차리고 그 기대에 부응하려고 한다"고 다짐했다.
올해는 이 다짐을 지키며 진짜 트레이드 승부수로서 가치를 보여줄 수 있을까.
김민경 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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